분양 아파트 이야기 EP.03
청약 당첨 이후 관심을 주시는 회사 선배님이 계신다. 그분은 부동산 계약을 많이 해보신 분이시다. 나름 고수라고 할 수 있겠다. 분양 아파트로 고민이 있을 때면 항상 그 선배님을 찾았다. 그러면 선배님은 늘 따뜻한 말을 건네주었고 그것이 큰 힘이 되었다. 이 선배님이 A 부동산 중개인을 소개해줬고 저번에 연락이 와서 전세금 이야기를 나눴다.
입주가 곧 한 달 하고 보름 뒤이다. 선배님과 대화 도중 입주가 임박한 것을 아시곤 이 지역 부동산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부동산 몇 군데를 더 돌려보자라고 말씀하셨다. 사실 지금까지 선배님이 소개해준 A부동산에만 전세매물을 올렸었다. 그것도 내가 아닌 그 선배님이 대신하여서. 내 일인데도 불구하고 내가 너무 수동적으로 임하는 것 아닌가? 너무 손 안 대고 코 풀려고 하나 걱정이 되지만 그냥 선배님이 전문가이시니까 그렇게 하기 내버려두었다.
이번에는 내가 직접 내 힘으로 부동산에 연락해서 매물을 등록하려고 했다. 선배님한테 연락처까지 받았다. 하지만 선배님이 보시기에 답답해 보였는지 점심시간에 내리 5군데 넘게 연락을 돌려서 내 분양 아파트 매물을 올렸다. 이렇게 까지 하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그냥 당장 편하니까 내버려두었다. 하지만 부동산에서 연락은 내가 아닌 그 선배님한테 터이다. 이렇게 생각하니 이제껏 내가 고민해왔던 자기 결정권이라는 게 누군가가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지키지 못한 거였구나 싶다. 쟁취해야 되는 것이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니까 다음부터 잘해보자라며 자기 위안했다.
7월7일 점등식 행사를 했다. 이 지역 국회의원도 참석하고 귀빈이 많이 참석했다. 점등식은 성황했다. 폭죽까지 터트려 동네 사람들은 다 알정도였다. 점등식 행사 이후 부동산 카페에서도 이목이 집중이 되었다. 다음날 오전 내내 점등식 이야기로 가득 찼다. 역시 브랜드 있는 아파트라 그런가 관심을 많이 가져주는 듯했다. 이 점등식으로 전세자들이 내 매물을 찾게 되는 효과로 발전했으면 좋겠다.
선배님과 이 지역 부동산 경기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나는 당장 들어가서 살 것도 아니고 가까운 미래에도 이 분양아파트에서 살 계획이 없다. 그래서 전세계약을 4년 장기로 했으면 좋겠다 싶었다. 이 4년 장기도 선배님의 영향이 컸다. 하지만 대화 도중 이 지역에 아파트 공급과잉으로 4년 장기로 들어올 전세입자가 적을 것이라는 전망을 들을 수 있었다. 그 이야기에 대해서 공감을 했다. 4년 장기가 임대인도 임차인도 윈윈인 계약인 거냐는 나의 질문에 긍정을 하면서도 이 지역 상황을 이야기해주셨다. 그리고 전세입자가 누가 들어오는지도 중요하다면서 반려동물 금지를 특약사항에 넣으라고 조언을 해주셨다.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듣다보면 일리가 있긴 했다. 새로운 전세입자를 맞이하게 될 때 상태가 좋지 않으면 도배를 새로 해줘야하는데 반려동물을 키운 흔적이 치명적이라 했다. 그런 입장에서 볼 때 이해 할 수 있었다.
돈드는 거 아니니까 여러군데 연락해야지라는 나름 따뜻한 조언으로 직접 연락을 돌리신 선배님은 나와 나눈 대화를 토대로 적정가로 전세가격을 부르셨다. 나는 그게 2년 계약인지 4년 계약인지도 모른다. 대화 맥락 상 2년 계약을 생각하신 것 같다. 많이 올려서 전세자가 입주 마감일 전에 나타나 준다면 나야 감사하지만.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자기 결정권은 내가 챙기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