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정세랑의 시선으로부터

1. 읽게 된 계기

 

저번 독서모임에서 양귀자의 모순을 할지 정세랑 작가의 작품을 할지 고민했다고 한다. 결국 모순으로 선정되어 독서모임을 하게 되었다. 이런저런 이야기하다가 정세랑 작가의 책이 언급이 많이 되었었다. <보건교사 안은영>을 쓴 정세랑 작가였다. <보건교사 안은영>은 매체를 통해서 알고 있지만 정세랑 작가는 몰랐다. 그리고 데이나님과 칼린다님의 입에서 정세랑 작가 이야기가 나왔고 데이나님에게 건강한 열등감을 가지고 있는 나에게 자극이 되었다. 약간의 착한 보복심리로 독서모임에서 읽어야 할 정호승 시인의 <산산조각> 말고 책을 읽어보자 마음을 먹었다. 이런 건강한 열등감이 지속되어 독서의 총량과 알게 되는 작가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언제 어떻게 독서모임을 나갈지 모르겠지만 새로 뵙게 된 데이나 님의 지식을 다 내 것으로 만들고 말겠다!

 

스터디 카페에서 공부는 안하고 오닉스 맥스3로 독서를 했다.

 

2. 독후감

 

2-1. 제목을 보고

 

정세랑 작가의 책을 뭘 읽어야 할까? 고민이 되었다. 데이님이 길게 설명하고 이야기한 정세랑 작가여서 그 작가 자체에 대해서 관심이 많이 갔다. 그렇지만 청개구리 심보로 <보건교사 안은영>은 읽고 싶지 않았다. 유명한 작품이어서 그런지 끌리지 않았다. 그래서 정세랑 작가의 초기작을 찾아보기로 했다. 밀리의 서재에는 <아리의 소설> 밖에 없어서 리디에서 전자책을 구매해서 샀다. 결국 <시선으로부터>라는 작품을 읽기로 했다. 표지에 대한 마케팅을 경계하는 나였지만 웃기게도 파란색 파스텔톤 표지가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더불어서 시선으로부터라는 제목이 딱 떨어지는 느낌이 들어서 읽고 싶었다. 하지만 읽기 전만 하더라도 시선으로부터라는 제목의 시선(視線)인 줄만 알았다. 누구나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처음부터 약간의 반전이 있는 소설이었다.

 

2-2. 본문을 읽고

 

심시선이라는 할머니를 하와이에서 추모하는 이야기로 아주 단축시킬 수 있는 소설이 되겠다. 심시선을 중심으로 소설이 전개가 된다. 심시선을 중심으로 그리고 밑으로 2세대가 나온다. 특이한 점은 그들이 모두 함께 하와이로 가서 심시선을 기리는 행사를 한다는 것이다. 심시선은 1930년대쯤 사람인 것처럼 보인다. 90년대생인 내가 느끼기에 그녀의 손녀가 내 또래일 것 같은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때 사람인 것 치고 심시선은 완전 파격적인 인물이었다. 잔다르크라고도 할 수 있는 인물이었다. 그녀는 기존의 관습에 저항하는 인물이었다. 관습을 저항하려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니라 그녀만의 철학이 관습과 척져있을 뿐이었다. 제사도 지내지 말라고 하는 심시선의 말에 웃기게도 그녀의 자식들과 손자들은 제사의 또 다른 형태로 심시선의 역사적인 공간이었던 하와이를 가기로 마음을 먹는다.

 

소설의 본문이 시작하기 전에 앞 장에 가계도를 첨부를 해두었다. 정세랑 작가의 친절함을 맛볼 수 있었다. 그녀의 뜻일지 출판사의 뜻일지 모르겠으나 등장인물이 많이 나오는 작품이라 누가 누군지 헷갈리기 일쑤였다. 나 또한 제대로 읽지 않고 그냥 느낌적으로 읽어 내려갔기에 심시선의 첫째 자식이 누구고 그 자식과 둘째의 관계는 어떤지 설명해 보라고 하면 이야기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래서 소설을 다 읽었다고 하기에 민망할 것 같다.

 

 

 

여성 서사 중심으로 소설이 흘러가는 것이 핵심이겠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억지로 여성을 쓰겠다는 느낌은 못 받았다. 요즘 읽는 책들이 그러하고 인기 있는 소설이 그러해서 익숙해져서 그럴 수도 있겠다. 하지만 여성의 이야기 보다도 하나의 사람 이야기로 쉽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어떻게 보면 심시선을 구심점으로 옴니버스식 구성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심시선과 연결고리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인데 소설에서 총 1장부터 31장으로 구분되어 있고 장마다 화자가 다르고 바뀐다. 예를 들어서 1장에서는 첫째 딸이 2장에서는 손녀가 나오는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31장 모두 심시선과 연관이 되어있다. 

 

등장인물들을 많게 해서 던질 수 있는 주제가 많아졌다. 누구는 환경에 문제가 많고 누구는 자신의 커리어에 대해서 꿈이 있다. 중년의 여성은 그 나이에 맞는 고민을 가지고 있다. 정세랑 작가의 <시선으로부터>는 전 연령을 품을 수 있는 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등장인물들이 많을수록 특히나 연민이 가는 인물들이 있기 마련이고 그것을 확인하는 재미도 있다. 

 

어중이떠중이로 책을 후다닥 읽은 것 같아 부끄럽기만 하다.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거듭나기 원하지만 아직까지 책을 좋아하는 사람인 것 같아 괜히 의기소침하다. 책 읽는 동기가 열등감과 보복감이 아니라 순전히 기쁨으로 읽게 되는 그날을 바라보면서 점점 성장해 갔으면 좋겠다. 오늘날의 이 모습이 그날까지 가는 과정이라 생각하고 정세랑 작가의 <시선으로부터>가 그 과정에 하나의 분기점이라 생각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