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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인문학/독후감 124

"과격한 외침 앞에서 우리는 얼마나 듣고 있는가" 『양귀자 -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강민주는 주로 조지 윈스턴의 피아노 연주곡을 찾는다. 조지 윈스턴의 음악은 어떤 음악일까. 와 앨범의 수록곡 모두 그녀의 말처럼 심장을 두들기는 강렬한 피아노 연주였다. 그 ‘강렬함’이라는 표현은 건반악기라는 타협을 넘어, 피아노가 타악기처럼 공간을 울리게 했다는 의미였다. 그렇게 조지 윈스턴의 음악은 강민주의 차 안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인간은 언제 음악을 듣는가. 슬플 때, 화날 때, 그리울 때. 모든 감정은 음악을 듣는 이유가 된다. 조지 윈스턴의 음악을 찾는 민주는 어떤 감정을 품으며 삶을 살아가고 있었을까. 나는 그 궤적을 함께 따라가 보기로 했다. 강민주의 폭력성 안에서 연약함이 느껴졌다. 세상에 대한 불만을 품는 자, 더 정확히는 여권 신장에 대해 주제의식을 품고 있는 사람이었다. 아버지..

"여성들의 이야기, 진희가 전해준 그 시절의 풍경" 『은희경 - 새의 선물』,

12살 여자아이의 시선으로 60년대의 모습을 바라보는 이 소설의 구도는, 예전에 읽었던 최진영 작가의 『당신 곁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을 떠올리게 했다. 그리고 같은 시대를 다룬 양귀자 작가의 책 두 권을 최근에 읽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과연 은희경과 양귀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라는 질문에 방점을 두고 책을 읽었다. 두 작가가 포착한 시대는 조금 다르다. 양귀자의 『모순』과 『희망』은 8090년대를 그려내고 있다면, 은희경의 『새의 선물』은 6070년대를 배경으로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함께 묶어 보고 싶었던 이유는, 두 시대 모두 고도 경제성장기이자 민주주의가 서서히 성장하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이 공통점 덕분에, 두 작가의 작품은 그 시대를 살아갔던 대중들의 삶을 생생하게 느낄 수..

“정치를 멀리한 시간, 그리고 한 권의 책” 『유시민 - 그의 운명에 대한 아주 개인적인 생각』

본 책 내용을 읽은 것과 다르게 이번 기회로 솔직한 나의 정치흐름을 점검해보고자 한다. 2009년 어느 날 토요일, 한국사 시험을 치르고 운동장으로 나왔다. 집으로 가기 위해 차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친구가 나한테 말을 걸었다. “야, 노무현 대통령이 죽었대.”중2였던 나는 쉽게 믿지 못하였고, 낙산사 화재, 숭례문 화재 다음으로 큰 충격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내 생에 처음으로 군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정동영과 이명박이 대선에 붙어서 민주당이 대선에서 패배했을 때, 노무현 대통령의 명맥을 이어가지 못한 것이 개탄스러웠다. 이명박 대통령을 좋게 평가하는 친구들에게는“어떻게 우리 같은 사람이 가진 자에게 편을 드냐?”라고 비판했다. 사실은 그 친구가 우리 집보다 남부럽지 않게 사는 것 때문에 시기 질투했..

"감수성을 되찾는다는 것, 타인의 고통 앞에 멈춘다는 것" 『예소원 - 영원에 빚을 져서』

캄보디아 프놈펜에 와 있다.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 여자친구를 만나러 왔고, 어느 날 여자친구의 직장동료와 함께 점심을 먹고 커피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던 중 자연스럽게 책 이야기가 나왔다. 그 직장동료는 캄보디아로 오기 전, 친구로부터 책 한 권을 선물 받았다고 했다. 바로 예소원 작가의 『영원에 빚을 져서』. 캄보디아가 배경인 책이라니, 나는 그 친구가 꽤 센스 있게 골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장동료는 이어서 자신에게 세월호 사건이 삶의 분기점이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캄보디아에도 ‘꺼삑섬’에서 비슷한 일이 있었다며 설명을 덧붙였다. 이야기를 듣는 내내, 한 권의 책이 사람의 기억과 감정, 그리고 장소와 묶여 얼마나 특별해질 수 있는지를 새삼 느꼈다. 나는 평소에 누군가로부터 책을 추천..

"기후위기가 삶에 스며드는 방식" 『김기창 - 기후변화 시대의 사랑』

1. 독후감 돔시티 시대에서 몰디브로 여행가고 싶은 한 부부의 이야기까지,책의 진행은 먼 미래에서부터 가까운 미래 혹은 현재로 이루어져 있다.소설을 읽어내려 가면서 점점 현시점으로 다가오는 것이 마치 숨통을 조여오는 듯 느껴졌다.해수면 상승으로 더 이상 몰디브를 갈 수 없게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자연스럽게 ‘돔시티에서 쫓겨나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으로 이어졌다.눈치채지 못 하게 기후위기는 이미 우리 삶 속에 깊이 반영되어 있었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게 남은 이야기는 『1순위의 세계』다.우석과 희연은 각자의 자리에서 기후위기를 해결하려 노력했다.한 사람은 현장에서, 한 사람은 정책과 제도 안에서 움직였다.그들의 마음엔 분명 사명감이 있었고, 진심도 있었다.하지만 결국 그 끝은 이혼이었다.기후위기..

『코뿔소』를 읽고 던진 세 개의 질문|독서모임 발제문 답변 모음

Ⅰ. 독후감 요약『코뿔소』는 사람들이 점점 코뿔소로 변해가는 상황 속에서무엇이 본질인지 흐려지는 사회의 모습을 그려낸 작품입니다.작품 속 인물들은 고양이의 죽음, 건물의 파괴, 사람의 변신 등 중요한 사건보다논쟁과 논리 싸움에 집중하며 본질을 회피합니다.이러한 모습은 제가 직장에서 경험하는 현실과 유사했습니다.회사 안에서는 종종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사람들,또는 자신의 이익을 앞세워 조직을 이용하는 분위기가 존재합니다.심지어 OT(잔업) 문제도 누가 진심으로 원하는지를 드러내지 않은 채,각자의 셈법 속에 업무를 조율하는 등 솔직한 의견이 사라지는 구조를 목격하곤 합니다.또한, 상사의 지시 역시 개인의 판단이 아니라“윗선의 말”이라는 권위를 내세워 전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이는 책임 회피이자, 권위에 ..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과 살아가기“ 『외젠 이오네스코 - 코뿔소』

작품 속 등장인물들의 대화를 보며 계속 본질에서 벗어나려는 흐름이 느껴졌다. 마치 말장난을 이어가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처럼 보였다.각 인물들은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사건을 다르게 바라보고 있었고, 말장난은 노신사와 논리자학자의 대화에서도 확연히 드러났다.그들은 고양이 다리를 예로 들어 삼단논법을 나누며 논리적 사고를 하고 있다고 믿었지만, 그 안에는 중요한 것을 외면하는 태도가 담겨 있었다.두 번째 코뿔소가 나타났을 때, 주부의 고양이가 죽었다.하지만 사람들은 그 사건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그 대신 지나간 코뿔소가 뿔이 하나인 아프리카 코뿔소인지, 두 개인 아시아 코뿔소인지에 대한 논쟁에만 몰두했다.정작 위로받고 관심받아야 할 주부의 슬픔은 외면되었다.그 와중에 가게 주인이 한마디 한다.“논리 ..

"책은 시대를 넘어 대화를 만든다" 『양귀자- 숨은 꽃』

본가에는 거실 한 면을 가득 채운 책장이 있다. 가끔 그 책장에 꽂혀 있는 책들을 보곤 하는데, 이번에 빛바랜 책을 꺼내보게 되었다. 최근 독서모임에서 새로운 출판사와 함께하는 이상문학상을 이야기했고, 가장 최근에는 양귀자의 『희망』을 읽었다. 그 때문인지, 책장에 꽂혀있는 1992년 이상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양귀자의 『숨은 꽃』이 자연스럽게 눈길이 갔다. 『숨은 꽃』은 자전적인 소설이다. 주인공 또한 직업이 글을 쓰는 사람이며, 소설 속에서 양귀자가 집필한 책 이야기가 등장한다. 더 흥미로운 점은, 『희망』이라는 제목이 어떻게 붙여지게 되었는지 간단하게 언급된다는 것이다. 주인공은 창작의 고통을 겪으며 김제의 귀신사로 떠난다. 그리고 그곳에서 15년 전 스쳐 지나갔던 인물, 김종구를 다시 만난다. ..

"절망 속에서 찾는 희망의 의미” 『양귀자 - 희망』

소설의 첫 페이지부터 강한 몰입감을 느꼈다. “삼수생의 자리에서 이탈하기로 작정한 것은 정말 우발적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라는 문장이 인상 깊었다. 이 문장 덕분에 단숨에 책을 읽어나갈 수 있었다. 특히 책의 중반부에 등장하는 ‘40대의 노트’ 부분은 가장 인상 깊었고, 더욱 깊이 빠져들어 읽었다. 이 소설의 핵심 인물은 주인공 심우연과 그의 가족들, 그리고 나성여관에서 머무는 사람들이다. 뽕짝아줌마, 10호실 노인, 9호실 찌르레기 아저씨 강용우 등이 등장하며, 각자의 삶이 얽히고설킨다. 이들이 살아가는 환경과 겪는 사건들은 단순한 개인의 서사가 아니라, 당시 사회의 어두운 현실을 반영한다. 소설은 이러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다양한 인간 군상의 삶을 그려내며, 민주화 운동, 고문, 불륜, 윤락, 삼수..

"핀란드에서 찾은 기억의 조각들” 『장류진 -우리가 반짝이는 계절』

장류진의 『우리가 반짝이는 계절』 독후감   밀리의 서재에서 장류진 작가의 책을 발견하고 자연스럽게 눈길이 갔다. 장류진 작가는 젊은작가상에서 『연수』를 통해 처음 접했다. 몇 년 전, 『연수』를 대표작으로 삼아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책을 꾸준히 읽다 보면 익숙한 작가를 발견하는 순간이 오는데, 그럴 때면 성실하게 독서를 해왔다는 사실이 자랑스럽게 느껴진다. 밀리의 서재에서 장류진 작가의 책을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지만, 이 책을 관심 있게 읽게 된 가장 큰 이유는 핀란드, 교환학생, 그리고 에세이라는 키워드였다. 최근 폴란드를 여행한 이후 발트해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스칸디나비아 3국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게다가 요즘 한국에 거주하며 한국어가 유창한 핀란드인 유튜버의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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