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말에 암벽등반을 하고 발목이 다치고 8월 초부터 한의원에서 시작된 발목 신경통증은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 아직 완치되기에는 아직 지지부진이다. 기능적인 문제는 없어 보이는데 어떻게 하면 더 완치가 되는지 모르는 게 가장 스트레스였다. 정신적인 대미지를 많이 입어서 그게 더 걱정이다. 암벽등반을 하고 자신감도 생겼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회사에서 성희롱과 성추행에서 벗어날 수 있어서 좋았다.
나는 살이 찌면 엉덩이부터 찌는 오리궁둥이를 가졌다. 신체 중에 엉덩이가 가장 부각되는 것은 당연하다. 회사에서 엉덩이가 크다고 기분 나쁘게 이야기하는 성희롱은 당연하거니와 만지거나 치는 성추행 또한 당해왔다. 자주이던 아니던 빈도와 상관없이 이제껏 신경 써보지 않았던 나의 신체특징이 스트레스로 다가왔었다. 일개 저근속 사원이 할 수 있는 일은 없고 소심한 내가 부서의 잔다르크가 될 용기도 없다. 그래서 운동을 해야겠다 다짐했지만 쉽지 않았다. 하지만 암벽등반을 다시 시작하고 나서부터 운동을 재밌게 할 수 있었다. 결국 재밌게 살을 뺄 수 있었던 것이다. 살을 빼니까 성추행과 성희롱을 당하지 않아서 좋았다.
작년 우리 회사에서 성폭행 사건이 있었다. 직원 4명이 그 일에 가담했고 2차 가해도 이어졌었다. 초기에 회사의 대응에서부터 잘 못 처리되고 할 수 없이 기사에 보면 3년 넘게 참다가 언론에 제보가 되어 사건화가 되었다. 아무튼 그 이후로 갑자기 의무교육이라고 하면서 생긴 사내교육으로 성인지 교육을 받게 되었다. 그곳에서 강조하고 인상 깊게 기억이 남는 것은 직장 내 괴롭힘이나 성폭행은 노동권과 연관되어있는 것, 그리고 "예의 바른 무관심"이었다. 그 사건이 있고 난 뒤 그리고 교육을 받고 난 뒤로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다. 그냥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의 과거 사건이라고 인식되는 것 같았다. 회사 문화라는 것이 한순간에 바뀔 수는 없겠지만 매일마다 오가는 대화 속에서 무례한 관심이 만연하는 조직이 개탄스럽기만 하다.
이 정도로 오랫동안 운동을 할지 몰랐던 나는 운동량이 없어 살이 다시 쪄버렸다. 1년 동안 일주일에 적어도 애플와치 운동앱 기준으로 5000kcal를 소모하며 운동했던 나였다. 그랬던 나였는데 말이다. 누군가 말했다. 운동선수도 아닌데 운동을 못 하게 된 걸로 스트레스받냐고. 운동을 못 해서 스트레스도 있지만 회사에서 받는 스트레스만 없다면 운동욕구 또한 그만큼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가장 신체에 대미지가 적고 덜 다치는 운동을 찾아보자 해서 수영이 낙점이 되었다.
나는 어렸을 때 물에 빠진 기억이 두 번 정도 있다. 그래서 물에서 노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어렸을 때 해수욕장이나 계속에서 놀지 않지는 않았다. 단지 그때는 두려운 감정보다 재밌는 감정이 더 많았었다. 그런데 지금 성인이 되고 나서는 어렸을 때의 호기심이 많이 줄어서 그런지 자의적으로 물가로 가지는 않는다. 빠지에 가고 싶지도 않고 바다에서 해수욕을 하고 싶지도 않다. 이제는 큰 결심을 하지 않는 이상 그런 감정을 가지기는 힘들다.
하지만 올해 1월 수영 강습을 신청했다. 옆 동네에 새로 스포츠센터가 생겼는데 거기에 수영장이 함께 있다. 그래서 새로 생긴 김에 관심이 갔다. 회사 입사 동기도 수영 배우고 있다고 해서 더 관심이 생겼다. 나한테는 큰 도전인 수영을 한 번 시작해보려고 한다. 그래서 이번에 수영복을 샀다.
수영복을 구매하는 겸 해서 하남 스타필드를 다녀왔다. 생각한 것보다 크지는 않았다. 너무 기대해서 그랬나 보다. 그런 것보다 매장 안에 반려견들이 신기했다. 매장 한 편에는 강아지 쉼터 같은 곳도 있었다. 그래서 여러 선진국 중 동물보호에 관심이 많은 호주가 생각이 났다. 호주 쇼핑몰도 반려견 출입이 가능했을까 생각을 하면서 5주 동안 지냈던 브리즈번 시티 중심에 있던 그리고 1층에 스타벅스가 있던 그 몰이 생각이 났다.
하남 스타필드에는 배럴, 레노마, 아레나가 있었다. 레노마와 아레나는 스타일이 비슷했고 레노마가 아레나보다 반값 아니면 2/3 가격이었다. 배럴은 약간 해변가 패션용 같은 옷들이 많았다. 초심자인 나나는 레노마에서 수영복을 샀고 가장 무난한 검은색을 샀다. 수영모가 종류가 3개가 있다고 해서 설명을 해주시는데 실리콘은 제외하고 면과 코팅된 수영모를 설명해 주셨다. 어떤 이유로 누구는 면을 쓰고 코팅된 걸 쓰는지 갸우뚱했다. 머리가 젖는 것을 방지해주는 기능이 있냐 없냐였다. 수영장 물에 민감하고 머리가 긴 여성분들이 보통 코팅된 걸 쓴다고 설명해주셨다. 그래서 나는 당연히 면으로 달라고 했다.
수영복 바지를 입어봤다. 살이 많이 찐 것이 확 체감이 되었다. 한 치수 업해서 입어볼까 했지만 매장직원분들이 극구 말렸다. 어차피 여기서 더 늘어난다고 하셨는데 나도 꼭 열심히 다녀서 살 빼고 싶은 마음이 반영되서 한치수 업된 바지는 입어보지 않고 구매결정을 했다.
수경은 흰색, 파란색, 검은색 총 세 가지가 있었다. 보통 시력이 좋지 않으신 분들이 흰색과 파란색을 한다고 했다. 그래서 검은색은 얼마나 안 보이길래 그러는 거냐고 질문했다. 안 보이는 건 아니고 밝은 색에 비해서 안 보인다고 하시면서 당황해하셨다. 그래서 둘 다 써봤는데 확실히 흰색이 더 잘 보이긴 했다. 그런데 수영장에서 뭘 볼 게 있다고 흰색 검은색을 구분해서 살까도 싶었다. 그런 재밌는 생각을 하면서 그저 검은색 수경을 짚었다.
클라이밍이던 수영이든 고급스포츠인 것 같다. 접근성도 떨어지고 준비물도 있어야 한다. 클라이밍에 장비는 말하면 끝도 없지만 내가 치른 비용은 암장 이용료 말고 암벽화 10만원 초반대 중급자용이었다. 그거에 비해 수영복은 7만원 정도 들었다. 장비로 따져보면 수영이 싸지만 또 수영은 단점은 하고 싶을 때 할 수 없다는 게 단점이다. 자유수영시간대가 정해져 있고 그게 저녁에 한 시간이다. 회사 차량출입 5부제에 걸리는 날에는 회사동기차를 활용해 카풀을 하거나 강습을 가지 않고 자유수영을 할 수밖에 없다. 강습을 빠질 생각 하니까 시작도 안 한 시점에서 벌써부터 스트레스받을 뻔했지만 유연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오늘 이렇게 수영복으로 글을 쓰고 나중에 재미 들려서 자연스럽게 후기도 쓸 수 있길 바라본다. 그리고 발목신경도 얼른 낫아서 아침에는 수영 퇴근하고는 클라이밍 이렇게 하면서 바람직한 현대인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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