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김완의 죽은 자의 집 청소를 읽고

[아래 글은 2020년 8월 22일에 작성하고 독서모임에서 나눈 독후감입니다.]
[이 독후감은 2020 제 1회 ㅁㅅㅋ 광양 독서모임 문집에 실었습니다.]
[저작권 문제로 발췌된 부분을 삭제하거나 일부 수정했습니다.]

1. 죽은 자의 집 청소, 제목에 관하여 읽기 전 본인의 감상

바이오해저드 특수청소라는 업체가 생각이 났다. 이 업체는 범죄현장이나 고독사 하신 분들의 방을 전문적으로 청소하는 업체이다. 특히나 다큐멘터리로 그 분들이 일하는 모습들을 봤기 때문에 더욱 기억이 난다. 그 영상에서 제일 기억이 남는 것은 구더기다. 구더기가 시체 안 그리고 그뿐만 아니라 벽지 안에도 구더기가 있다는 사실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2. 독후감

다 읽고 나서야 이 책이 1장과 2장으로 나눈 이유를 알게 되었다. 내 생각엔 1장에는 특수청소에 대한 에피소드를 중점을 두었고 2장에는 좀 더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아 낸 듯 하다. 우리 삶 속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없는 직업이기에 이런 순서는 나 같은 독자들에게 친절함을 베푼 작가의 온정이 느껴졌다.


책을 읽으면서 두 편의 영화가 떠올랐다. 하나는 장의사의 이야기를 다룬 <굿' 바이: Good & Bye>라는 제목을 가진 일본영화이고 또 하나는 한국영화 <빈 집>이다. 이 영화는 죽음에 대한 주제는 아니지만 에피소드 중 노인의 고독사에 대한 이야기가 있기 때문에 생각이 났다. 그리고 이 영화가 상기된 덕분에 한 때 김기덕 감독의 영화를 좋아했던 과거의 나의 모습을 기억 할 수 있어 반가웠다.
재작년 할아버지가 돌아가셔서 그런지 이 책을 읽고 죽음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았다. 할아버지의 죽음과 이 책에서 나오는 죽음은 두 가지 단어로 판가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첫번째로는 <사회성>이다. 할아버지는 죽기 전까지 요양원에 계시다 그 곳에서 명을 다하시고 장례식장으로 가셨다. 그 장례식장에는 할아버지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찾아왔고 그렇게 할아버지는 죽음 이후예식으로 그의 마지막 존재를 알리셨다. 책에서 나온 인물들은 어떠한가? 그들의 죽음 이전과 이후에는 누가 관여되어있었을까? 생각해보면 죽음 이전엔 전기,가스 고지서를 붙이러 오는 공무원 아니면 집주인, 임대인이 찾아왔었고 그 이후에는 그들의 가족보다는 특수청소 근무자들이 찾아왔다. 그들이 홀로였다는 것은 함께하고 있던 그들의 물건들이 그 증거가 된다. 사회에서 고립된 그들은 인간존엄성 마저 잃어버리게 된 것이 아닐까?


두번째는 <사후처리>이다. 할아버지의 경우에는 장례지도사 혹은 장의사가 할아버지의 시체를 예식을 통해 처리를 했다. 하지만 책 중에 나온 인물들은 특수청소라는 이름으로 한 업체의 근로자가 그들의 시체를 처리했다. 청소는 쓰레기를 치우는 것이 청소 아닌가? 청소라는 단어가 거북하게 느껴지게 되었다. 기분은 나쁘지만 죽은 자를 보고 누가 누굴 불렀나 따져보면 납득이 됐다. 할아버지를 보고 가족들은 장레지도사를 불렀고, 임대인은 죽은 자를 보고 특수청소를 불렀다.


제목을 다시 살펴보며 구조적으로 생각해보았다. 죽은 자의 집 청소. 수식어 다 빼면 집과 청소만 남는다. 초점은 집과 청소에 잡혀있다는 것이다. 애초에 단순히 죽음에 대해서만 이야기 하고 싶었으면 제목이 달라졌지 않았을까? 보통 집이 아니라는 것을 이야기 해주고 싶었을 것이다. 그것도 죽은 자의 집, 상태를 보면 이미 죽은 사람이라는 의미이다. 보통, 집은 살아있는 자들이 지내거나 비어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죽은 자의 집은 자연스럽지 않은 표현이라 생각했다. 집의 본연의 모습을 찾기 위해 청소를 하고 빈 집으로 만들고 그 집은 살아있는 자들을 맞이하기 위해 새 단장을 하게 된다. 책 제목이 자연스럽게 느껴진 것은 죽은 자의 집과 청소가 합성 되어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라는 의심을 해보았다. 하지만 이런 시선으로 제목과 책을 볼 때 부끄러워졌다. 나 역시도 임대인들처럼 죽은 자들이 청소되어야 한다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 재작년 할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장례를 치른 기억이 난다. 그에 비해 이 책에서 나온 분들은 자살 혹은 고독사로 (일본에서는 고립사라고 표현한다.) 삶을 마감했고 또한 그들은 제대로 된 장례를 치르지 못했다. 장례인도자로서 장의사라는 직업이 있다. 또 그에 비해 책에서는 그들을 특수청소해주는 업체가 있을 뿐이었다. 청소라는 그 표현이 이질적이게 느껴졌다. 과연 그들을 쓰레기 취급 하는 것이 합당한 걸까? 한창 심리학을 좋아할 때 데이비드브룩스의 <소셜 애니멀>라는 책을 소개 받아 본 적 있다. 그 책 제목처럼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라는 점을 비롯해 볼 때 사회에서 고립된 이들은 인간 존엄성을 잃어버렸기에 쓰레기 취급 받게 된 것이 아닐까 나름 결론을 내려봤다 처음부터 장의사라는 직업이 생긴 것은 아닐 것이다. 사회가 요구해서 자연스럽게 생겼다. 특수청소 근무자들도 마찬가지로 개인주의화 되는 사회가 요구되었기에 생긴 것들이고 최근에야 조명됐다 볼 수 있다. 그리고 여기서 마주하고 싶지 않은 차이점을 체크해야 하는 것이 있다. 특수청소 근무자들은 염연히 자본주의 법칙으로 부름을 받는다. 더 자세하게는 임대인의 부름을 받아 죽은 자의 집을 청소한다. 어차피 그 죽은 자의 대다수는 그 집의 주인이 아니기 때문에 그 이후의 처리에 대해서 쉽게 왈가왈부 할 수 없다.

3. 인상 깊었던 문장

아마도 여기 천장 어딘가에 고양이가 죽어 있는 것 같아요.
[김완(지은이) 김영사 2010 150p]


죽음과 관련된 특수청소 일에도 직업병이 있다는 게, 물론 어떤 직업이던지 간에 직업병이 있겠지만은 신선한 자극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