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임일자: 2025년 4월 6일
• 읽은 책: 김기창 『기후변화 시대의 사랑』
• 참석자: 소한, 칼린다, 믿음, 조이, 봄터 (총 5명 참석)

프롤로그
이번 독서모임에는 데이나님과 타너스님이 함께하지 못하셨습니다. 두 분의 이야기를 듣지 못해 아쉬움이 남았지만, 미처 나누지 못한 이야기들은 다음 모임에서 들을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모임이 시작되기 전, 봄터님과 요즘 어떤 책을 읽고 있는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저는 예소연 작가의 작품을 읽고 있다고 말씀드렸고, 작가를 알게 된 계기와 최근 주목받고 있다는 인상을 새삼 느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칼린다님은 마음공부에 관심이 많다고 하시며 『닥터 도티의 삶을 바꾸는 마술가게』라는 책을 소개해주셨습니다. 조이님은 최근 넷플릭스에서 배우 신예은이 주연으로 출연한 『말할 수 없는 비밀』을 봤다고 하셨습니다.
믿음님이 30분 정도 늦으신 덕분에, 모임 초반에는 서로의 근황을 자연스럽게 나눌 수 있었습니다. 지난 모임에서 약속했던 것들이 무색해지기도 했지만, 독서모임의 본질은 결국 책을 통해 서로의 생각을 듣고 나누는 데 있다는 점을 다시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이번 모임은 한층 더 편안한 분위기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선정 배경
‘변화’라는 키워드를 처음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책은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이었다. 너무 직관적으로 떠올랐고, 동시에 너무 흔한 선택 같아 시시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색다른 책을 찾아보고 싶어졌다. 한국소설, SF, 그리고 변화. 이 세 가지 키워드를 묶어서 ChatGPT에게 책 다섯 권을 추천해달라고 했는데, 결과는 조금 실망스러웠다. 키워드를 줬는데도 전혀 다른 방향의 책을 추천해주는 등 할루시네이션이 꽤 있었다. 그러다 그중에서 김기창 작가의 『기후변화 시대의 사랑』이 눈에 들어왔다.
이 책이 괜찮은 선택인지 확신이 서지 않아, 진짜를 골라내는 데 시간이 걸렸다. 그래서 기준을 하나 세웠다. ‘내가 평소에 절대 손에 안 댈 법한 책일 것.’ 기후변화라는 주제는 내가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던 영역이었고, 그래서 오히려 SF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면 재미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나는 독서모임에서 멤버들이 도전하지 않을 장르를 일부러 꺼내들고, 그 반응을 지켜보는 걸 좋아한다. 이번에도 그 마음이 조금은 있었다.
전반적인 독후감
봄터 기후변화가 어떻게 사랑과 연결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환경 변화뿐 아니라 감성적으로 접근해서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들어준 책이었다.
조이 왜 사랑이라는 주제를 연결시켰는지 궁금했다. 물론 사랑은 가치 있는 것이지만. 단편들이 서로 연결되는 듯하면서도 헷갈리는 지점이 있었다. 그래도 신선했고, 살아가면서 생각하지 못한 지점을 짚어줘서 좋았다.
칼린다 소설을 읽게 되어 반가웠고, 특히 사랑이라는 주제가 중심에 있어서 좋았다. 돔시티, 굴 파괴 같은 설정들이 사랑과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추천사에서 이 책을 ‘고마운 책’이라고 표현한 이유가 궁금했고, 독서모임을 통해 멤버들에게 질문해보고 싶었다. 관계성에 감정이입하며 읽었고, 때로는 울기도 했다. 왜 기후변화 속에서 사랑을 이야기하고 싶었을까? 많은 질문을 남겨준 소설이었다.
믿음 책 표지를 보고 재밌을 것 같다는 기대가 생겼고, 흔하지 않은 표지라고 느꼈다. 책을 다 읽고 난 뒤에는 작가가 기후를 말하고 싶은 건지, 사랑을 말하고 싶은 건지 애매모호하게 느껴졌고, 그래서 기후위기라는 주제가 좀 중화된 인상을 받았다.
발제문 1. 가장 인상 깊은 단편은 무엇인가요?
봄터 돔시티가 등장하는 단편들이 인상 깊었다. 최근 순천만국가정원을 방문했는데, 유리온실 안의 풍경이 책과 겹쳐지며 감상이 더 깊어졌다. 온실은 따뜻하고 아름다웠지만, 이런 공간이 현실에서 돔시티처럼 다가온다면 어쩌지 하는 경각심이 들었다. 대부분 사람들은 기후변화를 나와 상관없는 일로 여기지만, SF소설을 통해 현실로 충분히 다가올 수 있겠다는 감정이 생겼고, 사랑이라는 감정을 통해 기후변화에 대한 위기감으로 승화시킬 수 있었다. 기후위기를 다양한 장르로도 승화시킬 수 있겠다는 가능성도 생각해보게 되었다.
조이 『접는 나날』과 『천국의 초저녁』이 인상 깊었다. 『접는 나날』은 말하고자 하는 의미를 파악하지 못했고, 과연 기후위기와 연관이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소설 속 분위기가 이해되지 않아 착잡했지만, 뭔지 모르겠지만 공감이 되었다. 공감이라는 것이 자꾸 신경 쓰인다는 것이라면 충분히 공감되었다. ‘접는다’라는 표현도 인상 깊었다. 『천국의 초저녁』에서는 마지막 문장이 인상 깊었다. “뭔가 다른 방법이, 아직 생각지 못한 방법이 있을 거라고. 지구온난화 따위를 걱정하지 않으며 천국의 초저녁을 볼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 분명히 남아 있을 거라고.” 왜 천국의 초저녁이라고 일컫는 것일까? 의문이 들었다.
칼린다 『1순위의 세계』가 가장 인상 깊었다. 이 단편을 통해 내 삶의 1순위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리고 봄터님의 이야기를 듣다가, 왜 이 책을 추천사에서 ‘고마운 책’이라고 표현했는지에 대한 해답을 얻게 되었다. SF소설로 있을 법한 설정들이 감정을 일으키게 되었고, 그렇게 되었을 때 와닿지 않았던 뉴스 속 기후위기가 감정을 통해 불안함으로 이어지며 기후위기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믿음 『접는 나날』은 기괴해서 인상 깊었다. 어떻게 에어컨을 접는다는 건지, 결국에는 몸까지 접어버리는 설정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약속의 땅』에서는 짐승과 인간이 서로 죽으면 서로 식량이 되고 먹이가 되는 구도가 강하게 남았다.
발제문 2. 기후변화가 우리의 일상적인 결정에 미친 영향을 어떻게 느끼고 있나요?
칼린다 구례의 절을 방문했을 때 상인회에서 건 ‘반달곰을 지키자’는 현수막을 본 적이 있다. 탬플스테이로 인해 산속 건물들이 늘어나는 상황이고, 지리산국립공원에서도 지속적으로 홍보하고 있지만, 정작 반달곰을 보호하려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갈린다. 이목이 집중되는 것이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에는 다르게 작용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환경을 둘러싼 논의에서 이러한 시각차가 존재할 수 있음을 체감했다. 그리고 작년에 독서모임에서 읽었던 『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가 떠올랐다. 우리가 직접 현실 속에서 체감하고 와닿을 때 변화가 일어난다고 느꼈다.
봄터 광양 매화축제가 떠올랐다. 올해는 꽃이 늦게 피어서 ‘꽃 없는 축제’처럼 되어버렸다. 주최 측에서도 날짜를 신중하게 고민했을 텐데, 불규칙적인 기상이변으로 모든 계획이 무너진 셈이 되었다. 또 산불 재난 때문에 하동 벚꽃축제도 취소되었는데, 생막걸리가 폐기 위기에 놓이자 SNS를 통해 자원봉사처럼 소비하자는 움직임도 있었다. 무더위 쉼터나 마을회관 냉난방 시설 유지보수 등으로 폭염에 취약한 노인들의 건강을 지켜야 하는 상황도 사회 문제로 다가왔다. 이런 것들이 모두 기상이변이 초래한 현실이라 느꼈다.
조이 기후위기에 대한 체감은 주로 매스컴을 통해 이루어진다. 북극곰이 먹을 것이 없어 민가로 내려와 쓰레기를 뒤지는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일상에서는 딱히 와닿지 않지만, 관련된 외침은 많다. 그러나 실질적인 행동은 부족하다고 느낀다. 귀찮고 불편하기 때문에 행동하지 않게 되고, 오히려 환경 관련 산업만 늘어나는 것 같다. 기업들은 의미 있는 활동보다는 그린워싱에 더 관심 있는 듯하고, 나 하나 바뀐다고 세상이 바뀔까 하는 회의감도 든다. 그래서 기업이나 국가 차원에서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믿음 일상 패턴에 변화가 생겼다. 4월인데도 추운 날씨 때문에 난방을 틀고 있다. 원래는 낮에 실외 활동을 좋아했는데, 햇빛은 따갑고 또 추운 날씨 때문에 이제는 실내 활동만 하게 된다. 앞으로는 실내 활동만 하며 살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발제문 3.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실천이 누군가와의 관계를 멀어지게 만들었다면, 그 상황을 우리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칼린다 각자의 세계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우리의 미래라고 하지만 결국에는 개인의 미래, 서로의 행복이라고 본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접근은 그 방법과 과정이 다 다르다고 생각한다. 『1순위의 세계』에서 우석과 희연이 헤어진 이유는 가치관 차이라고 느꼈다. 공동의 목표는 같았지만 개인적인 목표가 달랐다. 공동의 목표와 개인적인 목표를 분리해서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기도 했다. 희연의 입장에서 보면, 아이에 대한 생각이 우석과 달랐고, 그래서 남자로서의 매력이 떨어졌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희연이 원하는 배우자와 아이의 아버지 이미지와 부합하지 않았던 것이다. 대화 없이 일에만 몰두한 결과 이런 차이를 좁히지 못했고, 결국 우석도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노력했지만 서로를 놓치게 되어 안타깝다.
봄터 어찌 되었든 이들은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1순위의 세계』에서 이들은 사실 가치관 때문이 아니라 다른 문제로 헤어지게 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타협점을 찾지 못한 것이다. 요즘 정치인들이 역지사지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서로의 목표는 같았기 때문에, 이들과 비슷한 관계는 언제든지 관계 회복의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조이 더 나은 미래라는 목적에 몰입하다 보니 우석과 희연의 마지막처럼 된 게 아닐까 싶다. 여유를 가지고 절충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 꼭 내가 이 일을 해야 하나, 지금 해야 하나 다시 생각했다면 결과는 달랐을지도 모른다. 결국 자기 자신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들의 선택이 정말 잘한 행동인가 싶었고, 개인의 삶을 희생한 것 같아 안타까웠다. 『1순위의 세계』를 더 살펴보면, 우석은 미련이 남아 있는 것처럼 보이고, 희연은 아쉬움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이들은 공동의 1순위 목표를 달성했기 때문에 비로소 2순위를 바라볼 수 있었고, 희연은 우석에게 그것을 이야기한 듯하다. “이제 시작이야”라는 말도 그런 뉘앙스로 다가왔다. 다시 1순위가 생긴다면 똑같은 일이 반복될 것 같았다. 우석과 희연 모두 사회문제가 개인 문제보다 더 우선이라고 여기는 기질을 가졌고, 사회문제를 해결했을 때 더 큰 희열을 느끼는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희연은 냉철하게 “이제 다음을 향해 가야 한다”고 말한 것 같았다.
믿음 관계가 멀어진 것은 이 둘의 갈등 때문이었다. 그리고 더 나은 미래라는 목표를 수단화해서 개인적인 이익을 추구하려 한 것은 아닌지 점검해봐야 한다. 이들은 그저 목표 자체에만 집중한 나머지 상대방을 생각하지 않았다. 또한 우석과 희연은 구체적으로 어떤 미래를 그리는지 명확히 정하지 않았고, 그래서 마지막에 결국 헤어지게 된 것이 아닐까 싶다. 더 나은 미래가 어떤 모습인지, 어디까지 가야 하는지를 충분히 논의했어야 했다.
발제문 4. 공동의 목표가 있는데도 갈등이 생긴다면, 무엇이 더 중요하게 작용하는 걸까요?
봄터 갈등의 원인은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 번째는 방법론의 차이로, 급진적 접근과 점진적 접근, 자율과 통제 중심의 방식 간 차이가 있다. 두 번째는 감정적인 태도, 세 번째는 책임 분배 문제다. 이런 요인들 때문에 공동의 목표가 있어도 갈등이 첨예해진다고 본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협력보다는 경쟁 중심의 사회 구조가 이런 갈등 상황을 가속화시키고 있다고 생각한다.
칼린다 고집, 자기 말만 옳다는 생각, 대화와 조율의 부재, 그리고 존중 없는 태도가 갈등을 일으킨다고 본다. 『하이 피버 프로젝트』 속 소피의 입장도 이해된다. 소피는 돔시티 사람들도 추방자들의 감정을 직접 겪어봐야 서로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반면 피버는 설득을 통해 사람들의 생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이처럼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고 보는 시선과 변화할 수 있다고 보는 시선의 차이가 갈등을 만든다. 이와 연결해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와 예전에 본 다큐멘터리 ‘덴마크 행복의 비결’도 떠올랐다. 그 다큐에서는 타협점이 나올 때까지 끝까지 대화하고 토론하는 문화가 강조되었고, 학교 수업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우리 사회에도 이런 태도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조이 타인의 결정은 단순하지 않지만 우리는 그 단면만 보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서로를 이해하려면 시간과 과정이 필요하다. 대화가 가능하려면 먼저 ‘인정하는 문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틀렸거나 잘못됐을 때 이를 인정할 수 있는 문화가 있어야 한다. 삶 속 갈등은 대부분 정성적 가치에서 비롯되기에 판단이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누가 옳고 그르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결국 대화와 토론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대화가 잘 되기 위해서는 수긍할 수 있는 기질, 즉 내가 틀렸을 때 자존심이 상하더라도 받아들일 수 있는 태도가 필요하다. 이런 기질과 문화를 기르려면 사소한 것부터 실천해야 하며, 수평적인 관계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믿음 갈등의 원인은 방식의 차이와 범위의 차이로 나뉜다. 방식의 차이에는 온건파와 강경파가 있고, 이는 대상에 대한 애정의 강도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범위의 차이에서는 ‘다 같이 살 것인가?’ 혹은 ‘소수만 살아남을 것인가?’라는 선택이 생긴다. 모든 생명체는 생존 본능을 가지고 있고, 이 본능이 약한 사람은 다 같이 살기를 바라며, 강한 사람은 자기 생존을 우선시한다. 이러한 생존에 대한 관점 차이가 공동의 목표 아래서도 갈등을 일으킨다고 생각한다.
오늘 모임 어땠나요?
봄터 도서관에서 따끈따끈한 신간을 빌려보는 걸 좋아한다. 내가 먼저 선점해서 공짜로 새 책을 읽는다는 점에서 기분이 좋고, 그만큼 잘 읽고 깨끗하게 반납하려고도 한다. 평소 했던 이런 행동들이 이번 책을 통해 ‘지구도 이렇게 빌리는 개념이 아닐까?’라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그래서 기후위기가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경각심을 가져야 할 개인적인 문제라고 느끼게 되었다.
칼린다 단순한 감정의 공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정치·경제·환경 등 다양한 층위로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 소설의 순기능이라는 걸 다시금 느꼈다. 책의 추천사에 나온 “나 하나 변한다고 세상이 바뀔까?”라는 문장이 인상 깊었고, 몇 계절을 지나며 내가 배출해내는 것이 결코 적지 않다는 걸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실천해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믿음 독서모임 덕분에 소설을 자주 읽게 되었고, 조금씩 소설의 재미를 느끼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어서 좋았고, 감정과 연결해서 읽을 수 있어 더 좋았다.
조이 봄터님의 이야기를 듣고 뜨끔했다. 빌린 책에 대해 어디까지 해도 될까 생각했는데, 그동안 너무 내 생각만 했던 것 같았다. 회사에서 환경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데, 속세에 물든 채 환경문제를 바라보고 있었다. 국가 차원에서 먼저 실천되어야 한다고만 생각했지만, 이번 모임을 통해 개인의 실천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다양한 관점들을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
에필로그
이번 모임에서는 제가 미리 정리한 독후감과 발제문 답변이 어느 정도 효과를 본 것 같습니다. 감사하게도, 참석하신 모든 분들이 제가 카페에 올린 글을 읽어보신 듯했습니다. 발제문을 확인하려면 자연스럽게 제 글을 보게 되는 구조였기에, 어쩔 수 없이제 생각을 접하게 되셨죠. 아주 작은 지혜였지만, 그 덕분에 더 풍성한 대화가 가능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이번 발제문을 준비하며 한 가지 더 느낀 것이 있습니다. 바로, 직전 독서모임에서 읽었던 책이 다음 발제문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코뿔소』에서 다뤘던 의견들과 분위기가 이번 『기후변화 시대의 사랑』 발제문에도 어느 정도 반영된 것 같습니다. 기후위기보다는 단체 생활과 사람들 사이의 의견 차이에 좀 더 초점을 맞췄던 제 질문들이, 어쩌면 지난 모임의 연장선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발제자의 발제문이 독서모임의 방향성에 상당히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 영향력을 새삼 실감하며, 이번에는 기후위기 그 자체보다는 다른 주제들이 더 많이 논의되어 조금은 아쉬움도 남습니다. 다음 모임에서는 주제의 깊이와 균형 모두를 고려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좌석 배치에 대한 고민도 생겼습니다. 항상 특정 멤버가 구석이나 변두리에 앉는 패턴이 반복되면서, 멤버 간 구성이나 이야기 흐름이 고착화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어쩌면 그러한 배치가 무의식 중에 이야기의 중심을 저에게 몰아주고 있는 건 아닐까 싶기도 했습니다. 물론 제가 정리하고 질문을 많이 하긴 하지만 말입니다. 그래서 다음 모임부터는 의도적으로 좌석 순서를 바꾸거나, 중간에 쉬는 시간을 활용해 자리를 바꿔보는 등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보는 시도를 해보면 어떨까 합니다.
'소소한 익명독서모임 > '25 광양독서모임'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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