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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오브 인터레스트』 영화 리뷰 | 평범한 악의 실체를 조명하다

소한초이 2025. 1. 29.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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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개요

  • 제목: 존 오브 인터레스트 (The Zone of Interest)
  • 감독: 조너선 글레이저 (Jonathan Glazer)
  • 원작: 마틴 에이미스 『The Zone of Interest』
  • 주연: 크리스티안 프리델 (루돌프 회스 역), 산드라 휠러 (헤드비히 회스 역)
  • 장르: 드라마, 전쟁, 역사
  • 개봉: 2023년 (칸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수상)

영화 속 공간, 그리고 실제 역사적 장소

얼마 전, 나는 직접 아우슈비츠-비르케나우 수용소를 방문했다. 그곳을 직접 걸으며 느낀 감정과 『존 오브 인터레스트』에서 보여주는 분위기는 놀랍도록 유사했다. 차이점이 있다면, 영화는 역사적 장소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우리가 쉽게 간과하는 일상의 모습을 조명한다는 점이다.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장면들은 단순히 픽션이 아니다. 아우슈비츠 수용소 바로 옆에서, 루돌프 회스 가족이 실재했던 것처럼 살아갔고, 영화 속 저택은 허구가 아니라 역사의 한 페이지였다. 나는 영화 속에서 루돌프 회스 가족이 수용소를 내려다보며 차를 마시는 장면이 특히 섬뜩하게 다가왔다. 인간은 이렇게 무감각해질 수 있을까? 내 눈앞에서 본 아우슈비츠의 흔적들은 여전히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한 채 남아 있었다.

 

2025.01.15 - [소소한 일상/일기&생활정보] - 세계 2차대전 나치 수용소 탐방기 – 아우슈비츠, 비르케나우, 그리고 4곳의 역사적 장소

 

세계 2차대전 나치 수용소 탐방기 – 아우슈비츠, 비르케나우, 그리고 4곳의 역사적 장소

1. 서론 "인간이 왜 인간을 죽일까?"라는 오랜 의문에서 이 탐방은 시작되었습니다. 인간의 역사에서 학살은 끊임없이 반복되었고, 갈등은 전쟁과 양민 학살로 이어졌습니다. 같은 인간임에도

sosohan-acts.tistory.com

 


영화의 줄거리와 대비되는 현실

1막: 일상과 잔혹한 현실의 공존

루돌프 회스는 아우슈비츠의 운영을 맡으며 효율적인 학살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집중한다. 반면 그의 아내 헤드비히는 저택의 안락한 삶에 몰두하며, 하인들을 부려 가구를 옮기고 정원을 아름답게 꾸민다. 하지만 수용소에서 들려오는 소리들이 그녀의 일상을 점점 방해하기 시작한다.

2막: 무감각한 악과 점점 커지는 균열

수용소에서 들려오는 비명과 매캐한 연기의 존재를 인지하면서도 가족들은 그것을 외면하려 한다. 여행을 다녀온 내 경험에서도, 수용소를 둘러싼 마을과 그곳의 일상적인 풍경이 영화 속 장면과 다르지 않았다. 사람들이 매일 수용소 옆을 지나면서도 그것을 잊고 살아가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나는 수용소 입구에서 사진을 찍는 관광객들을 보며 묘한 감정을 느꼈다. 어쩌면 우리는 과거를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하나의 전시물처럼 소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3막: 몰락과 잔혹한 현실의 지속

루돌프 회스가 상부의 명령에 따라 아우슈비츠를 떠나면서 가족의 삶에도 균열이 생긴다. 하지만 저택은 남아 있고, 수용소의 연기는 여전히 피어오른다. 이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과거의 비극은 단순한 과거가 아니라, 지금도 반복될 수 있는 현실이라는 것. 나는 영화를 보며 단순한 역사적 사실을 넘어서 현재의 우리 사회를 떠올리게 되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곳 어딘가에도 보이지 않는 ‘존 오브 인터레스트’가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루돌프 회스의 이중성: 가정과 일터에서의 모습

가정에서의 회스

루돌프 회스는 가정에서는 다정한 가장이자 헌신적인 남편처럼 보인다. 그는 아이들과 놀아주고, 가족들과 정원을 가꾸며 평화로운 일상을 즐긴다. 하지만 이러한 모습은 철저히 연출된 것에 불과하다.

일터에서의 회스

반면, 그는 아우슈비츠에서는 감정이 없는 효율적인 관리자였다. 그는 학살을 산업적인 방식으로 최적화하려 했으며, 이를 위해 개선된 가스실을 설계하고, 더 빠른 학살 방법을 연구했다. 이러한 두 개의 모습은 극명한 대조를 이루며, 그의 이중성을 더욱 강조한다.

 


SS 친위대 장교와 유대인 피해자의 입장

SS 친위대 장교의 입장

SS 장교들은 자신들의 행동을 ‘의무’로 정당화했다. 그들은 단순히 상부의 명령을 수행하는 것으로 자신의 역할을 합리화하며, 감정을 배제한 채 ‘효율적인 업무’로서 학살을 진행했다. 이는 조직 내에서 개인이 윤리적 판단을 회피할 때, 얼마나 큰 악이 자행될 수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유대인 피해자의 입장

반면, 영화 속 유대인들은 철저히 보이지 않는 존재로 묘사된다. 그들의 비명과 연기, 그리고 영화 내내 감지되는 공포의 흔적들은, 존재하되 보이지 않는 피해자들의 현실을 더욱 강조한다.

 


루돌프 회스와 헤드비히 회스의 이후 삶

루돌프 회스는 전쟁 후 체포되었고, 1947년 아우슈비츠 수용소 내에서 교수형에 처해졌다.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행동을 완전히 반성하지 않았다. 헤드비히 회스는 남편이 체포된 후에도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지 않았다. 그녀는 아우슈비츠에서 살았던 시절을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라고 회고했으며, 전후에도 자신의 삶을 합리화했다. 1989년, 그녀는 8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이 부부의 삶은 단순히 개인의 악행이 아니라, 체제 속에서 무감각하게 행해진 집단적인 악의 단면을 보여준다. 우리는 단순히 그들을 비난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역사가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기억하고 경계해야 한다.


결론: 영화와 현실을 잇는 다리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단순한 역사극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에도 적용될 수 있는 경고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우리는 역사를 기억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그것이 반복되지 않도록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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