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제목을 보고 든 생각
빛의 속도로 갈 수 있다면 뭘 할 수 있을까? 하지만 제목은 갈 수 없다면이다. 원래는 할 수 있는데 할 수 없음을 가정하는 표현이다.
그리고 우리라고 칭한다. 너도 아니고 나도 아니고 우리 그러면 네가 하면 나도 해야 되는 거야?라고 생각했다.
우리가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누군가 외친다. 과연 나는 그것을 얼마나 순응했고 무시했는지 되뇌어보았다. 나 또한 점점 차가워지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내 비치는 것 같아 썩 그리 기분이 좋지 않았다. 아무래도 에리히 프롬의 사랑이 다시 필요한 게 아닐까 싶다.
2023.01.16 - [소소한 지식/독후감] - [독후감] 김초엽 작가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읽고
2. 독후감
책 속에 있는 7개의 작품 중에 어떤 것이 가장 끌렸을까 고민해 보았다. 어려운 결정이었다. 제일을 고르는 것이 오십 보 백보일 것만 같지만 <감정의 물성>이 그나마 끌렸다. 왜냐하면 최근에 읽었던 양귀자의 <모순>과 연결고리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영화 <매트릭스>를 보면 왠지 모르게 철학적인 고민을 하게 된다. SF소설 또한 이와 비슷한 효과를 내곤 한다. 하지만 작가는 순수하게 공상과학소설을 썼는데 독자나 비평가들이 철학적인 의미를 뽑아낸다면 그것도 웃긴 사실이다. 꿈 보다 해몽이라고 했나. 김초엽 작가가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기 위해 SF장르를 사용했다면 경외심을 가지기 충분한 작가일 것이다.
다른 작품들을 살펴보더라도 교훈 없는 SF는 없었다. 김초엽작가가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메시지가 중요하지 않을까 다시금 생각해 본다. 책을 읽는 독자 입장에서는 메신저가 어떻든지 간에 내 마음속에 들어온 메시지에 집중하는 것이 더 값진 것이다. 나도 여느 독자와 비평가들처럼 작가가 생각하지 못했던 그 해몽을 선보이고자 한다.
2-1.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데이지가 소피에게 쓰는 편지 형식으로 소설이 시작된다. 데이지는 순례자들이 갔다 오는 시초지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데이지는 도서관에서 올리브의 기록을 보고 궁금증을 해소한다. 올리브는 데이지와 마찬가지로 시초지가 아닌 마을 출신인 것 같다. 올리브는 릴리라는 사람을 찾아 나선다. 릴리는 마을을 만든 장본인 그리고 유전자 조작으로 신인류를 만들어낸 사람이다. 릴리의 그러한 연구 시작의 욕구는 릴리의 완벽하지 못함에 있었다. 모든 것을 통제하여 완벽한 신인류를 만들어낸 릴리는 꿈이 있었다. 그 꿈은 서로의 결점을 신경 쓰지 않는 사회였다. 순례자들이 모두 돌아오지 못한 이유는 시초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품은 사랑 때문이었다. 흉보지 않는 마을 사람들이 시초지에 사는 사람들과 사랑에 빠지면서 그들이 감당하고 있는 고통에 대해서 통감한 것이다. 이로써 데이지는 순례자들의 비밀을 알게 되고 소피에게 작별인사를 한다.
최근 리처드 윌킨슨의 <평등이 답이다>라는 책을 읽었다. 그 책의 골자는 우리 사회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부유해졌는데도 왜 행복하지 않은가를 설명한다. 그 해답은 불평등에 있다고 저자는 이야기하고 있다. 릴리가 살고 있는 사회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타인과 비교하는 삶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와 다를 것이 없다. 자본주의의 기본은 서로와의 비교하는 것이고 그것을 바탕으로 소비는 미덕이라 주창하고 있다. 굶주리는 사람이 적어지고 음식물쓰레기 배출을 고민하는 지금은 과연 행복하다고 할 수 있을까?
릴리가 만들어낸 불평등이 타파된 마을에서 주기적으로 시초지로 사람들 보내오고 마을사람들은 시초지 사람들에게 연민을 느껴 시초지에 체류하게 된다. 어떤 의미를 가져올 수 있을까? 평등한 사회가 불평등한 사회에게 관심과 사랑을 나눠주자는 의미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평등과 불평등에 극단에 있는 북유럽 국가와 미국이 힘을 모아서 평등사회로 거듭나기를 노력해야 될 것이다. 유토피아적인 매우 이상적인 이야기겠지만 마을사람들이 시초지에 남아있는 것처럼 그리고 그곳에서 괴로울 것이지만 그보다 많이 행복할 거라는 데이지의 결심이 전지구적으로 비교하지 않고 평등해지는 첫 발걸음이 될 거라 본다.
2-2. 스펙트럼
희진은 우주에서 조난을 했고 어느 행성에 표류를 했다. 지구와 비슷한 조건을 가진 행성이었다. 그곳에서 새로운 생명체를 만나고 희진은 루이라는 생명체와 같이 살게 되었다. 희진은 루이의 소유물처럼 여겨지며 말이다. 그들의 수명을 짧았다. 하지만 루이가 다시 나타나며 희진을 보살폈다. 희진은 네 번째의 루이까지 만나게 된다. 다시 태어난 루이가 어떻게 희진을 기억하는지 희진은 의문을 품었다. 하지만 루이가 다시 태어난 것이 아니라 루이가 남긴 그림을 다음 루이이가 보고 희진을 보살피게 된 것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가 없다.라고 신채호 선생이 말했다. 루이가 소중하게 여긴 희진을 미래의 루이에게 전달하기 위해 그림으로써 기록한 것이다. 그러므로 어떤 하나의 기록과 역사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역사를 단지 고리타분한 과목이라 생각하지 않고 접근해야겠다 싶다. 우리 아버지를 이해하기 위해 그리고 우리 할아버지를 이해하기 위해 더 나아가서 우리 선조들을 이해하기 위해 역사는 필요하다. 그들을 이해하는 것을 오히려 내게 유익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기성세대들이 어떤 환경에서 자라왔는지 살펴보지 않으면 그들에 대한 이해는 없다. 결국 세대갈등이 일어나면 부정적인 감정이 남게 된다. 부정적인 감정으로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기 위해서는 역사를 잊지 말아야겠다는 나름대로의 결론을 내려본다.
2-3. 공생가설
해몽하지 못함.
2-4.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안나라는 노인은 슬랜포니아 행성에 아들과 남편을 둔 인물이다. 그곳은 빛의 속도로 가더라도 수만 년이 걸리는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하지만 노인은 폐기된 정류장에서 오지도 않는 우주선을 기다리고 있다. 정류장을 관리하는 업체 남자가 노인에게 다가가 처리를 시도 할 때 노인은 남자 몰래 그녀의 오래된 셔틀로 인가되지 않은 비행을 감행했다. 결국 노인은 결코 닿을 수 없는 가족 곁을 향하는 것을 선택했다.
워프항법이 폐기되고 웜홀을 통해 비행이 시작이 되면서 슬랜포니아 행성은 먼 우주가 되어버렸다. 새로 발견된 웜홀 통로들 때문에 그녀는 가족들과 생이별을 하게 된 것이다. 우리도 어떠한 상황 또는 기술개발로 생이별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었을까? 우리 민족에게 생이별을 경험하게 하는 가까운 과거는 6.25 전쟁이 있다. 이념전쟁으로 한순간에 우리들은 가족들과 헤어져야만 했다. 정전 협정을 하고 70년이 지난 지금은 과연 우리들은 이산가족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우리는 이산가족에 대해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있을까? 그리고 우리 사회가 이산가족에 대한 사회적 비용을 얼마나 감당할 수 있을까? 2023년 서울대학교 통일연구원의 통계에 따르면 통일에 대한 20대의 부정적인 인식이 41.3%이었다. 다른 세대들 보다 더 부정적이며 개인적으로 앞으로 더 그 수치는 더 늘어나지 않을까 싶다. 비용적인 문제로 소설에서는 남자가 노인이 있는 정류장을 폐기하려고 했다.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로 돈이 아깝다는 문제로 관심이 없다는 문제로 이산가족 문제는 쉽게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안타까운 이야기겠지만 이산가족 이슈는 그분들이 고령화가 되어가면서 자연스럽게 잊혀만 갔다. 그렇다고 그냥 이렇게 넘어가는 것인가 싶다. 우리도 어떤 방식으로 노인 또는 이산가족처럼 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아픔을 공유하고 보살피는 사회의 인식 수준을 좀 고쳐나가야 하지 않을까? 장애인의 이동권이 자유롭지 못하는 우리나라에서 아직까지 부족한 게 한참 남은 걸 보아하니 과연 우리나라가 선진국 반열에 자신 있게 설 수 있나 싶다. 그런 나라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노인의 마지막 그 행동과 못지않을 것 같다.
2-5. 감정의 물성
감정의 물성이라는 돌멩이는 그 돌멩이를 지니고 있으면 제품을 따라 우울과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제품이다. 주인공은 다른 감정라인들 중에서 우울과 분노 증오와 같은 것들이 왜 팔려나가는지 의문을 품었다. 그 제품을 판매한 대표는 소비가 항상 기쁨에 대한 가치를 지불하는 행위는 아니라는 설명을 했다. 마치 슬픈 영화를 보고 우는 것 그리고 공포영화를 보고 무서움을 느끼는 것과 같이 말이다. 주인공의 연인 보현 또한 우울체를 구매했다. 보현은 추상적인 우울을 만져보고 싶다고 했다. 아마 보이는 우울을 통제하고 싶은 욕구가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연인을 마주하는 주인공은 물성이 어떻게 사람을 사로잡는가에 고민을 하고 있다.
시간과 돈을 쓰는 것을 살펴보면 그 사람을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앞서 항상 옳고 좋은 것을 소비할 것만 같은 편견은 깨져버렸다. 우리는 인간이기에 합리적이지 않고 이 성적이 않은 존재이다. 소비도 항상 좋은 것만 하지 않는다. 오늘 하루 과자를 샀다면 몸에 좋지는 않지만 기분은 좋다. 이 소비에 대한 판정은 어떻게 내릴 것인가? 우울체를 왜 사는지 가장 큰 의문은 왜 굳이 우울해지려고 하는 것이다. 우울증 치료제는 더 이상 우울하지 않게 도와주는 약이다. 하지만 우울체는 우울해지게 한다. 그럼에도 우울체를 더 찾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슬프고 우울하면 한 번 쏟아내듯 눈물을 흘려보라는 조언을 받은 적 있다. 하지만 그 조언은 쉽게 실천되지 않았다. 왜냐면 그 격정적인 눈물에 잠식당할까 봐 두려워서였다. 그 눈물을 통해 더 나약한 존재가 될까 봐 두려워서였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 눈물이 오히려 도움이 된다라는 전문자의 소견이 지배적이다. 간증 또한 그러했다.
부정적인 감정에 대해 관심을 두지 않는 나의 모습들을 마주할 수 있었다. 슬픔을 막고 분노를 막고 더 나아가서 불행을 막는 데에 초점을 둔 나머지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감내하는지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오히려 막는 것보다 잘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한데 말이다. 눈물을 참는 것보다 눈물을 흘리는 것이 더 유익한 것처럼 말이다. 눈물도 우울체도 감정의 물성이라는 것을 아차! 하면서 깨닫게 되는 기회였다.
2-6. 관내분실
데이터 사이언스에 관한 관심이 있어서 더 재밌게 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DBA(데이터 관리자)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관내분실이라는 용어가 쉽게 이해가 갔다. 그래서 오히려 빅데이터 기술에 대한 의문을 제쳐두고 이 작품이 주는 메시지에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었다.
망자를 데이터에 넣어서 보고 싶을 때마다 보는 것이 과연 유익할까?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라는 가사를 가진 노래도 있듯이 지나간 것은 다시 되돌리 수 없고 그런 의미가 있다. 갑자기 지민은 연을 끊어버린 엄마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녀 또한 엄마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백업을 해둔 엄마는 관내분실이라는 사실을 통보받게 되었다. 엄마가 관내분실이 된 것은 아빠가 엄마의 인덱스를 삭제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엄마의 요청이었다.
지민이 엄마를 보고 싶은 최초의 욕구가 생겼을 때 도서관에서 엄마를 만났더라면 어땠을까? 나는 오히려 더 잘 안 풀렸을 거라 생각한다. 엄마와의 지민의 문제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온 가족의 문제인 것이다. 관내분실인 엄마를 해결하기 위해 남동생에게도 연락을 하고 아빠에게도 연락을 했다. 결국 엄마와의 문제는 복합적이었다는 것을 반증했다. 엄마를 이해한다는 마지막 지민의 말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일련의 과정 덕분이었다. 관내분실되지 않은 엄마를 만났더라면 엄마에 대한 지민의 생각은 변하지 않았을 것이고 결코 엄마를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찻잔의 호용성은 그것이 비어있는 상태에서 만들어진다라는 이소룡의 명언이 있다. 지민이 엄마를 찾으려는 그 마음의 시작은 과거 엄마에 대한 감정을 비어낸 것으로 시작했다. 임신 덕분에 지민은 그럴 수 있었다. 찻잔을 채워가는 과정 속에 동생과 아빠가 있었고 결국 지민은 올바른 모녀관계를 회복했다. 그것은 엄마가 없었음에도 가능했다. 결국 지민은 비워냄으로써 채우게 되었다.
2-7.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
굳이 거기까지 가서 볼 필요는 없다고 말한 재경의 말을 가윤은 우주를 보고 나서 알게 되었다. 똥이냐 된장이냐 그것을 먹어봐야 아느냐를 둔 논쟁은 꽤나 오래되었다. 더 먼 우주를 가기 위해서 재경은 휴머노이드가 되어갔고 더 가혹한 훈련을 진행했다. 재경의 조건이 만족되었을 때 얼렁뚱땅하게 그녀는 심우주를 택한 것이 아니라 심해를 택했다. 가윤은 재경의 전철을 밟아 우주비행사가 되었고 그 준비도 같았다. 가윤은 왜 재경이 바다로 향했을까에 대한 의문을 품으며 훈련에 임했다. 결국 그 의문은 우주에 가서 비로소 풀리게 되었지만 우주와 바다는 어떤 공통점이 있었을까?
그것보다 나는 인간성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받게 되었다. 휴머노이드가 된 재경과 가윤은 인간일까 로봇일까? 그 질문을 좀 더 가까이하기 위해서 조니뎁 주연 <트랜센더스>가 생각이 났다. 주인공은 그의 모든 정보를 서버에 업로드했다. 그것이 성공적이게 되었고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어 전지전능한 신과 같이 되었다. 모든 정보에 접근할 수 있고 모든 IOT기기들을 통제할 수 있게 되었다. 결국 불멸을 원한 건 사랑하는 사람과의 영원한 만남이었지만 그렇게 된 주인공은 그것이 사랑이라 할 수 있을까? 그렇게 본다면 인간의 도전이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어서 행해질 때 그것이 인간의 도전이라고 칭해질 수 있을까?
터널 넘어 우주는 왜 탐험해야 되고 정복해야 될까? 사실 우주에 대한 인류의 관심은 언제부터 시작이 되었나 살펴보면 냉전시대에 증폭이 되었다. 대륙간탄도미사일과 우주왕복선의 기술은 한 끝 차이 밖에 나지 않는다. 이제 24년이면 아르테미스 계획으로 달 착륙하는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달 착륙하는 것이 나 그리고 우리에게 과연 대단한 의미일지 의문이다.
재경이 우주비행사가 되고 온세계 여성들의 우상이 되고 힘이 되어주었다. 유리천장을 깨 버리면서 말이다. 그 의미가 어떤 의미인지는 애플 TV시리즈인 <포 올 맨카인드>를 보면 참고가 될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재경의 역할은 우주비행사가 된 것으로 끝났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경험주의든 합리주의든 어쨌든 하나의 진리에 도달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결국 재경과 가윤은 같은 진리를 확보했다. 재경은 바다로 가면서 가윤은 우주로 가면서 성별, 인종 그리고 나이에 불문하고 우리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진리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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