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박준 시인의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을 읽고

1. 읽기 전 감상


표지의 그림을 보고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인 얼굴 가리고 키스하는 남녀가 생각이 났다. 안면인식 장애가 있는 분들이 사람들을 인식할 때 이런 식으로 바라본다고 한다. 단순히 표지 그림을 보고 그 생각이 났다.

산문집의 책 제목인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은 사람마다 그리고 현재 감정상태와 스트레스상태에 따라서 받아들여지는 정도나 느낌은 다르겠지만 나는 뭔가 무기력함을 느꼈다. 이 문장을 내뱉은 자의 무기력함을 말이다.

2. 독후감

 


전체적으로 박준 시인의 개인적인 삶을 바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의 연애사도 산문을 통해서 살펴볼 수 있었다. 예전에 읽었었던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가 산문에 등장했다. 덕분에 박준 시인의 <사랑의 시대>라는 산문을 좀 더 깊이 있게 감상할 수 있었다. 그중 특히나 '연애의 시작은 사랑의 시작보다 늘 한발 늦다'라는 표현이 맘에 들었다.

산문을 읽다보면 박준 시인의 여정을 살펴볼 수 있다. 그리고 나는 박준 시인이 여행을 참 많이 다녔구나 생각이 들었다. 집에만 있는 것이 아닌 밖을 나서야 외부 입력들이 많아지게 되고 그에 따라 좋은 출력물도 나오는 법이다. 박준 시인이 서울 토박이라 그런지 지방에 대한 로망과 여행 욕구가 많은 것 같았다. 그 욕구가 발전되어서 좋은 표현들을 낳았고 등단을 해서 시인이 된 것을 보면 외부에서 오는 자극들이 본인의 내부의 무언가를 발전시킬 수 있는 좋은 자양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현재 나는 해외여행에 대한 욕구가 없다. 그리고 어쩌면 국내여행도 그럴 수 있겠다 싶다. 여행하면 떠오르는 것이 새로운 곳에가서 겪는 재미와 기쁨이 아닌 골칫거리부터 생각이 나게 된다. 공항까지는 어떻게 갈 것이며 항공사는 어디로 골라야 하며 여행지에서 숙소는 어디로 잡아야 되는지 며칠을 묵을 것인지 생각만 해도 머리 아파진다. 언제부터인가 새로운 장소에서 오는 기쁨과 설렘이 사라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줄곧 어디론가 떠나고 글을 남기는 박준 시인에게 그의 시를 통해 적지 않은 영향을 받게 되었다.

 


박준 시인이 보내온 파동은 나를 통영으로 떠나게 해주었다. 산문에서 시인 백석이 언급되어 나온다. 작년 독서모임에서 안도현의 백석 평전을 읽었던 것이 기억이 난다. 이 덕분에 박준 시인이 말한 '통영을 사랑한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다.'라는 말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렇게 백석과 박준은 나를 통영으로 떠나게 해 주었다. 독서 후 여행함으로써 이 독후감이 완벽한 기행문 될 수 있었다.

박준 시인이 극찬하는 도다리쑥국은 먹지 못했다. 식당에서 도다리쑥을 주문했는데 도시 촌놈 취급만 받았다. 대체제로 멍게비빔밥을 선택해 먹었다. 맛은 잘 모르겠지만 바다향은 일품이었다. 다시 먹겠냐고 물어본다면 나중에 좀 더 연륜이 생기면 먹겠다고 말하겠다. 박준 시인이 한번 여행 간 곳이라면 다시 그곳을 찾는 버릇이 있다고 한다. 도다리쑥국을 먹지 못한 나는 아무래도 그처럼 내년 봄에 또다시 통영을 가야겠다 싶다.

통영을 돌아다니는 내내 생각난 것은 최적의 해군기지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통영이라는 지명은 조선시대 삼도수군통제영이 있는 지역으로 그 줄임말을 따서 지명으로 지은 것이다. 통영 케이블카를 타고 전망대에서 보면 사방에 작은 섬들이 있어서 파도가 잔잔하고 은엄폐가 용이해 적군의 침입에도 자유로워 보였다. 그런 통영을 좀 더 느끼기 위해서 테두리를 따라 해안도로를 드라이브하며 통영바다를 즐겼다.

개인적으로 제일 좋았던 곳은 이순신공원이다. 그 중 가장은 둘레길처럼 되어있는 등산로이다. 안내지도로 보면 꽤나 긴 코스로 이어져있다. 그중 나는 바다와 인접한 길만 갔다. 둘레길은 녹음이 져 있어서 양산이 필요 없었다. 나뭇잎이 부딪히는 소리와 해변에 부딪히는 파도 소리는 마치 하나의 협주 같았다. 산에서 느낄 수 있는 피톤치드와 바닷바람에서 느낄 수 있는 짜고 시원한 바람은 실내악일 수 있었던 협주곡을 야외 오케스트라로 확장시켜주었다. 날씨는 약간 해무가 껴져 있었지만 화창했으므로 확실히 야외 오케스트라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청각과 후각, 시각 그리고 촉각이 자극되는 장소였다. 이제껏 박준 시인은 이런 외부 자극을 받아오며 여행을 갔다는 것을 생각하니 좋은 글귀는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구나 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여행에 대해서 생각하게 한 박준 시인에게 감사하다. 역시 독서의 아름다운 마침표는 여행이었다. 자극과 욕구가 올 때 그것을 외면하지 말고 곧바로 실행하는 것이 좋다 라는 것을 느꼈다. 이것이 박준 시인의 산문이 내게 준 큰 효과였다.

3. 인상 깊은 구절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110p, 일상의 공간, 여행의 시간 중에서

'일상의 공간은 어디로든 떠날 수 있는 출발점이 되어주고 여행의 시간은 그간 우리가 지나온 익숙함을 가장 눈부신 것으로 되돌려놓는다. 떠나야 돌아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