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선배가 말해주는 노년과 우정 『키케로 - 노년에 관하여 우정에 관하여』
1. 독후감
전자책이 없었던 것이 안 좋은 첫인상으로 시작했다. 새 책을 사기 부담스러워 중고책으로 구매해서 책을 읽었다. 이런 과정보다 큰 수확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도서출판 숲>이라는 출판사를 새롭게 알게 된 것이다. <원전으로 읽는 순수 고전 세계>라는 시리즈로 고전이 꽤나 있었다. 예를 들어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이 들어가 있다. 아무튼 책 표지가 동양철학 같아 보이고 요즘 책 같은 디자인은 아니지만 덕분에 독서 스펙트럼이 넓어졌다.
키케로는 이름만 들어봤다. 이런 표현도 후하다. 거의 모른다고 봐도 될 정도로 정보가 하나도 없다. 그저 학창 시절 세계사 수업시간에 들었던 것 같은 기억이 떠오를 정도이다. 키케로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편지를 주고받아 조언을 해주는 인물이라면 대단한 인물이겠거니 생각한다.
기술발전이 급격한 시대에 노인의 조언은 경시되어 간다. 그도 그런 것이 노인들의 삶의 지혜는 현재를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도움이 안 되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노인들이 청년들에게 도움을 받아야 하는 실정이다. 그들은 키오스크를 다룰 줄 모르고 정부 24에 들어가서 서류를 발급받을 줄 모른다. 게다가 돈을 보내려면 수고스럽게 은행까지 가야 한다. 그런 이 시대에 노년에 관해 어떤 이점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걸까?
1-1. 노년에 관하여
"나는 노년이 비참해 보이는 네 가지 이유를 발견하게 되네. 첫째, 노년은 우리를 활동할 수 없게 만들고, 둘째, 노년은 우리의 몸을 허약하게 하며, 셋째, 노년은 우리에게서 거의 모든 쾌락을 앗아가며, 넷째, 노년은 죽음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는 것이지. 자네들만 좋다면, 이런 이유들이 과연 얼마나 타당하 고 옳은지 하나하나 살펴보도록 하세." 책 중에 키케로가 이렇게 정리를 해주고 있고 그중에서 특히나 관심이 간 것은 쾌락과 죽음이었다.
정녕 노년에 쾌락에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일까? 현재 어떠한 쾌락에도 자유롭지 않고 고군분투하고 있는 나에게는 구미가 당기는 주장이었다. 특히나 정욕에 대해서 말이다. 결혼한 부부들의 세계에서는 의무방어전이라는 단어가 있을 만큼 남자의 정력은 한정적이고 유한하다고 한다. 정관수술을 한 선배들이 야한 농담으로 생산직에서 서비스직으로 직무전환했다는 말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그리고 좀 더 저질스럽게 접근하자면 "고개 숙인 남자"라는 말은 여러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신기하다 진짜 그렇게 되는 걸까? 어른들의 세계란 그런 것일까? 다들 이런 말들을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이겠지만 아무 근거 없는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생리적인 관점으로 바라봤을 때도 생식능력은 나이가 들면 들수록 떨어지는 게 마땅하다.
하지만 짚고 싶은 논점은 생식능력이 자연스럽게 떨어진 그들은 쾌락으로부터 초연해진 상태인가? 인 점이다. "남자는 숟가락 들 힘만 있으면 여자를 밝힌다"라는 속담이 있다. 이런 속담은 다 조상님들의 지혜로 만들어진 말일 텐데 쾌락에서 자유로워진다는 의미는 어떻게 봐야 할까? 그저 청년에 비해 노년이 어떤 장점이 있냐는 질문 속에서 정도의 차이로 육욕에 대한 비중이 점점 줄어든다는 것을 설명한 것 같다. 키케로의 그 설명이 꽤나 매력적이었다. 24시간 동안 쾌락의 지배에서 벗어나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성적인 생각과 생산적인 활동으로 삶이 유익 해질 것 같다는 꿈을 꿔봤다.
그렇다고 해서 젊은 날의 혈기왕성한 시기를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그런 시기에는 그런 시기에 맞는 합당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책의 요지는 무엇보다도 노년에 대한 유익함이 무엇인지 답하는 내용이다. 노인에 대한 공경이 없어진 이 시대에, 노인은 쾌락을 초월한 존재로써 새롭게 바라보는 시점을 얻게 되었다.
1-2. 우정에 관하여
우정이라고 하는 것보다 사랑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싶다. 책에서도 우정(amicitia)과 사랑(amor)은 사랑하다(amare)라는 단어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키케로가 살았던 이 시대에는 보다 남성중심적 사회였기 때문에 책에서 나온 대화들은 남성들끼리에 관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즉 그러니까 그것이 우정이 되는 셈이다.
친구를 사귀기 전에 어떤 사람인지 잘 살펴야 하고, 친구라면 지혜롭게 충언을 해줘야 하고 들을 줄 알아야 하며, 어려울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이며, 절교할 때도 지혜롭게 행해야 된다. 등등 이런 말들을 해주고 있다.
사랑이란 이해관계를 떠나 선의를 맺어주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키케로와 나눈 담화의 주제는 우정이기 때문에 사랑을 우정으로 좁혀 보고 있지만 지금 현재 가장 친한 친구는 여자친구이기 때문에 부부관계로 확장해보고 싶다. 키케로의 충고에 관한 내용에는 이런 말이 있다. "충고를 할 때는 거리낌은 없되 거칠지 말아야 하며, 충고를 받을 때는 참을성은 있되 대들지 말아야 하네."
이 말이 너무 인상적이다. 거칠지 말아야 하며 대들지 말아야 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