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김초엽 작가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읽고

[아래 글은 2021년 01월 30일에 작성하고 독서모임에서 나눈 독후감입니다.]
[이 독후감은 2020 제 1회 ㄱㅇ독서모임 문집에 실었습니다.]
[저작권 문제로 발췌된 부분을 삭제하거나 일부 수정했습니다.]


1. 제목을 읽고 생각



<우리가 빛 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제목을 보고 의아했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있고 뭔가를 할 수 있었던가? 더군다나 갈 수 없다면 이라고 가정하는 걸 보면 이때까지 빛의 속도로 뭔가를 했다는 이야기다. 그렇게 여러 이야기가 내포하는 셈이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있는 시대라면 그 시대에는 무엇을 누리고 있고 그것을 잃어버린 상황이라면 어떤 상실감을 느끼게 될까?


서점을 가서 책을 샀고 책장을 넘기기 전까지 공상과학소설이라는 것을 몰랐다. 알고 난 후, 제목에 대해서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됐엇는데 라고 그 고민했던 시간들을 아까워하며 자책했다.


책 표지는 공상과학책 같지 않았다. 책을 재미있게 보기 시작했던건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파피용> 덕분이었지만 <파피용>의 책 표지는 공상과학임을 암시했다. 하지만 김초엽 작가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그렇지 않았다. 다 읽고 눈에 들어온 건 출판사명이 허블이라는 것이다. 되게 재밌었다. 허블이라니 공상과학소설 출판사 이름에 걸맞지 않은가? 여러가지로 이 책은 많은 재미를 준다.

2.독후감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스펙트럼>, <공생가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감정의 물성>, <관내분실>,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 7개의 소설이 단편들이 묶여있는 책이다. <감정의 물성>을 기점으로 먼 미래와 가까운 미래의 이야기로 구분지을 수 있다. 앞에 4개의 단편들은 단순 우주가 배경이고 나머지 3개의 단편들은 보다 현재 꿈 꿔 볼 수 있는 미래같다. 그런 점에서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이 가운데에 위치하는데 있어 의미가 있다 생각했다. 배경은 먼 미래이지만 내용은 과거,현재,미래 모든 시제에 공감 할 수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등장인물들을 노인과 남자로 특정하여 <세대차이>로 상황을 설정해보인다. 이 설정으로 노인이 말하는 <헤어진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서 집중할 수 있었다. 한 세대의 주류였던 노인이 젊었을 때, 워프 항법이 개발되고 제3행성에 갈 수 있게 되었다. 노인의 남편과 아들은 슬랜포니아 행성계로 떠났고 노인은 지구에 홀로 남았다. 노인은 냉동 수면 기술자이고 나름 사명감을 가지고 있었다. 워프 항법에는 시간이 꽤나 걸리기 때문에 냉동수면 기술인 딥프리징이 중요했다. 그런 의미로 노인이 사명감을 가지게 된 것은 자연스러웠다. 노인이 연구에 전념한 것은 위와 같은 우주 개척에 대한 사명감일 수도 있겠지만 가족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수 있는 심리적인 요인도 크다. 결국 딥프리징 기술이 상용화 되면 워프 항법에서의 한계를 극복 할 수 있게 되니 말이다.


슬렌포니아행 우주선의 마지막 출항을 앞두고도 컨퍼런스에서 발표한 노인은 아마 <헤어진다는 것의 의미>를 체감하지 못 했을 것이다. 워프 항법은 웜홀 통로가 발견되고 나고 사양산업이 되었다. 노인이 연구하는 것 또한 사양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리고 워프 항법이 완전히 사양이 되고 나면 슬렌포니아에는 웜홀 통로가 있지 않는 한 갈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노인은 남편과 아들과 생이별을 한 셈이다.


노인은 한 없이 오지 않을 우주선을 기다리며 정거장을 지키고있다. 남자는 상부의 지시로 정거장을 정리하러 노인이 있는 정거장에 왔고 남자는 노인을 회유하기 위해 대화하며 노인의 세대에 대해서 이해 할 수 있었다. 남자는 역사로만 알 고 잇었던 워프 항법 그리고 딥프리징 그리고 지구에 남겨진 가족들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는 그 이야기를 머리로는 이해 할 수 있어도 가슴으로 이해 할 수 없었다. 남자가 이 곳에 온 목적은 단순히 노인을 회유하기 위함이 었다. 하지만 노인은 회유되는 척 남자를 속이고 본인의 셔틀을 타고 슬렌포니아 쪽으로 향했다.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인 노인의 행동을 이해 할 수 없겠지만 노인은 본인의 삶 속에서 가장 중요하다 생각하는 것을 찾으러 갔다.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우리나라의 이산가족이 생각이 났다. 625전쟁 이 후 남북이 분단이 되면서 많은 이산가족들이 생겨났다. 갈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 생이별이나 마찬가지 였다. 85년부터 지금까지 21회의 이산가족 상봉이 이었지만 71%가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 있었다. 그렇게 우리 사회에서 이산가족에 대한 관심이 적어졌다는 것이다. 노인이 이산가족이 된 것은 경제적인 이유로 워프 항법이 사양되고 노선이 없어졌다. 625전쟁 이산가족 또한 마찬가지 아닐까? 경제적인 이유, 정치적인 이유, 이제는 이산가족이 돌아가셨다는 이유 등등의 이유로 우리는 소설 속에 남자처럼 행동하고 있다. 노인은 떠나기 전 이런 말을 했다. "워프 항법이 폐기된 것처럼 또다시 웜홀이 사라진다면?" 지금은 이산가족이 떠올랐지만 잊혀진 것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본다. <관내분실> 단편에 보면 기술발전으로 신세대들은 책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지만 책에 담긴 많은 메시지와 추억들이 있다. 감히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의 이 책 제목을 <잊혀지는 것에 대한 무관심>으로 바꿔보며 기억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