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프고 고통스러운 뉴스들이 난무한 이 과잉정보시대에 어떻게 쉬고 있는가 『오테사 모시페그-휴식과 이완의 해』
1. 이 책을 접하게 된 계기
독서모임에서 "휴식과 쉼"에 관련한 키워드로 책을 돌아가면서 고르고 있다. 내 차례가 오기 전부터 일찍이 어떤 책을 고를까 고민을 많이 했다. 독서모임에서 봄터님은 SF소설을 읽어보지 않았을 법해서 SF소설을 고르고 싶었다. 주어진 키워드와 공상과학소설이 더해지니 더 고르기 힘들었다.
내가 골라야 하는 시간이 다가왔다. 후보군으로 세워둔 책이 여러 책이 있었지만 한껏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단순하게 키워드와 소설을 넣어 검색했더니 바로 이 책이 나왔다. 이 책이 바로 오테사 모시페그의 <휴식과 이완의 해>였다. 처음 들어보는 작가라서 더 끌렸다. 이번에도 독서스펙트럼이 확장될 수 있겠구나 기대를 품었다. 그리고 출판사가 문학동네라 더 믿음이 갔다. 오래 고민했던 것이 무색하게 후보군으로 올랐던 책들은 잠시 접어두고 이 책을 곧 장 선정해서 알려드렸다.
2. 독후감
정직한 시간흐름으로 소설이 진행된다. 2000년 6월, 배경은 뉴욕에서 시작이 된다. 처음부터 을씨년스러운 분위기 때문인지 몰라도 소설 속 공간인 뉴욕의 일상이 자세하게 묘사되고 시간이 9월 11일에 가까워질수록 왠지 모를 긴장감이 고조되었다. 물론 주인공의 정신상 태도 한 몫했다.
휴식과 이완의 해라고 선언한 주인공은 우연히 신문에서 보게 된 정신과 의사 닥터 터틀을 만나 있지도 않은 불면증을 호소하며 그의 상응한 약을 처방받았다. 그녀는 잠을 취하기 위해서 처방약들을 오남용 했다. 휴식을 취하겠다 선언하기 전 그녀의 부모님은 다 돌아가셨고 부모님들의 재산을 상속받아 한동안은 일하지 않고 살기에는 충분했다. 그지없는 한량이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직장을 구하지 않았던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무엇이 그녀를 잠으로 이끌게 했고 그것이 약물중독으로 이끌게 되었을까?
이 세상이 글로벌화되고나서부터 우리가 하게 될 고민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난민 문제, 환경문제 등등 100년 전만 하더라도 모르고 살았던 다른 나라의 소식들은 우리 삶 속에 소리 소문 없이 스며들게 되었다. 세계의 경제 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 뉴욕은, 그리고 세계질서를 다스리고 있는 미국은 어떠한가? 그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 보자면 세계질서를 유지한다는 이유로 타국의 나라에서 전쟁을 벌이고 수많은 군인들과 가족들이 희생을 했다. 살아서 돌아온 그들은 전쟁트라우마에서 벗어나기 힘들어했고 많은 사람들이 금지된 약물 또는 마약으로 그들의 심신을 달랬다.
분명 긍정적인 부분들도 있다. 월남전에서 철수하자는 히피들의 물결 속에 기념비적이고 상징적인 하나의 장면이 있다. 시위대의 총구에 꽃을 건 남자, 그 사진은 20세기 후반 평화의 불꽃이 돼주었다. 중동의 자스민 혁명은 트위터의 탄생이 없었으면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더불어서 SNS의 발전으로 지구촌이라는 개념이 더 공고해졌고 혁명과 내란 등등의 사건사고들은 다른 나라에서도 쉽게 지켜볼 수 있게 되었다.
주인공이 약물중독에 빠지게 된 요인들이 여럿 있을 것이다. 쉽게 약을 처방해 주는 정신과 의사부터 시작해서 가정환경 및 사회문제가 그녀가 잠을 자고 싶은 욕망을 더 가속화시켰을 것이다. 한 발 더 나아가서 그녀를 좀 더 보통의 사람들로 확장시켜서 보고 싶다. 우리는 너무나 많은 정보들을 취득하며 살고 있다. TMI(Too Much Information)라는 말을 일상생활에서도 많이 쓰지 않는가? 분명 100년 전에는 우리가 하지 않아도 될 법한 걱정들 그러니까 민초들이 할 수 없는 걱정들을 우리가 하고 있고 더 나가아서 타국의 문제들도 우리들에게 노출되고 있다.
그녀가 잠을 자고 싶은 것은 이러한 세상 속에서 잠시 동안이라도 벗어나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었을 것이다. 그것도 그녀는 기간을 정했고 게다가 본인의 말로 휴식과 이완의 해라고 이야기했으니 긴장되게 만드는 것들로부터 해방되고 싶었을 것이다. 그게 그녀에게 성욕이나 수면욕으로 발현이 되었고 확실하게 효과를 본 것은 사흘동안 의식을 잃게 하는 "인페르미테롤"이었다.
소설에서 간헐적으로 소설의 시간적 배경이 되는 2000년 6월부터 2001년 9월 11일까지의 시사 뉴스를 계속 이야기해 주고 있다. 상원의원의 투표가 어떻게 되었고 할리우드 근로자들의 파업이 어떻게 되었으며 아들부시는 어떻고 하는 이야기들이 잊을 만하면 나오고 잊을 만하면 나온다. 참 세상에는 걱정해야 될 것들이 너무 많다. 주인공이 처한 세상은 지금 우리의 시점과 많이 다르지 않고 오히려 지금은 그때보다 더 시끄럽다.
한 나라의 번영과 민주주의의 회복에 측면에서 보면 대중들의 관심과 걱정은 중요하다. 하지만 개인 더군다나 주인공과 같은 입장에 처한 사람들의 입장에서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이 개인이 집단이 되면 이 역시 우리가 함께 고민해야 될 부분이다. 하지만 우려하는 그 개인의 숫자는 지수함수적 증가로 현실이 되고 있다. 우리 인간의 뇌와 주의력은 한계가 있고 항상 노출되는 것에 반응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된다. 그녀의 극단적인 출구 방안보다 더 지혜로운 방법을 강구해 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