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2021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 문진영 작가의 두 개의 방

1. 읽기 전 제목에 대한 감상


단순히 물리적으로 생각을 했다. 두 개의 방. 문으로 구분된 공간을 의미하는 듯했다. 그 방들은 특징이 다를 듯했다. 집안에 여러 방이 용도에 따라 특징을 부여받는다. 욕실, 침실, 창고방 등등. 필요에 따라서 이름이 붙여진다. 제목이 그렇듯 내용도 특징이 다른 두 것을 비유해 나타낼 것이라 생각했다. 그 특징을 앞에 두고 선택하는 상황이 주어질 것 같았다. 마치 매트릭스에 나오는 빨간 알약과 파란 알약처럼 말이다. 왜 두 개의 방인지 유념하며 읽을 것 같다.


2. 독후감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단편이라고 해서 내용이 결코 가볍지 않았다. 깊게 이해하려고 하면 함축적인 것들로 인하여 늪에 빠지는 느낌이다. 이런 점에서 오히려 가볍기 보다도 무겁다는 평을 내리고 싶다. 그래도 단편은 무거운 반면에 장점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 가볍게 읽으면 그대로도 좋은 경험이다. 누군가의 삶을 내다보는 것 이것 또한 좋은 자산이 될 수 있다. 이번에 읽은 수상작품집에는 7개의 작품이 있다. 결국 7개의 인생 스토리를 엿볼 수 있다는 것이다. 좋은 가치가 있으면 채용할 수 있고 나의 모습이 투영해 보인다면 그것만으로도 좋은 경험이다. 개인적으로 훌훌 털어버린다는 느낌으로 가벼우면서도 무겁게 작품을 읽어보았다. 저자와 편집자 관계에서 벗어나 시간을 가진 남녀는 그들만의 은어인 '술 산책'이라는 것으로 시간을 보냈다. 그전에 관계에서 벗어나 만났다고 하지만 서로의 관심이나 직업이 바뀌지 않으니 대화 또한 그전과 비슷해 보였다. 그가 써왔던 글은 영화 관련된 글이었고 글쓰기를 위해 전국의 영화관을 찾아왔다고 이야기했다. 선영은 극장 이야기를 듣다가 그녀의 유년시절을 떠올리게 된다. 은미에 대한 기억이다. 그녀가 다녔던 고등학교 인근에는 피카디리라는 극장이 있었다. 은미와 선영은 그 장소를 좋아했다. 은미는 다른 친구들과 달랐다. 그녀는 고등학생 때 은미를 처음 알았지만 은미의 소문으로는 공부 잘하며 멀리서 등하교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은미가 학교에 나오지 않자 선영이 선생님에게 집주소를 받아 은미의 집에 가보게 됨으로 은미와 그녀의 관계는 시작이 되었다. 은미는 생각보다 가까운데 살았고 가보니 혼자 살고 있었다. 이렇게 한 두 번 은미 집에 가게 됨으로써 급격하게 친해지게 되었다. 은미의 사정 또한 알게 되었고 은영이 가출할 때 은미에게 의지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새로운 학년이 시작되고 선영과 은미와의 관계는 서서히 멀어져 갔고 종종 선영이 은미를 찾아간 적은 있지만 은미는 선영을 찾지 않았다.

어떤 것이 주된 이야기일까 고민이 되었다. 한 남녀가 거리를 거닐며 술 산책을 하는 모습과 고등학생들의 모습이 서로 교차해가면서 단편이 진행되고 있다. 남자가 발제한 "내가 뭔가를 기억하는 단 한 사람이면 어떡하지"라는 주제가 눈에 띄었고 고등학생들의 모습에서는 "누가 내 이름을 그렇게 부르는 게 엄청 오랜만이었어"라는 은미의 고백이 눈길이 갔다. 그녀는 남자의 질문에 아무도 기억하지 않으면 없었던 일이나 마찬가지라고 일축했다. 이어서 술산책을 하며 그는 본인의 가정사를 이야기하며 질문에 대한 부연설명을 했다. 가정의 화목을 상징하는 해바라기가 그려진 유채화가 재개발 철거 현장에서 드러나게 될 때 그는 그 질문이 강박이 되었다고 이야기했다. 아마 그의 삶 속에서 그때의 기억이 가장 좋은 시절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 그리고 그 후에 아버지와 설정한 모토, 불안정한 심리를 일으키기에 충분한 요인이라 생각한다. 그렇지만 현재 삶이 흑암 같아 보일지라도 한 줄기의 빛은 있듯이 잔해 속에 해바라기는 그를 치유시켜준다 생각한다. 물론 근원적 해결은 아니지만 치유의 시작은 근원부터의 접근이 아니라 생각한다. 그것이 집착까지 된 남자의 모습은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이해가 된다.

고등학생인 은미가 감당하기에는 버거운 일상들이었다. 가족과 혼자 떨어져서 사는 것을 더불어 알바도 하는 것은 쉽지 않는 일이다. 억측이 될 수 있겠지만 은미는 가정형편이 좋지 않아 보였다. 은미는 선영이 찾아올 때 누가 내 이름을 불러준 게 오랜만이라며 짠한 이야기를 했다. 은미는 아무래도 그 일상들 속에서 지치고 상처 받았던 것이다. 시간이 지나자 그녀들의 친밀함도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했다. 은미는 이게 익숙했을 것이다. 처음에 은미가 쉽게 정을 주지 않는 것이 이해가 갔다. 여기서 선영 단 한 명의 친구만 거론되었지만 이제껏 선영과 비슷하거나 같았을 것이다. 노력 없는 영원한 우정은 없다. 아무런 일 없었던 듯이 선영과 은미는 새 학년을 맞이 했고 전과 같은 일상이 반복될 것이다. 선영은 그를 만나고 술산책을 통해서 은미를 떠올리게 되었다. 성인이 되고 나서 한 학기 동안만 친하게 지내온 친구를 기억해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아무도 기억하지 않으면 없었던 일이라 말하는 선영이지만 은미를 기억해냈고 그것이 의미 있는 일이 되었다. 그에게 해바라기는 특별한 의미가 있듯이 선영 또한 은미를 기억하는 단 한 사람이 되었으므로 이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아무렴 어떠한가. 우리에게는 선택지 두개가 있다. 기억하거나 기억하지 않거나. 남자는 강박으로 기억하려고 하고 있지만 선영은 의미 없다 이야기했다. 남자 더분에 은미를 기억해냈지만 선영은 남자처럼 강박도 부담도 가지지 않았다. 남자와 선영이 갈등 없이 술산책의 마무리로 해장국을 먹으러 가는 것을 보면 남자는 남자대로 선영은 선영대로 서로 이해하는 것 같다.

두 개의 방은 남자와 선영으로 구분하게 되었지만 그 두 방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듯 했다. 방문으로 공간이 구분되고 단절되었지만 그 문을 열고 들어가면 또 다른 문을 통해 그 방은 다시 한방이 된다. 남자와 선영이 중간쯤인 산타바바라에서 만났고 정처 없이 걸으며 술산책을 했고 이야기를 나눴으며 서로 의견이 달라도 평화롭게 해장국을 먹으러 가며 마무리가 된다. 분명한 건 이 둘은 다음에도 또 술산책을 하며 제2의 해바라기와 은미를 떠올리며 해장국을 마시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