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김영하 여행의 이유

1. 제목을 보고 느낀 점

 
너무 제목 자체가 근본적인 것을 질문한다. 꽤나 머리 아프겠는데? 하며 갸우뚱했다. 과연 여행의 이유가 뭘까? 오히려 이유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2. 독후감

 
결혼을 약속한 여자친구가 캄보디아 파견근무를 지원했다. 무심하게도 그 신청은 수월하게 받아들여졌다. 여행을 좋아하고 지난 2년간 그리고 앞으로 2년 더 장거리연애에 귀책사유가 있는 여자친구를 이번 계기로 좀 더 이해하기로 했다. 그래서 여자친구와 나 그리고 김영하 작가의 여행의 이유를 정리해보고자 한다. 
 
회사에서 사용하고 있는 문제해결 도구 중 하나인 5-Why 기법을 사용해 봤다. 끝없이 이어지는 물음에 지쳐 보이는 여자친구에게는 미안했지만 말이다. 그래도 집요하게 여자친구의 여행의 이유를 찾아보고 싶었다. 완벽한 5-Why를 수행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의미 있는 수확이 있었다. 여자친구는 재밌고 새로운 경험을 함으로써 기분이 좋기 때문에 여행을 한다고 답했다. 서울과 캄보디아 파견 근무를 이해하기에는 턱 없이 부족한 정보이지만 캐낼수록 생채기만 날 것만 같았다.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과 현상을 이해하는 것은 엄연히 다른 영역이다. 원인을 알고 그 편에 서서 지지해 주는 것도 멋지지만 현상을 묵묵히 지켜봐 주는 모습도 무릇 멋지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나는 왜 여행을 좋아하지 않을까? 고등학교 졸업하고 일본 세 번, 유럽 한번 그리고 호주와 베트남 한 번씩 갔다 왔다. 앞서 다녀왔던 여행이 과연 여행 그 자체를 즐겨서 갔다 왔을까 이야기하기에는 어려울 것 같다. 대학 입시 실패에 보상작용으로 자존감을 지켜내려는 마음이 유럽여행으로 행하게 만들었다. 그 이후 홍대병을 앓게 되었지만 기형적인 방법으로 자존감을 채워 나를 지킬 수 있었다. 호주는 대학 어학연수 프로그램으로 국비를 지원받아 다녀왔다. 취업준비를 해야 하는 황금기에 나는 일생에서 언제 호주를 가보겠냐라는 생각을 품었다. 그 가치를 높이 평가한 덕분에 코알라 냄새가 지독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베트남 여행은 취업준비한다고 휴학한 시기를 성공적으로 마친 기념으로 아버지가 나에게 준 선물이었다.
 
항상 나의 여행은 보상작용 역할을 수행했다. 그것이 나의 여행의 이유였다. 하지만 그런 내적 동기는 건강해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돌이켜 생각해 보면 여행 간 것에 비해 느낀 점이 부실했다. 단지 그런 여행은 내게 업적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내가 원하는 바람직한 여행은 이러하다. 최근 정지아 작가의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읽고 스레브레니차 대학살에 대해 관심이 생겼다. 더불어 발칸반도의 민족문제까지 그 관심을 커져만 갔다. 그래서 사라예보와 스레브레니차 등 역사적인 공간을 방문해보고 싶었다. 내적동기가 확실하고 역사와 비슷하게 테마가 있는 여행이 내가 바라보는 이상적인 여행이다. 유행에 따라가는 그런 훌쩍 여행 말고 내면 깊숙한 곳에서 들리는 동기를 마주하고 떠날 때 여행에서부터 느낄 수 있는 것들이 풍성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김영하 작가의 여행의 이유는 뭘까? 유년시절을 잦은 이사로 여러 지방을 쏘다니고 작가가 돼서는 어디 한 곳에 정주하지 않고 각국을 다니며 집필활동을 한 사람이다. <여행의 이유>라는 책을 쓰면서 김영하 작가 스스로 생각을 정리하길 원한 것 같다. 정체성을 찾고, 결핍된 어떤 것을 알아내고, 내 삶의 주인은 나라는 것을 느끼며, 내 자신을 조금 더 알게 된다. 그런 것들이 여행이라 김영하작가는 고백하고 있다.
 
우리는 타인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확인한다. 새로운 환경과 새로운 사람일수록 그 효과는 증폭되길 마련이다. 여행은 그 효과를 보기 위한 가장 손쉬운 방법이라 생각한다. 앞서 타인을 통해 자신을 마주하는 것은 때론 불쾌감을 느낄 수 있다. 그 방어기제를 참아야 참자아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여행은 방어기제를 생존욕구가 덮어주도록 도와준다. 타지에서 더 나아가 해외에서는 더 그렇다. 떠나고자 하는 의지만 준비만 된다면 내 자신을 알 수 있는 기회는 항상 우리를 반기고 있다.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는 한비야의 말과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김난도의 말을 새기는 것보다 여행의 이유를 물어보는 김영하 작가가 백 번 천 번 낫다. 내 마음 깊숙하게 숨겨진 그 이유를 찾기를 원하는 것이 내가 여자친구에게 원하는 주문사항이고 뜨내기로 마무리되지 않길 바라며 이 독후감을 내가 사랑하는 여자친구에게 헌정한다. 
 

3. 인상 깊은 구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