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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장난 같은 그들의 사랑 『프랑수아즈 사강 - 브람스 좋아하세요...』

소한초이 2024. 10. 15.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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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제목을 보고 든 생각

 
왠지 모르게 내게는 참 도전적인 제목이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가 명령의 뜻으로 들린다.
 
국립국어원 및 표준국어대사전에 “-세요”는 설명, 의문, 명령의 뜻을 가진다고 한다. 또한 “해요”할 자리에 쓰인다고 한다. 그래서 브람스를 좋아해요라고도 바꿔 말할 수 있다. 물음표와 함께한 안녕하세요?라는 말은 안녕하냐는 물음인 것처럼 좋아하세요? 도 당연히 좋아하는지 물어보는 말이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물음표가 없거나 일부 버전에는 마침표가세 개가 들어가 있다.소극적으로 좋아하시라는의미 인가 싶기도 하다. 브람스참 좋은데 좋아하시면 좋을걸요? 브람스! 좋아하세요! 이런 느낌처럼 말이다. 당신이 브람스를 좋아하는지 궁금한 상태가 아니라면 브람스 전도사처럼 브람스의 매력을 설파하는 격이 되겠다.
 
물음표를 달아도 내포하는 의미가 있다. 나는 브람스 좋아하는데 너도 좋아했으면 좋겠어라는 말로 말이다. 상대에게 브람스를 좋아하냐고 물어보는 저의는 같은 공통 관심사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투영이 되어있다. 그러니까 그 물음자체가 너와 내가 비슷하거나 같았으면 좋겠다는 의미 일 수 있겠다.


 

2. 독후감

 
소설 속 등장인물인 3040대인 로제와 폴 20대 청년인 시몽과 메지 중에 유독 시몽에게 관심이 갔다. 그래서 이 독후감으로 순전히 시몽의 편에 서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그래서 허접한 글이 되겠지만 창작 짧은 소설을 써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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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과거 지혜는 없고 얕은 지식만 충만한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이 꽤나 이어졌었다. 대학생때까지 나는 또래들과 대화하는 게 싫었다. 그들은 너무 멍청했다. 요즘 나라꼴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면 모르는 사람이 과반수였고 그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그저 연애였다. 한 낱 연애가 이 나라의 미래보다 더 중요한가. 그들과 함께 지내면서 개탄을 금치 못 했다.
 
언제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은 어느 한 학기였다. 교양수업을 들어야 했기 때문에 선배님들이 들었다는 과목들을 살펴보았다. 그 중 눈에 띈 한 과목, "민법의 이해" 나는 그 교양을 선택했다. 그 모습을 본 나의 동기들은 나를 괴짜 취급을 했다. 그 교양에서는 내가 희생양이 될 거라며 학점 받기 어려울 것이라 나를 걱정했다. 하지만 나는 그런 것 보다 살아가면서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고 무엇보다 재밌을 것 같았다.
 
큰 관심으로 시작했던 만큼 교양 수업이 재밌었다. 물론 법학과와 어문계열 친구들의 이해는 빨랐지만 나름대로 진도를 잘 따라갔다. 이 교양은 번거롭게도 과제가 많은 수업이었다. 판례를 살펴보고 본인의 생각을 적어 리포트로 제출해야 되는데 그게 일주일에 하나는 기본이었다. 어느 날은 이혼하여 양육권에 대한 분쟁에 관련한 판례였고 나는 직업도 변변치 않은 아내 쪽이 양육권을 가져가는 판결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래서 쉽게 과제를 해 나갈 수 없었다. 보통 나는 전공교수님들과 질문을 많이 하는 편이었다. 교수님 사무실을 찾을 때면 항상 문 앞에 한 두 명은 있었다. 늦었다며 한탄하며 경쟁자들을 견제하곤 했다. 이처럼 학과사무실에 찾아가는 건 흔한 일이었다.
 
학과사무실에는 교수님이 없었고 교수님의 방도 따로 없었다. 교수님은 시간강사였다. 학교에 안 계시니까 그냥 없던 일로 하고 혼자 고민한 걸로 과제를 내자 싶었지만 항상 이렇게 궁금증을 회피해서 손해 본 경험이 있었다. 그렇게 해서 저번학기에 필수전공에서 B+ 하나가 생기게 되었다. 내 전공도 아니고 민법이지만 최소 B+은 맞고 싶어 교수님에게 문자를 남겼다. 이제껏 내가 경험한 교수님들은 이런 접근을 좋아하셨다. 다행히 민법개론 교수님도 마찬가지로 나의 문자를 반겨주셨다.
 
타학교에 출강을 가시는 바람에 내가 교수님 있는 쪽으로 가야 했다. 다행히 우리 학교와 멀지 않은 학교라서 지하철 타고 금방 갈 수 있었다. 교수님과는 교정 안에 있는 카페에서 만났다. 나는 나의 시간과 교수님과의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 질문지를 명확하게 그리고 깔끔하게 준비해 갔다. 이번주 과제 판례를 이야기하며 나는 아이의 미래를 보았을 때 남편의 직장과 재력을 살펴보는 게 좋은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씀드렸다. 교수님은 당연히 미성년 자녀를 양육할 경제적 능력의 유무를 판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성년 자녀의 친밀도와 의사도 중요하고 이를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미성년 자녀의 미래를 위해 적합한 방향으로 판단해야 된다고 했다. 그리고 어떤 사건을 바라볼 때의 시각의 다양성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셨다. 이를 계기로 우리는 좀 더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그러니까 어느새 나는 교수님에게 인생 상담을 받게 된 셈이었다.
 
교수님은 시간강사로 30대 후반 여자였다. 여자동기들과 또래 여자애들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그래서 더 좋았다. 이야기도 더 잘 통하고 뭔가 대화하는 맛이 났다. 관심사도 비슷한지 모르겠지만 어떤 주제를 던져도 어떻게든 대화가 가능했다. 말 한마디 말 마디에서 그녀의 관록이 느껴졌다. 내 나이 또래의 여자에들과는 다른 무언가가 내게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대화를 하면 할수록 그녀와 대화를 하고 싶어졌다. 그 감정이 나만 느끼는게 아니엿다. 조심스러웠지만 남녀사이의 감정을 숨길 수 없듯 어느 날 스파크가 튄 것처럼 우리는 불꽃 같은 사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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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몇개월의 짧은 시기였지만 우리는 많이 싸웠다. 그녀는 내가 나이에 걸맞지 않게 성숙한 사람인 줄 알았더니 그저 나이에 맞는 애였다고 토로했고 나는 자꾸 나를 통제하지 말라고 격정을 냈다. 그리고 짧으면 짧고 길다면 길다고 할 수 있는 시간 동안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가끔은 세대 차이가 느껴질 때가 있었다. 어렵지 않게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내 또래들과 달리 공통분모가 다른 느낌이었다.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지혜도 그저 그 나이가 되면 얻게 되는 당연한 것들이었다. 직장인이 되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면 세금문제라던지 부동산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것들이었다. 20대 초반이었던 나는 그녀의 그런 모습들이 그저 크게만 느껴졌다. 나도 그녀 만큼 나이를 먹으면 응당 알게 될 것들인데도 말이다.
 
그녀도 나를 속속들이 알게 되었을 때 마냥 진지한 모습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녀 나이 또래의 남자들이 가지고 있을 법한 품위와 위트 등등이 나에게 없었고 그녀는 나를 하나부터 열까지 알려줘야 했다. 하지만 나는 그게 괜한 간섭이라 느껴졌고 그게 너무 싫었다.
 
데이트를 할 때도 비밀이 많아지는 것도 다 그녀에 맞춰야 했다. 그녀의 요구로 공개적인 연애는 하지 못 했다. 나는 그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 나이에 비해 동안인 그녀는 나랑 비슷한 연배라고 하더라도 모를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나와 생각이 달랐다. 유난히 쑥쓰러워했던 장소는 사람이 많은 공간이나 코인노래방이었다. 나와 함께 있는 걸 당당하게 해도 된다고 말해도 그녀는 그걸 어려워했다. 나를 쟁취한 걸 즐겨라고 표현해주었지만 그녀는 그 말을 싫어했다.

공강이었던 날이나 방학 때 그녀의 집에서 지내곤 했다. 나는 항상 퇴근하고 그녀를 기다렸고 퇴근하고 돌아오는 그녀는 항상 녹초였다. 그녀는 또 그녀 나름대로 사회생활을 해야 돼서 약속도 있었고 저녁 늦게 들어와야 하는 일도 있었다. 그녀는 맨날 그녀의 집에만 있는 나를 부담스러워했다. 그리고 나는 그녀 때문에 익숙하지 않은 이 동네 이 집에 계속 있는 거라고 불만을 표현했다.
 
도서관에서 중간고사 대비 전공공부를 하고 있을 무렵 그녀에게 전화가 왔다. 5초간의 적막은 더 길게 느껴졌고 불길한 예감은 늘 현실이 되었다. 그날 한낮에 이별통보를 받았고 만나서 다시 대화하자는 나의 요구에 그녀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전인류 중에 가장 대화가 잘 통했다고 생각했던 그녀와 헤어진다 생각하니 믿을 수가 없었다. 슬픔에 빠졌고 실연에 빠졌다.
 
내 인생에 사랑하는 사람은 그녀뿐이라고 하는 생각은 실연 속에서 점점 고쳐지게 되었다. 그저 그녀는 그 나이에 맞는 그런 여성이었을 뿐이었고 나는 나와 대화가 잘 통하고 성숙한 또래 친구를 찾지 않았던 것뿐이었다. 나이가 주는 지혜는 나에게는 환상으로 다가왔었고 그녀 또한 그것이 역으로 작용했었다. 불장난 같은 감정이 빠르게 식었을 때 남았던 것은 본래의 모습들이었다. 그것을 서로 지켜보는데 괴로웠을 것이다. 서로 나이에 걸맞지 않은 행동들과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은 결코 쉽게 교류될 수 없었다. 그녀가 나를 좋아했던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내가 그녀를 좋아했었던 이유는 어른스러움이었다. 그 어른스러움이 그저 신기루에 그쳤을 때 그녀에 대한 사랑도 함께 식어버렸다. 그렇게 그녀에게 매달리지 않고 정리될 수 있었다. 그때 사랑이라고 느꼈던 감정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의문이 들기도 하면서 사랑이라는 게 도대체 무엇일까 자꾸 질문만 되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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