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제목만을 읽고 감상
밝은 밤, 어울리지 않는 단어의 조합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밝은은 시각적인 개념이고 밤은 시간적인 개념이라고 생각해보고 또한 한자어로 백야라고 생각해보니까 스칸디나비아나 알래스카의 백야가 생각이 났다. 시간적으로 밤이라고는 하지만 낮처럼 밝은.
2. 독서모임 준비
개인적으로 느꼈던 교훈과 그 교훈을 토대로 실천한 내용이 있지만 좀 더 구조적으로 바라보기 위해 가계부를 작성해 보았다. 펜을 들고 분석적으로 접근하면 책을 읽었을 당시 느꼈던 감동들이 상쇄되는 단점이 있지만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교훈이 무엇인지 면밀히 하고 싶었다. 뼈대를 깔끔하게 발라내면 살코기만 남게 되듯이 메시지를 찾고 싶었다.
책 내용에서 장소 이동은 삼천에서 개성, 개성에서 대구, 대구에서 희령이었다. 장소 이동이라는 말도 되지만 주인공의 가족들의 발자취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주인공인 지연의 이동은 서울에서 태어난 것으로 추정되고 희령에 잠시 지냈다가 다시 서울로 갔고 이혼을 겪고 다시 희령으로 오게 되었고 새로운 직장을 위해 대전으로 떠났다.
책의 이야기 흐름은 주인공이 할머니에게 질문하는 것으로 시작해서 할머니가 들려주는 옛날이야기로 주를 이룬다. 할머니가 이야기를 한다고 해도 엄마, 할머니, 증조모, 고조모와 같이 주인공 입장으로 표현되고 있다. 이런 표현들이 마치 주인공과 같이 우리도 할머니에게 옛날이야기를 드는 것 같은 느낌을 주게 된다. 어쩌면 이런 글쓰기가 독자들에게 집중력을 향상해주는 요인 중 하나일지 모르겠다.
주인공의 집안에서 여자들은 모두 자기 삶에 있어서 중요한 것들을 상황으로부터 자기 결정권을 침해당했다. 증조모는 증조부의 거룩한 부담감으로 구원받듯이 부부의 연을 맺었다. 증조모는 선택지가 많지 않았다. 처녀로 남게 된다면 일본군에게 잡혀가게 되니 말이다. 할머니와 엄마와 주인공은 모두 결혼을 현재의 탈출구라 여기고 결혼을 했다. 할머니와 엄마는 보통의 삶을 갈구했다. 할머니는 백정의 자식이라고 뭇매를 맞는 증조모 밑에서 자랐고 엄마는 아빠 없는 아이를 키우는 할머니 밑에서 자랐다. 그들의 자식들은 하나 같이 평범 하길 원했다. 그 줄기는 끊어지지 않고 주인공으로 향하게 되었다. 주인공은 그런 엄마의 모습이 싫지만 본인 스스로도 엄마와 비슷한 이유로 결혼했고 파국으로 치닫았다. 서로 보통이라는 개념이 달랐던 것이다.
책 내용에서 항상 조력자들이 존재했다. 증조모에게는 새비 아주머니가 있었고 할머니에게는 희자가 있었다. 엄마에게는 명희 언니가 있었고 주인공에게는 할머니가 있었다. 주인공의 가족들은 항상 가장 가까워야 하는 가족에게 의지하며 털어놓은 것이 아닌 제 3자에게 의지했다. 그만큼 가족들에게 신뢰를 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몇 달 전 회사에서 행복한 일터라는 주제로 비대면 교육을 받은 적이 있다. 그 교육에서 HD행복연구소의 조벽 박사님이 강사로 나왔다. 그분이 주장하길 관계가 망가지는 것이 미끄럼틀처럼 된다고 했고 그 단계가 10단계까지 있다고 했다. 그중 10단계 중 7단계는 다른 대화 대상이 생긴다는 이야기였다. 예를 들자면 부부 사이의 대화가 부부끼리 대화하고 논의하는 것이 아닌 남편과 시어머니 혹은 아내와 장모님과 하게 된다는 것이다. 즉 엉뚱한 사람들과 논의를 하는 것이고 쓸데없는 대화라고 이야기해주셨다. 이를 토대로 책에서 나오는 주인공의 가족들은 엉뚱한 사람에게 의지하고 신뢰하지 않았나 싶다. 물론 그것을 탓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것이 증조모부터 주인공까지 줄줄이 이어갔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주인공은 집안 내력을 타개했다. 할머니와의 대화로, 할머니의 옛날이야기로 가족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그 상황을 알게 되었다. 그러면서 이해하게 되었다. 증조모의 심정, 할머니의 심정, 엄마의 심정을 다 알게 되면서 주인공도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열게 되었다. 단번에 관계가 회복되지 않았지만 결국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할머니의 조언으로 주인공도 엄마와의 관계가 풀리는 듯싶다. 나도 그렇듯 증조모, 할머니, 엄마, 주인공은 본인의 감정에 솔직하지 못했고 어떻게 표현할지도 몰랐다. 그랬기에 가장 소중히 여겨야 할 사람들에게 단지 편하게 대했다. 만약 이들이 본인만의 오해와 착각 속에 빠지지 않고 다툼을 두려워하지 않고 살았다면 화목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이 문제가 비단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상황을 부여시킨 사회의 문제도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사회가 계속 술을 권한다는 그 한 남자의 푸념처럼 말이다.
부모님과의 관계 개선의 키 포인트는 조부모님에게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해주었다. 조부모님에게 부모님의 어렸을 때는 어땠나요? 라는 식의 질문의 답변과 조부모님의 인생에 대해서 듣게 된다면 아마도 주인공이 엄마와 앨범정리하는 것과 같이 나 또한 서먹한 관계를 개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3. 독후감 <착각의 늪에서>, 독서왕 출품 고민 중
난 우리 가족이 가난한 줄 알았다. 그리고 엄마를 가부장적인 아빠의 품에서 탈출시키고 싶었다. 그것이 내가 대단한 사람이 되고 싶어하는 주된 욕구였다.
4. 인상 깊은 구절
인덱스로 너무 많이 붙여놔서 무엇 하나 꼽기 어렵지만 굳이 하나 꼽아 보려고 한다. 9장에 두번째 페이지, 171p의 하단.
마음속으로 울고 있을 때도 얼굴에서는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나의 성격을 대신해주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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