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광양독서모임 커넥트의 소한입니다. 이번 모임의 불참자는 믿음님과 칼린다님이였습니다. 그래서 타너스님과 무지님과 함께 독서모임을 했습니다. 믿음님의 긴 휴식기의 끝맺음과 칼린다님의 격무를 응원합니다. 장소는 이번에도 역시 카페정원입니다. 날씨가 좀 풀리면 작년처럼 야외테이블이 있는 카페에서 모임을 갖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점점 독서모임 후기를 늦게 작성하는 것 같습니다. 일주일이 지난 시점에 작성하는 만큼 예전 보다 열정이 많이 식은 듯 합니다. 맘대로 되지 않아서인지 제 바람대로 되지 않아서인지 몰라도 어느 순간부터 독서모임에서 느끼는 자아실현의 욕구는 더 이상 느낄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빈손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독서모임을 끝내고 나서 흥분을 감추지 못 한 저의 그 모습들이 그리울 뿐입니다. 어쩌면 그런 일들이 가능한 것은 제가 리더였을 때가 아닌 마스쿤님이 리더였기 때문이지 아닐까 싶습니다. 마스쿤님의 운영 아래에서 자유롭게 활개를 칠 수 있으니 말입니다. 그렇지만 생각해 보면 마스쿤님이 계시지 않았을 때도 제가 바라는 그 감정을 느끼곤 한 것 같습니다. 마스쿤님의 영향력이 전능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누군가를 이끌고 그 환경을 제공하는 리더의 역할은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마스쿤님이 떠난 지 이제 1년이 돼 가는 지금 이 시점에 저는 어디까지 왔나 다시 돌아보는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푸념이 길었습니다. 먼저 독서모임을 시작하기 전에 근황토크를 나누었습니다. 아이스브레이킹으로 스몰토크는 어느정도 유익한 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제목에 대한 감상을 함께 나누었습니다. 제목에 대한 감상으로 시작해서 이야기는 점점 확장이 되었습니다. 사회와 정치로 말입니다. 제가 먼저 여순사건과 제주 43 사건에 대해서 언급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누가 옳은 것인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가짜뉴스가 팽배한 유튜브에 대해서도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최근 안건인 간호법에 대해서도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하지만 이야기 나눈 것 중 서로 공감할 수 있었던 것은 아버지의 해방일지에서 나온 시대가 너무 먼 역사적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했습니다. 그리고 또한 소설자체가 너무 신파극으로 흘러가지 않아서 좋았다는 감상을 나누었습니다. 대화를 나누다가 저는 저번에 읽은 위화의 인생에서 푸구이가 생각이 났습니다.
이 책에 크게 두드러지는 특징은 사투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사투리로 하여금 좀더 현실성을 가미해 주는 효과를 가져다줍니다. 하지만 전라도 사투리가 익숙하지 않은 분들은 어떻게 읽었을까 하는 궁금증을 낳기도 했습니다.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면 그 상태로 읽었을 때에도 재밌는 독후감이 나올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소설에서 특징적으로 아버지가 오죽하면이라는 말을 자주 쓰곤 합니다. 아버지의 삶의 양식인 셈입니다. 그리고 아버지가 삶을 바라보는 태도를 나타내주기도 합니다. 사상은 없고 도리라고 했던 아버지의 말씀을 돌이켜보면 아버지의 삶이 이해가 기도 합니다.
아버지가 남긴 메시지는 오죽하면 이었습니다. 그는 이타주의자였고 인정이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아리는 장례식을 통해서 아버지의 지인들을 만나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부모를 이해하는 그 과정이 하나의 인생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함께 나누었습니다.
이번 독서모임을 하면서 느낀점은 감수성이 부족하다는 점이었습니다. 책을 읽고 책에 대한 이야기에 집중하지 못하고 역사적인 사실에만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더 나아가 그 생각은 스레브레니차 대학살까지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이번에 독서모임에 참석하신 두 분과 대화를 나누고 나니 더욱 대비가 되었습니다. 아버지의 심정을 이해하고 그 과정에서 느끼는 것보다 역사에 관심이 간다는 게 감수성이 부족하구나 느꼈습니다. 역사적인 것은 나중에라도 살펴볼 수 있지만 감수성은 길러야 하는 것입니다. 소설을 뜯어보려는 작업과 삼천포로 빠져서 사고를 확장하는 것보다 작중 주인공의 마음을 살펴보는데 더 집중해야겠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부족한 부분을 두 분이서 겸비하고 있어 다행이고 이것이 독서모임의 묘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독서모임에서 신규 맴버가 왔다가 곧 장 나갔습니다. 개인적으로 들어오고 싶다고 연락을 받고 안내를 한지 한 달 만에 오픈채팅방에 들어오셨습니다. 한 달의 시간이 무색하게 대화를 나누지 못하고 나가셨습니다. 신규멤버에 대한 호의적인 것들이 없어지고 폐쇄성만 짙어졌나 싶기도 했습니다. 과거에는 모든 사람의 일정과 편의를 맞추어 독서모임을 진행을 했습니다. 시간부터 장소까지 말입니다. 그래서 어느 날은 차 타고 20분 거리에 있는 곳에서 독서모임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예전처럼 전원합의를 바라는 것이 에너지가 너무 많이 든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책선정, 날짜선정, 의사결정 모두 쉽게 되는 게 없었습니다. 그래서 어느 정도 규칙을 만들고 운영을 하게 되었습니다. 최근에 생긴 규칙은 독서모임 사이클 2주였습니다. 날짜도 수요일 7시로 잠정적으로 고정하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이런 규칙들이 신규멤버로 하여금 부담감을 주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중요한 건 중심을 잃지 않는 것입니다.
독서모임을 그만 두고 싶은 생각을 자주 합니다. 하지만 분명 독서모임을 통해서 제가 얻는 것도 있습니다. 저 또한 독서모임을 수단으로 삼아서 독서를 하곤 합니다. 독서모임 없이 독서를 꾸준히 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정체되어 있는 느낌이 듭니다. 독서모임을 하기 이전에 긴장감도 없고 준비성도 떨어지게 됩니다. 독서모임 멤버들에게 나의 지적 허영심을 뽐내고 싶은 마음이 들 때면 불참하거나 책을 다 읽지 않아 시무룩하게 식어버린 적도 있습니다. 어린아이가 아니라 그들이 제 응석을 받아줄 의무가 없지만 개인적인 욕심으로 바라봤을 때는 욕심을 투영하고 싶습니다. 다른 독서모임에 참여를 하거나 독서모임을 새로 만들거나 이런저런 방법을 강구해 봐야겠습니다. 오늘은 어느 날보다 책과 독서모임이야기 보다 푸념 가득한 글이었습니다. 면목없습니다. 커넥트의 소한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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