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속 아픔을 살펴보는 <<노근리, 그 해 여름>><<노근리 그 후>>
1. 노근리, 그 해 여름
초등학교 6학년이었는지 중학교 1학년이었는지 잘은 모르겠지만 아무튼 10대 초반 독서토론 논술과외에서 이 책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노근리라는 지명을 익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았고 최근 제주 43 관련돼서 책을 읽고 제주도를 다녀왔기 때문에 그 감정을 고스란히 이어받고자 이어서 분단소설을 읽어보기로 마음먹었다.
소년소설 또는 청소년소설로 분류되는 이 책을 집필한 김정희 작가는 놀랍게도 2020년에 <<곡계굴의 전설>>이라는 책을 쓰셨다. 뒤에 언급될 <<노근리 그 후>>로 부터 곡계굴 사건 또한 노근리 사건과 그 결이 비슷하다. <<노근리, 그 해 여름>> 책의 마지막 글쓴이의 말에서는 <왜곡된 역사의 진실을 찾아서>라는 제목을 가지고 청소년들에게 한국전쟁의 의미와 그 사실을 잊지 말자고 강권한다. 그리고 비극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고 더 나아가 그 마음이 이 땅에 뿐만 아니라 지구적으로 뻗어나가야 된다고 이야기한다. 어쩜 요즘 내가 생각하고 자리 잡고 있는 생각과 비슷한지 놀라웠고 작가님의 그 사상이 올바르게 쭉 이어져 4년 전에 단양에 있었던 곡계굴 사건까지 소설화하신 것에 대해서 감탄하게 되었다.
10대 초반에 어떻게 이런 책을 읽었을까 이해가 되지 않았다. 보는 내내 눈쌀이 찌푸려지는 전쟁의 참혹함이 표현되고 있었다. 어렸을 때는 아무것도 모를 때여서 그랬을까? 지금 생각해 보면 초등학생들이 이 책을 읽고 악몽을 꾸거나 트라우마가 생길지도 모를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특히 수옥이가 폭격으로 인하여 눈알이 빠지고 그 눈알을 집어 뜯을 때의 장면은 너무나도 끔찍했다. 이게 픽션일까 생각했지만 뒤에 언급할 <<노근리 그 후>>에서 보면 피해자 간증에서 비롯된 사실로 알 수 있었다.
이 책의 배경이 되는 임계리와 주곡리와 노근리 그리고 인근에 있던 경부선철도에서는 미군과 국군 그리고 인민군까지 뺏고 빼앗기고 하는 과정을 겪었다. 피난을 도와주겠다는 미군들을 따라 피난길에 오른 마을사람들은 알 수 없는 총질에 수 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도망쳤다. 그리고 인민군의 점령에서 국군이 다시 수복했을 때에도 마을사람들은 그 수난에서 벗어나기에는 쉽지 않았다.
반미감정을 가지기에는 충분한 역사적 사실이었다. 내가 그 역사적 시점으로 돌아가 경험해본다면 미군을 싫어하지 않을 수 있을까? 한반도에서 벌어진 전쟁이 어쩜 파편화되어 있는지 너무나도 복잡했다. 부모님을 통해서 조부모님의 한국전쟁 간증을 여쭈어보았다. 친가나 외가 쪽 모두 외진 곳에 있어서 그런지 직접적인 피해는 없었고 드라마틱한 경험도 없었다. 그러기에 나는 언론의 선전에 의해 진영논리 속에 놀아나면 놀아났지 지역적으로 가족 내력으로 전해지는 감정은 없었다.
제주도의 역사를 살펴보면 반미감정은 당연한 것이다. 그러니 10년전쯤 해군기지 건설 당시에도 반대여론이 형성되었던 것도 그 뿌리가 그곳에서부터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주도 사람이 아닌 그리고 그 역사를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는 그저 빨갱이라고 치부할 것이고 그런 뉘앙스를 풍기는 언론에 더 쉽게 찬동하게 될 것이다. 영동군도 마찬가지일 테도 단양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어떤 지역에 어떤 사람이 쉽게 빨갱이로 취급받아 왔을까? 그 수는 생각보다 많을 것이라 생각이 든다.
2. 노근리 그 후
노근리에 대한 책을 검색하면 <<노근리 그 후>>라는 책이 연계되어서 나온다. <<노근리, 그 해 여름>>과 다르게 소설은 아니다. 작가가 취재했던 이야기들을 한데 모아 엮은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살펴보면 <말>이라는 잡지를 통해 노근리에 대한 사건을 처음 다루게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의 포커스는 노근리 사건과 미군들의 만행에 대해 초점이 맞춰져있다. 민주화 운동 붐이 일고 데모를 많이 했던 세대들 그러니까 기성세대분들이 학생 때였을 때 많이 외쳤던 자주독립 미군철수의 슬로건이 만연했을 때 노근리 사건이 수면 위로 올라갈 수 있었다. 그전까지만 하더라도 사건이 묻힐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미군에 의존적인 경제사정 때문이었고 약소국이었기 때문이었다.
제2의 노근리 사건은 찾아보면 엄청나게 많을 것이다. 다시 표현하면 미군들에게 학살 당한 사람들이 많고 전국각지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이 책을 읽었을 때 노근리에 대한 사건에 대해 생각하기 보다도 아직 알려지지 않은 지역과 사람들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불쌍하게 돌아가신 우리 할아버지 세대의 한들을 알아주지 못하고 풀어주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그 감정은 더욱 커져만 갔다.
이 책의 절반 정도는 우리나라 안에서 미군의 잔혹함에 대해서 이야기 해주고 있다. 읽으면 읽을수록 미군들이 우리나라 사람들을 왜 이리 죽였는지 충격적이었다. 미군부대에 들어와 도둑질을 했다고 죽이고 그냥 길거리에서 죽이고 강간하고 등등 이유는 여러 가지였다. 그 사례들을 쭉 살펴보니 우리나라 가운데 반미감정이 없을 수가 없겠구나 싶었다. 단지 한국전쟁에서 우방국으로 우리나라를 도와준 고마운 나라로 인식했던 나는 그 이후에 미군들의 만행을 사건별로 살펴보니 고마움과 분노가 공존하는 마음이 들었다.
미군들이 주둔하는 나라들에 벌어지는 공통적인 사건사고였다. 오키나와도 그랬으며 아마 내가 모르는 타국의 미군부대의 실정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인터넷이 덜 발달된 시기여서 쉽게 숨길 수 있고 그래서 더 악행을 저질렸을려나? 아니면 미군들이 계몽이 되었나? 아니면 내가 관심이 없는 거지 지금도 그 만행이 현재진행형이려나?
요즘은 덕분에 어떠한 사람이 표현하는 정치색을 좀 더 깊게 공감할수있게 되었다. 그분이 어떠한 환경에 자랐길래 저런 생각을 가지게 되었을까 하고 말이다. 만약 할아버지가 노근리 사건에 주인공이었고 장애를 입어서 가정이 불우해졌고 그 가정에서 자란 아버지는 경제적으로든 정서적으로든 건강하지 못한 상태에서 많이 배우지 못하여 육체노동을 일삼아 생계를 유지한다는 상황이라면 대대로 이어지는 반미감정을 이성적 사고로 끊어버리고 우물 밖으로 나갈 수 있을까? 그래서 한 없이 진한 정치색을 표하는 사람들을 보고 눈살을 찌푸리기 보다도 좀 더 공감과 포용심을 가지기로 했다. 그것이 좁은 의미로 아까 김정희 작가가 말씀해 주신 비극의 반복되지 않는 시작점이 되지 않을까 싶다.
3. 아픔을 공감해보는 여행
노근리 그 해 여름 그러니까 7~8월 사이에 피난길에 따라 그 길을 한 번 걸어보고자 마음을 먹었다. 그 더운 여름날에 철길을 따라 노근리 까지 올라가는 그 길이 어떠했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그분들이 겪었던 그 사실을 조금이나마 공감하고자 여행계획을 짜보았다. 우선 차를 노근리 역사공원에 주차를 하고 시내버스를 타고 주곡리까지 내려온다. 그때부터 이제 걷기를 시작하는 것이다. 주곡리에서 임계리까지 걷고 다시 철길로 올라와서 비탈에서 잠시 쉬다가 노근리까지 올라가는 여정이다. 마지막에는 쌍굴다리까지 가는 것으로 마무리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