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읽기 전 제목 및 표지에 대한 감상
하류일까 상류일까 생각하게 되는 표지이다. 그리고 띠지에 문학동네와 소설과 50인이 뽑은 소설가 1위라는 수식이 압도적이었다. 김연수 작가는 처음 듣는다. 연수라는 작품을 젊은작가상에서 읽은 적이 있는데 장류진 작가가 생각이 났다.
분절해서 각인되기 쉬운 제목 이토록 평범한 미래는 수식어와 미래의 속성이 맞지 않아서 그런지 분명이 어떤 의미가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토록이라는 말이 쉬운 길을 어렵게 간다는 형용사의 의미 같기도 했다. 내게는 어떤 미래가 있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어렷을때부터 엄마는 평범하게 사는게 어렵다고 했다. 그게 뭐가 어려울까 싶었지만 평범함의 기준은 서로 다 달랐다. 그럼 도대체 평범이 뭘까?
2. 독후감
김연수 작가의 단편집 8개의 단편의 공통점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나선형으로 구성했다는 점이다. 메시지에 접근하기 위해서 화자가 타인을 바라보는 구조를 설정했다. 『이토록 평범한 미래』 같은 경우는 지민과 함께하고 『난주의 바다 앞에서』는 정현이 은정과 함께한다. 주인공은 주인공 나름대로 스토리가 진행된다. 하지만 그 스토리에 타자가 들어오면서 비로소 메시지는 타자에게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나선형으로 그 주위를 돌면서 핵심으로 들어가는 그런 구조는 독자로 하여금 깊게 몰입할 수 있게 도와주며 화자의 시선과 동일하게 하여 메시지를 가깝게 느낄 수 있게 해준다.
모든 단편에서 특별한 장소들이 언급된다. 광화문, 추자도, 모슬포, 몽골 고비사막, 메릴랜드, 도쿄, 여러 출장지와 할아버지의 병실까지 8편 모두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리며 책을 읽을 수 있게 장소들이 특정된다. 앞서 이야기한 단편에서 이야기하고 싶은 메시지와는 상관이 없겠지만, 덕분에 그 장소를 가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추자도는 기상악화로 결항이 되어 가고자 하는 마음이 결실되지 못했다. 하지만 그 마음은 여전히 남아있어 그 대신 언젠가는 고비사막 투어를 가겠노라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해보니 이 책은 나에게 여행서적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앞서 읽었던 김영하 작가의 『여행의 이유』에서 여행의 이유를 다시 물어본다면 소설에서 묘사되는 장소를 찾아보고 싶은 독서활동의 마침표이자 모험이라고 설명하겠다. 이 설명은 어려운 말로 도포하는 지난날의 설명보다 훨씬 내 마음을 적절하게 대변해주고 있다.
8개 중 심금을 울렸던 작품은 『다만 한 사람을 기억하네』이다. 게이세이사쿠라역 부근 카페에서 희진은 아카이도리의 <하얀 무덤>이라는 노래를 요청한다. 그 곡을 좋아했던 후쿠다 준은 우연히 그 곡을 듣게 되고 심심찮은 위로를 받게 된다. 자살하려던 후쿠다에게 희진은 생명의 은인이 된 셈이다. 훗날 그것이 계기가 되어 K-Culture 진흥회 회장이자 국회의원이 된 후쿠다는 희진을 초청하게 된다. 그날들을 다 회상하고 감사 표현을 했다. 물론 희진은 기억 속에도 없지만 말이다. 하지만 희진은 그것을 기억하려고 할 때 모르는 사람에게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더 나아가서 희진은 “우리가 누군가를 기억하려고 애쓸 때, 이 우주는 조금이라도 바뀔 수 있을까?”라고 이야기한다. 희진의 그 물음이 마치 나에게 전달되는 듯했다. 나도 희진과 마찬가지였다. 단순히 현재 나의 행동과 태도가 누군가에게 위로 또는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의미했다. 그리도 누군가를 기억하려고 하는 힘은 생각보다 강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기억하는 본인과 그 기억 속에 있는 당사자 모두에게 그 힘이 미치기 마련이다.
3. 인상 깊은 구절
세컨드 윈드 고생 끝에 낙이 온다라고 달리 표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 과정을 이렇게 생각하면 더 쉽게 지나갈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내면에 어떤 문제가 생긴다면, 자신이 바라보는 세상의 모습도 어딘가 뒤틀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것은 지극히 주관적인 믿음에 가까웠지만, 그는 늘 눈앞에 펼쳐진 세계의 모습을 통해 지금 자신의 내적 상태를 점검하곤 했다. 거리의 풍경을 면밀히 살펴보거나 들리는 소리에 자세히 귀를 기울이는 건 그의 오랜 습관이었다.
이토록 평범한 미래 | 김연수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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