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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치민에서 프놈펜 버스로 육로 국경(목바이·바벳)넘기 (24.04.11 기준)

소한초이 2024. 4. 19.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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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롤로그

 
신박한 여행을 해보고 싶었다. 캄보디아에 갔다가 싱가포르를 가는 여정에 하나 더 추가해서 베트남 호치민도 가기로 했다. 부산에서 호치민으로 가는 편도가 15만 원대로 구할 수 있어서 더 좋았다. 첫 유럽여행을 갔을 때도 최대한 한국인들이 안 가는 곳 그리고 없는 곳을 찾아 골라 다녔다. 아마도 혼자 배낭여행을 했기 때문에 그런 괴상한 경험을 했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언제 또 육로로 국경을 넘겠나 싶어서 젊어서 사서 고생한다는 옛말을 십분 빌려 버스 타고 국경을 넘어보기로 했다. 
 

2. 버스표 구매기


구글에 호치민 프놈펜 버스 치면 호치민 1군에 금호삼코버스가 나온다. 그리고 후기를 올리신 몇몇 블로거들도 찾아볼 수가 있다. 그런데 대충지도 보고 찍어본 곳을 가니까 없다! 골목하나를 들어가야 보일지는 몰라도 도로가에 금호고속 로고도 보이지 않고 입간판도 보이지 않았다. 당황스러웠다. 그래서 좀 망설이다가 간판에 대놓고 버스그림이 그려 저 있는 곳에 가서 대뜸 프놈펜 가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그렇게 버스표를 구했다. 사진은 못 찍어서 공유는 할 수 없지만 진짜 대놓고 있어서 못 볼 수가 없고 쉽게 찾을 수 있다. 
 
탄손누트 공항에서 109번 버스 타고 승무원에게 이곳의 위치를 알려주면 사이공 중앙공원에 내려준다. 거기서 내려서 공원을 가로질러가면 바로 보인다. 
 

 

Nam Hải Limousine · 229 Đ. Phạm Ngũ Lão, Phường Phạm Ngũ Lão, Quận 1, Thành phố Hồ Chí Minh, 베트남

★★★★☆ · 버스관광여행사

www.google.co.kr

 

아줌마가 준 예약 종이 / 버스 표


아줌마와 이러쿵저러쿵 이야기를 했다. 버스는 두 가지 타입이 있고 시간은 7시부터 15시까지? 한 시간 간격으로 있다고 했다. 정확한 기억은 아니지만 48명이 타는 버스가 있고 18명이 타는 버스가 있다고 했다. 가격은 60만 동과 85만 동이었다. 그래서 싼 걸로 가자 싶어서 60만 동짜리로 선택했다. 그리고 시간은 대충 9시로 했는데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하다가 9시 반에 버스가 있다고 하고 여기서 9시 10분까지 오라고 했다.

버스표를 구매하고 나서 구글맵 평을 보는데 그렇게 좋지 않은 리뷰를 보게 되었다. 당일에 알 수 없는 취소 통보 등등 안 좋은 경험을 한 사람들이 하나둘씩 볼멘소리를 한다. 나도 그 대상이 될까 두려웠지만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버스 타입이 가운데에 복도를 끼고 2명, 2명씩 타는 일반버스인 줄 알았는데 타고 보니 우리나라 우등버스 격인 한 명과 두 명씩 앉아가는 버스였다. 버스 퀄리티는 좋았다.

3. 버스 이동

 

 
나에게 표를 팔아줬던 아줌마와 제대로 된 작별 인사를 하지 못한 채 버스에 올라탔다. 다른 블로그에서는 미니 벤 같은 차량으로 이동해서 버스정류장에서 탄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게 우등버스가 버스표 구매했던 사무실 앞에까지 버스가 왔고 아줌마가 잘 챙겨줬다. 나 한 명을 태우기 위해서 여기까지 경유해서 왔는지 원래 가는 길이었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마지막으로 타고 바로 호치민을 벗어났다.

지도에서 보면 호치민 인근에는 하얀색으로 표현이 된다. 녹색과 흰색 도시화와 그렇지 않은 곳으로 구분되는 걸까? 아무튼 흰색을 벗어나기까지 한 시간 넘게 걸렸다. 수많은 오토바이와 차량들 그리고 좁은 길이 교통체증이 원인이었다. 역시 국가개발의 가장 우선은 도로정비이구나라는 것을 확실히 느꼈다.

버스 내부 / 소주 들고가는 아저씨


버스를 타자마자 남자승무원이 앞에서부터 여권을 걷는다. 여권을 가져가는 게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약간 겁이 날 수 있겠지만 10년 전 잘츠부르크 어느 한 호스텔에서 디파짓개념으로 여권을 내본 적 있기 때문에 이번에도 믿어보기로 했다.

호치민에서 프놈펜 가는 길 아시는 분은 다 아시겠지만 베트남에서 캄보디아로 가는 여정이기 때문에 국경통과는 필수다. 그 육로를 버스로 이동하기 때문에 국경통과의 모든 과정을 승무원이 다 해준다.

이 버스에 탄 사람들의 종류는 2가지 종류 캄보디아인이거나 아니거나 그리고 외국인 중에서는 e-visa를 미리 사두어서 프린트해 왔거나 비자가 있거나 비자가 없거나 하는 경우다. 승무원이 여권을 걷어가면서 비자확인을 다 한다. 블로그에 알아보기에 도착비자인 경우 35달러를 걷어간다고 하는데 40달러를 요구했다. 그러면 커미션으로 자기가 10달러를 먹는 셈! 안전하게 국경을 넘는 비용으로 1.4만 원 정도를 지출하면 괜찮을 거라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도착비자가 30달러라고 불평하고 알아서 국경통과하겠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극구 말리고 싶다. 국경에서 떼놓고 갔다는 썰도 있고 승무원의 도움이 정말 달콤하기 때문이다.

비자를 해결해 주는 것뿐만 아니라 입국심사서까지 써준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개꿀이다.

첫번째 휴게소 / 여권들 / 대신 써준 입국심사서


9시 반에 출발해서 11시 10분쯤 국경 가기 전에 휴게소 하나를 들린다. 승무원이 10 Minute! 외친다. 여기서 쉬는 휴게소는 구글맵에 RON95 COFFEE를 검색하면 나온다. 버스에 내려 뒤에 살펴보니까 금호버스 같은 차량이 따라붙었다. 아니 난 못 봤는데 사무실이 어디에 있었을까? 이 사람들은 어떻게 찾아서 예매하고 금호버스를 탔을까? 내리는 사람은 다들 동양인이었다. 내가 탄 버스는 1/3이 서양인들도 탔기 때문에 뭔가 내가 잘 탄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한국인도 나뿐이었다. 개척정신이 투철한 서양인 백패커들처럼 나도 모험가가 된 느낌이다.

그리고 한 시간쯤 가서 목바이 국경에 도착했다. 나는 짐검사를 할 줄 알고 가방을 챙겨서 내렸다. 얼타는 건 죄다 외국인뿐 짐을 내리지 않고 그냥 몸만 나오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국경 출국심사대에 승무원이 우리의 여권을 죄다 제출한다. 출국심사관이 순서대로 도장을 찍고 승무원에게 전달해 준다. 그리고 승무원이 한 명 한 명 호명하며 여권을 전해준다. 이런 식으로 간단하게 베트남 국경을 안전하게 넘었다.
 
그리고 승무원과 함께 걸어서 버스를 타고 몇 미터 안 되는 캄보디아 국경 바벳 국경에 도착한다. 내려서는 곧 장 여권을 입국심사관에게 보여주고 확인한다. 그거를 승무원이 다시 들고 자기 혼자 도장 찍으러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우리는 그냥 그늘에서 쉬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여기서 짐검사를 안 한다는 게 참 의아스러웠다. 이 정도면 마약 밀수입해도 안 걸리겠는데 싶을 정도였다. 여행객입장에서는 정말 편했지만 뭔가 이래도 되나 싶었다. 버스 안에 짐을 두고 버스는 버스대로 혼자 국경을 넘고 우리는 승무원과 함께 몸만 빠져나와서 국경을 넘고 말이다. 편하긴 편하지만 그래도 고개는 갸우뚱하다. 공항보다 아주 훨씬 출입국절차가 간편했다. 물론 승무원 덕분이지만 말이다.
 

목바이 국경 / 국경과 국경 사이, 저 승무원만 잘 따라가자!! / 바벳 국경

 
첫 번째 휴게소에서 2만 동주고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사 먹었는데 그게 너무 이뇨작용이 잘되었는지 화장실이 너무나 가고 싶었다. 그래서 고민고민 끝에 승무원에게 말하고 화장실을 다녀왔다. 다녀오고 나니까 한결 편해졌다. (절대 커피를 마시지 말 것!) 그리고 다시 돌아가는 길에 승무원이 나를 보고는 버스로 돌아가라고 이야기해 줬다. 아니 나만 버스로 돌아가라고 하니까 뭔가 싶고 겁이 났지만 일단 지금은 승무원 말만 들어야 일이 잘 풀리기 때문에 그렇게 했다.
 
그런데 도로를 가로질러 버스로 향하는 도중에 캄보디아 국경 공무원이 나를 불러서 잡는 것이다. 어떠한 설명으로도 그녀를 납득시킬 수 없는 분위기였다. 험악한 얼굴로 나를 경계하는 모습이었는데 나는 대충 나의 매니저가 버스를 타라고 했다.라고 설명하고 승무원을 찾아서 가리켰는데 다행히 승무원이 이 장면을 보고는 달려와서 뭐라 뭐라 설명을 해줬다. 그제야 캄보디아 공무원이 경계하는 얼굴을 풀고 나에게 가도 된다고 이야기해 주었다. 이 부분이 국경 넘는 과정 통틀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이었다. 즉 그만큼 국경 넘는데 쉬웠다는 의미이다. 
 
버스로 돌아가니 이미 버스에 많은 사람들이 타 있었다. 추정컨대 비자 문제가 없는 사람들이 타있던 것 같다. 나 또한 2월에 캄보디아 비자를 이미 취득했기 때문에 먼저 와 있을 수 있었다. e-visa와 도착비자가 있는 서양인 친구들이 하나둘씩 오면서 완벽하고 안전하게 베트남 국경을 넘어 캄보디아로 넘어오게 되었다. 그리고 얼마 안 가고 바로 휴게소에 들러서 다시 한번 10 Minute!
 

바벳 구경에서 받은 도장 / 바벳 국경 지나서 모습 / 두번째 휴게소

 
캄보디아 1번 국도를 타고 프놈펜으로 향했다. 캄보디아의 시골 풍경은 최근 화전을 해서 그런지 잿더미 가득한 논들과 연기들이 많이 보였다. 가끔 가다 보면 킬링필드의 유적지처럼 생긴 곳도 보였다. 그리고 곧 있으면 캄보디아 국경일이라서 그런지 차들이 엄청 막혔다. 베트남도 마찬가지였지만 캄보디아는 도로 상황이 더 안 좋았다. 50킬로 제한인 데다가 오토바이도 많고 베트남에는 보이지 않는 툭툭이들도 엄청 많다. 역시 국가발전에 기틀이 되는 건 고속도로임을 뼈저리게 느꼈다. 
 
캄보디아로 넘어오니까 중간에 버스를 탑승하는 사람들도 있고 내리는 사람들도 있다. 아마 캄보디아 사람들인 것 같다. 곧 있을 명절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사람들이 명절을 쇠기 위해 집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 정류소도 아닌데 내리는 것 같고 타는 것은 모르겠는데 내리는 것은 말만 해주면 가는 길에 내려주는 것 같다. 프놈펜으로 넘어가기 전 츠바사 다리라고 있다. 그 다리를 통해 강을 건너기 전에 휴게소에 한 번 들렀다. 그러니까 마지막 휴게소가 되겠다.
 
국경 넘는 이 기행문을 적으면서 이 다리에 대해서 간단히 검색해 봤는데 일본과 함께하는 우정다리라고 한다. 이름부터가 츠바사니까 일본스러웠는데 그 느낌이 맞았다. 어쩐지 가면서 호수정비사업을 일본이 하는 것을 보았는데 이 일대에 일본자본이 들어와 있는 것 같다. 
 
마지막휴게소에서 프놈펜 시내까지 거리로는 67킬로 정도인데 거의 두 시간 동안 갔다. 프놈펜에 인접하면 인접할수록 툭툭이와 차는 엄청 많아졌다. 그리고 베트남에서도 그렇고 캄보디아도 추월을 많이 해서 경적을 많이 울린다. 그러니까 오토바이나 툭툭이들에게 비키라는 소리다. 그래서 잠을 청하기도 참 애매했다. 불규칙적으로 경적을 울려대니 말이다. 
 

츠바사다리 / 프놈펜 초입 / 프놈펜 교통체증

 
그런데 프놈펜에 어디에 내려주는지 몰랐다. 여자친구와는 프놈펜 BKK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말이다. 여자친구가 올림픽 운동장 주변에서 내릴 거라는 귀띔은 줬다. 결국 그녀의 말대로 올림픽 운동장 주변에서 내렸다. 그런데 잠실 운동장 생각하고 내렸는데 그냥 길거리였다. 잠실 같았으면 내려서 벤치 앉아서 기다릴 요양이었는데 전혀 그런데가 아니고 그냥 교통의 중심지였다. 매연과 석양을 잔뜩 맞으면서 여자친구를 기다렸다. 
 
같은 버스를 탄 서양인들이 줄줄이 내려 결국 내쪽으로 향해왔다. 당당하게 어디론가 걸어가길래 그냥 무심코 지켜봤다. 한 서양인 커플은 한 툭툭기사에게 5달러 줄 테니까 호텔 가자고 이야기를 했다. 5달러면 프놈펜 외곽을 갈 수 있는 돈인데 어딜 가려고 5달러를 준다고 할까 혀를 찼다. 그런데 그들 입장에서도 이렇게 길바닥에 대책 없이 나와 앉아있는 것보다 좀 더 비싸게 주더라도 안전하게 호텔에 가는 게 낫을 것이다. 나 또한 처음 캄보디아 입국했을 때 그냥 택시기사에게 10달러를 줘버린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경험자의 여유였을까 그들보다 한 발 앞서가는 나 자신을 보면서 왜곡된 자랑스러움을 느꼈다. 
 

4. 타임테이블

 

A - 9:30 버스 탑승
B - 11:10 첫 번째 휴게소
C - 12:10 목바이 국경
D - 12:50 바벳 국경 캄보디아 입국
E - 13:10 두 번째 휴게소
F - 14:30 세 번째 휴게소
G - 17:10 프놈펜 올림픽운동장 주변 도착
 

5. 에필로그

 

베트남-캄보디아 국경을 넘는데 약 7시간 20분이 걸렸다. 10년 전 프라하에서 부다페스트까지 버스 타고 간 적이 있는데 그때도 그 정도 시간이 걸렸던 것 같다. 유럽이라 국경을 넘는데 따로 심사나 그런 것은 당연히 없었다. 자그레브에서 비엔나까지 기차 타고 7시간 정도 타고 간 적 있는데 그때는 중간에 슬로베니아를 거쳤기 때문에 정차해서 여권검사를 했었다.
 
국경을 넘는걸 왜 이리 좋아하냐는 여자친구의 말에 이렇게 답해보고 싶다. 보통사람들이 해보지 않은 경험이 나는 좋다고 말이다. 여행에서 가장 오래 기억이 남는 것은 고생했던 경험이고 그것이 추억이 된다. 김영하 작가의 여행의 이유를 다시 접목을 시켜보자면 나의 여행의 이유는 자아실현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함이다. 나에게 여행은 모험이었다. 내가 의도한 대로 내가 생각한 대로 성과로 이루어지는 일. 긴박하고 새롭고 익숙하지 않은 상황 속에서 확실하게 무언가를 이룬다는 것은 내 자존감을 채우는데 큰 공을 세웠다. 누군가에게 국경을 넘는다는 일은 사소한 일이겠지만 나에게는 자존감을 키우는 방법 중 하나였다. 미친놈처럼 누군가 하지 않는 일,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내는 일 그것이 내가 좋아하는 여행의 형태였다. 

 
휴양의 개념으로 바라본다면 소위 이른바 "국룰"이라고 하는 여행지나 맛집을 찾아갈 테지만 모험의 개념으로 적용을 한다면 그것은 자기 맞춤 여행이 되겠다. 반대로 생각해 본다면 억지로 모험을 떠나게 되면 자기가 어떠한 성향인지 파악이 된다. 그렇게 모험 같은 여행을 하게 된다면 나 자신을 찾는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 본다. 마지막으로 세줄 요약으로 마무리를 해보겠다. 나중에 이글을 읽고 국경을 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정시에 출발한다
7시간 반 정도 걸린다
승무원만 잘 따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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