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독후감
A회사 채용면접 당시 한 면접관이 나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당신은 현실주의자인가요 이상주의자인가요? 나는 그 질문에 동물이 행복한 세상이 비로소 인간이 행복할 수 있는 세상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상주의자입니다.라고 답변했다. 유기동물보호소에서의 24시간 봉사이력은 나의 답변에 힘을 실어주었고 면접관은 흡족한 표정으로 더 이상의 질문을 그만두었다. 나의 서사와 일관성 있는 답변 태도로 덕분에 졸업도 하기 전에 취업을 할 수 있는 쾌거를 이루었다.
동물에 대한 애정은 언제부터 시작된 것일까? 생각해 보았다. 아마 시작은 2013년 구제역으로 인한 돼지 살처분 영상부터였을 것이다. 르포기자는 축사 뒷산에 올라 살아있는 돼지를 생매장하는 장면을 취재하였다. 울부짖는 돼지의 소리와 기자의 울음도 겹쳐서 들리는 그 영상은 꽤나 충격적이었다. 그 충격이 가시지 않자 NGO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PETA라는 단체를 알게 되고 동물권에 대해서 생각해 보기 시작했다.
그 생각은 그리 깊지는 않았다. 우연히 고등학교 동창인 친구를 페이스북에서 본 적이 있었다. 그는 고깃집에 쳐들어가 육식을 중단하자 외쳐댔다. 그 영상은 꽤나 유명했다. 그래서 더 쉽게 공분을 샀다. 나는 공부도 잘 한 친구가 서울 가서 어찌 저렇게 되었는지 개탄스러워했다. 어떤 가치가 그를 그렇게 만들었을까? 비슷한 시기에 동물권에 관심이 있었지만 확실한 건 나는 그 친구처럼 신념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저 대입 실패로 그 대신 특별함을 내 보일 수 있는 만한 가치가 필요했다. 누군가는 정치 누군가는 여성인권을 논했지만 나는 동물권을 선택해 보기로 했다. 그게 언제라도 내다 버리기 쉬운 그다지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가치라고 생각했다.
올해 개 식용에 대한 문제가 크게 대두가 되었다. 당연 이 문제는 회사 내에서도 뜨거운 감자가 되었고 조용한 참여자로 고개만 까딱거렸다. 부끄럽게도 작가가 지적한 대로 나 또한 타인의 기호는 존중해야 된다는 편이었다. 누가 무엇을 먹던지 그걸 불법화할 수 있나 싶었다. 인육도 아닌데 말이다. “누가 무엇을 먹던지 무슨 상관입니까?”라는 말에서 우리는 흔히 “무엇에”만 관심 있었지 “누가”에 대해서는 생각 조차 하지 않았다. 내 부모가 혹은 내 자식이 개고기를 먹는다고 한다면? 쉽게 찬성할 수 있겠는가? 그 개가 어떤 환경에서 자랐는지 알고 있는데도 말이다. 이타적 이기심이라는 말뜻처럼 우리 인간을 위해서 동물을 위한다 라는 말이 이럴 때도 쓰일 수 있겠다.
책에서 나오는 개소주 뜬장은 처음 들어본 말들이었다. 유기동물이 시에서 관할하는 보호소에 들어가고 누군가에게 입양되지 않으면 안락사당한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이런 이야기는 생소했다. 어떻게 개까지로 개소주를 해 먹을까? 알고 보니 개소주는 술이 아니라 한방탕 같은 것이었다. 한마디로 일종의 흑염소탕 같은 느낌이다. 유기되어 길거리에 나 앉은 개들이 잡혀 뜬장에서 지내고 음식물쓰레기로 배출된 쓰레기를 먹으며 연명을 하다가 개고기나 개소주로 전락해 버리는 존재. 어떤 가축보다 더 가혹한 취급을 받고 있다. 책에서 언급하듯 개식용을 합법화한다고 해서 문제가 아니라 그 원인을 해결하려는 노력을 해야 된다는 것이 무엇보다도 공감이 갔다.
전선 앞에서 힘써 일하고 계시는 소장님들의 간증이 과거 내가 치뤘던 면접을 부끄러웠던 것이라 일깨워주었다. 나는 과연 정녕 행복한 세상을 원하고 있는가? 아직 그렇다면 현재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가만히 있다면 왜 가만히 있는가?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계기가 되었다. 사회에서 가장 취약계층인 동물이 보호받지 못한다면 그들보다 덜 취약적인 대상 즉 장애인, 노인 그리고 아동은 과연 어떤 취급을 받게 될 것인가? 물론 유기동물보다 노인빈곤문제 그리고 장애인의 이동권문제가 더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 인간이 동물들에게 대하는 태도가 용납될 수 없다. 가장 약한 자들에게 폭력적이게 되면 그만큼 그 폭력성은 조그맣게 자라게 된다. 그 싹부터 잘라보자는 이야기다. 그렇게 되면 행복한 세상이 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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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정리가 안된 생각들입니다. 정리하기 어렵지만 우선 모아봅니다.
동물에 대한 태도와 시각과 그에 따른 견해는 너무 철학적이라 고찰이 필요하다. 그래서 이 주제를 “인종차별”로 시작해서 “다름에 대한 미성숙함과 욕심”이라는 키워드로 설명해보겠다. 사람이 사람 취급 못 받는 모습은 역사에서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예시도 셀 수 없이도 많다. 단순 계약 노예가 아닌 종신노예 그리고 세계 2차 대전 유대인들을 학살했던 나치들은 과연 유대인들을 본인들과 같은 인간이라 생각했을까? E9비자를 받아 이주노동자로 들어와 우리나라에 근무하는 외국인들은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사람들과 같은 처우를 받고 살아갈까? 우리는 그들을 우리와 함께하는 하나의 공동체원이라 생각할까?
글로벌 시대인 요즘은 외국에 나가는 것도 흔한 일이고 외국에 나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도 얼마든지 외국인을 볼 수 가 있다. 하지만 불과 90년대 해외여행 자유화가 풀리기 전에는 상상해 볼 수 없는 일이었고 그저 외국인이라면 미군이었을 테다. 모든 인종과 모든 문화권 사람들이 모인다는 뉴욕에서는 전 세계 음식을 맛볼 수 있고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식당을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그 이유는 당연히 다양성 덕분이다. 물론 그 이면과 과거의 시행착오는 있었지만 현재의 모습은 전 세계를 포용하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단일민족으로 구성되고 있는 우리나라는 그런 점에서 부족할 수밖에 없다. 만약 음식과 행복이 대치될 수 있다면 나는 쉽게 동의하겠다. 여러 사람들의 삶의 태도를 보고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이 여러 가지가 있다고 깨닫고 그렇게 해보는 것이 행복한 사회가 아니겠는가.
무엇이 독일인들이 유대인들을 싫어하게 했고 대학살에까지 이르게 했을까? 그 시대에 인기있었던 우생학에 취한 지식인층도 한 몫하고 또 그것을 이용하고 프로파간다를 내건 정치인들도 한몫을 하겠지만 더 깊게 들어가 보자면 인간 내면에 있는 욕심을 자극하여 마치 집단최면된 것이 아닐까? 인류는 잉여생산물을 만들어내기 시작하면서 자산이 축적이 되었고 그로 인해 영역도 생기고 분쟁도 생기게 되었다. 나와 연관이 없는 사람 즉 나와 다른 사람은 적이라는 셈이다. 지금 보다 더 고립되어 생활했던 고대인류는 더욱이나 그랬을 것이다. 전 세대에 걸쳐 유대인들에게 좋지 않은 추억을 가지고 있는 민족들이 그것이 맞고 틀린 지 이성적 판단을 세우지 않은 이유는 그 보다 그들의 욕심이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인종을 뛰어넘어 너와 나는 다 같은 인간이다.라는 말도 아직까지 완성되지 못했고 넘어야할 산이 많다. 그렇지만 종을 뛰어넘어 너와 나는 다 같은 동물이다.라는 말은 넘어야 산도 많거니와 그 산의 높이는 터무니없이 높아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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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권을 생각해 보기 전에 무릇 존중받아 마땅할 대상이 누군지 생각해 보길 권한다. 자연스럽게 그 영역이 내 중심으로 친하고 가까운 정도로 퍼지게 될 것이다. 친구, 가족으로부터 시작돼서 넓게는 전인류까지 뻗칠 수 있다. 결국 그 대상이 나와 얼마나 다른가에 대한 정도의 차이가 관심과 이해 그리고 존중의 차이로 빗어질 수 있을 것 같다. 가볍게는 남녀노소 그리고 인종까지도 나와 그 대상이 얼마나 유사한지가 그 대상을 대하는 태도를 결정한다.
약육강식이라는 말을 하면서 그 말을 동물에게도 적용하려고 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 사이에서는 약육강식이라는 말이 듣기 거북하며 도덕적으로 윤리적으로 옳지 못하다고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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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의 비율에서 개가 많기 때문에 특별한 취급을 받는다고 하면 받는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비율이 많다고 해서 특정 종에게만 그 관심이 집중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결국 개가 인간 다음으로 2등 시민이 된다고 한다면제2의개식용문제는 언제든지 시작될 수 있다고 본다. 핵심은 어떤 하나의 종의 존중이 아니라 인간이 동물들을 바라보는 태도에 집중을 해야 할 것이다. 사실 인간 사회문제에서도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에 대해서 많은 토론이 있는 만큼 반려문화에서도 똑같이 적용되어 논의되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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