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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벽화 수선] 스카르파 인스팅트 수선 밑창 갈이 후기

소한초이 2024. 4. 7.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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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수선 전

줄 곧 다니던 암장이 운영 어려움으로 문을 닫고 회사 체육관 지하에 있는 암장으로 옮겨 운동을 한 지 3개월이 되었다. 드디어 여기서 밑창이 나갔다. 애착을 가지고 있는 신발이라서 버리기는 쉽지 않았다. 그리고 최근에 <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를 읽고 나서 버리기가 좀 더 망설여졌다. 밑창을 가는 것보다 새거 사는 게 더 낫다고 했던 여러 선배님과 센터장님의 의견을 받기도 했지만 스페어로 암벽화를 가지고 있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생각이 들어서 수선을 맡기기로 결심했다.

 

왼발

 

오른발

 

노동자의 손을 보면 격무와 그 세월의 흔적을 볼 수 있다고 하지 않는가? 암장을 다니고 여러 사람들의 암벽화를 보면 얼추비슷하게 운동했던 시간과 습관들을 볼 수 있다. 나는 엄지발가락 쪽이 많이 해져있다. 글로는 표현하기 어렵지만 특정 동작을 자주 하고 습관처럼 하기 때문에 이 부분이 많이 달아있다. 달아있는 고무를 보면 마치 훈장처럼 느껴져서 기분이 좋다.

2. 수선 후

수선의 기간은 약 2주가 걸린 것 같다. 다른 곳에도 견적을 받아봤는데 3~4주가 걸린다고 했다. 암벽화 수선 뿐만 아니라 신발 수선의 수요가 많은 가 보다. 아니면 업체가 그만큼 적은 걸까? 아무튼 일부로 골라골라 영세업체를 선정했고 그만큼 일거리가 없어 바쁘지 않을 거라는 기대와 다르게 2주라는 시간이 길게만 느껴졌지만 새로 산 암벽화가 있어서 그 기간을 마냥 지루하게 기다리지는 않았다. 

 

수선 후 암벽화의 총 인상은 완전 새 암벽화가 되었는데? 였다. 집에서 따로 세탁을 하는 것보다 더 전문적으로 세탁을 했는지 찌든 때도 말끔히 사라졌다. 그리고 고무도 잘 접착이 된 것 같이 라인도 이쁘게 잘 마감이 되어있다. 세월의 흔적이 싹 사라진 느낌이라 중고로 팔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날 정도였다. 만족도는 아주 높았다. 

 

왼발

 

오른발

 

현재 이 암장에서 같이 운동하고 있는 선배가 옛날에 밑창갈이의 품질이 많이 낮았어서 신뢰하지 않았는데 내가 수선해온 암벽화를 보고서는 이 정도면 기술력이 많이 올라갔다고 평가해 주었다. 자기 암벽화도 한 번 맞겨봐야겠는데 할 정도로 말이다. 옛날에는 접착제도 튀어나오고 장난이 아니었다고 하는데 아무튼 겉으로는 멀쩡해 보인다고 해도 몇 주간 신어 보고 운동해 봐야 제대로 수선이 되었는지 알 수 있다고 조언을 해주었다. 

 

신어서 운동을 해보니 고무창이 잘 받쳐줘서 잘 갈아진 것 같다. 하지만 그 상위레벨 암벽화를 신고 운동을 했어서 그런지 본래 기량의 20%가 줄어든 느낌이 들었다. 고수는 장비탓을 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고수가 아닌데 어쩔 수 있나. 오히려 그런 상태라면 트레이닝하기 더 좋을 거라는 조언 또한 받게 되었다.

 

발냄새와 약간의 무좀균(이게 무좀이라고 해야할지?)이 완벽하게 없어지지는 않았다. 암벽화 습기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서 분명 무좀균 같은 게 있을 것이고 냄새도 좀 났다. 그게 자주 신는 운동화까지 번질 만큼 말이다. 원래 발에 땀이 잘 안 나고 끈적끈적한 느낌을 못 받았었는데 최근 반년동안은 양말이 축축한 느낌이 든다. 양말을 벗으면 발에 땀이 많았는지 방바닥에 쫙쫙 잘 달라붙는다. 아... 이게 무좀인가? 아무튼 이런 균이 수선을 맡기고 세탁을 맡긴다고 해서 없어지지는 않았고 따로 제대로 관리해야겠다 싶다. 새로 산 암벽화에 전염시키면 속상할 테니 말이다.

3. 후기

 

일부러 대구까지 택배를 보내어 암벽화 수선을 맞겼다. 전태일 평전을 좋아하고 의류산업과 경공업의 대표도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암벽화 수선 대표업체에 맞기는 것 보다 지방 그리고 영세업체에 맞기는 게 더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마 조금 더 비싸더라도 서울보다 지방에 맡겼을 테지만 가격은 서울보다 훨씬 쌌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결정적인 것은 암벽화 전문수선 업체가 아니고 넓게 신발, 구두 수선집에서 암벽화 수선까지 그 영역을 넓힌 가게였다. 

 

수선집에 택배를 보내고 사장님이 전화주셔서 물건을 잘 전달받고 전남 광양에서 어떻게 알고 대구까지 보냈냐고 놀라운 담긴 말투로 질문을 주셨다. 물론 나도 어떻게 특별한 이유는 없었고 단지 블로그 찾아보다가 알게 된 곳인데 그냥 대구에 지인이 있어서 알게 되었다고 에둘러서 이야기했다. 사장님의 찐한 경북 사투리가 왠지 모르게 더 믿음이 갔다. 고정관념이겠지만 사투리가 더 전문성을 띠게 해 주는 것 같다. 

 

가격은 4만원 택배비 왕복하니까 8천 원 들어서 48,000원에 암벽화 밑창갈이를 했다.

 

장소는 여기다.

 

광고 이미지도 있었다.

 

위에 전화번호로 문자로 견적을 문의하고 택배보낸다고 하면 물건 받고 전화를 주신다. 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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