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소비업적

소비업적 NO.13 화이자 비아그라 (Pfizer VIAGRA)

소한초이 2024. 2. 26.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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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아그라 구매건으로 글을 쓸려는 의도는 없었다. 하지만 구매하려고 하는 당시 주저함과 자괴감에 빠져 스트레스가 있었기에 이 글을 통해서 승화시켜보고자 한다. 서두에 말하자면 직장 상사가 캄보디아 여행 가는 나에게 비아그라 사달라고 부탁했다.
 
캄보디아를 가기 위해 반차를 쓰고 운전을 해서 공항으로 가는 중이었다. 갑자기 파트장님에게 전화가 왔다. 대화는 아주 똑같을 수는 없겠지만 뉘앙스는 아래와 비슷했다.
 

 
파트장 : 잘 올라가고 있지? 다름이 아니라 모임(?)에서 직원 중에 캄보디아 가는 사람이 있다고 이야기가 나와서 거시기를 좀 부탁할게~
나 : 네? 거시기요?
파트장 : 그래 거시기
나 : 제가 알고있는 그 거시기 맞나요?
파트장 : 그래 비아 거시기
나 : 네 알겠습니다.
 
비아그라를 사달라는 파트장 그리고 본인이 사용하는 게 아닌 지인에게 부탁받았다는 파트장님이 그냥 웃겼다. 그리고 이 상황 자체가 재밌었다. 또한 파트장님과 관계가 좋아야지만 다음 여행 일정도 무리 없이 소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그 부탁을 손쉽게 들어주었다. 그리고 재밌는 사실을 널리 알리고 싶은 마음에 여자친구와 친구들 그리고 가족들에게도 이 사실을 알렸다. 그 뒤로 한국에서 비아그라를 사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 그리고 비아그라는 무엇인지 찾아보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는 처방전이 필요한 약이었다. 그리고 비아그라 특허가 만료되어서 카피제품이 나오고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영어로는 비아그라 제네릭이라고 한다고 한다. 어떤 유튜브에서 비아그라 제네릭이 한인마트 가판대에 떡하니 올려져 있는 모습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름을 제각각이지만 효과는 비아그라와 같은 효과를 본다고 한다.
 

 
1년 전 쯤에 우춘희의 깻잎투쟁기라는 책을 읽었다. 거기서 캄보디아 이주노동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들이 한국으로 넘어올 때 감기약 때문에 출입국심사에서 많이 잡힌다고들 한다. 그 이유는 그들이 복용하고 있는 감기약이 문제였던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인정하고 있지 않은 그러니까 마약성분이라고 구분되는 성분이 캄보디아에서는 감기약에 포함이 되고 있던 것이다. 한국말이 서툴고 변호능력이 없는 그들은 그저 그렇게 본국으로 돌아가는 상황이 왕왕 있었다고 한다.
 
이온 프놈펜 몰에 갔다. 그 곳에서 해외여행을 다녀오면 과자를 사서 돌리는 관행을 수행하기 위해 과자를 샀다. 그리고 그 옆에 바로 약국이 있길래 가판대를 열심히 찾아봤다. 물어보면 되었겠지만 차마 물어볼 수 없었다. 콘돔옆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콘돔의 종류만 수십 가지 이 세상에 있는 콘돔은 거기 다 있는 듯했다. 우리나라는 콘돔을 왜 사기 어려울까 이처럼 대놓고 팔면 안 되려나 생각도 잠시 했다. 결국 직원에게 비아그라를 찾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지 못했다.
 

이온몰1 · 132 Samdach Sothearos Blvd (3), Phnom Penh, 캄보디아

★★★★☆ · 쇼핑몰

www.google.com

 
다른 물건을 사기 위해 이리 저리 살펴보다가 2층에 약국이 하나 더 있었다. 1층에 있던 약국은 약간 마트에 딸려있는 느낌이었고 2층에 있는 약국은 규모가 좀 있었다. 결국 나는 들어가지 못했고 부끄럽게 여자친구에게 비아그라 구매를 부탁했다. 나는 주변 다이소나 화장실에 피신해 있었다. 그러는 도중에 여자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50mg과 100mg이 있다는 것이었다. 충격! 그리고 두 통에 USD97이나 한다는 것이었다. 또다시 충격!! 비아그라가 이렇게 비싼 약이었나? 결국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두 통 사는 것으로 이야기가 되었다. 가격이 싸면 여러 개 사가지고 가려고 했는데 비싸서 더 걱정이 되었다. 이거 괜히 사갔다가 비싸다고 핀잔만 듣는 거 아니야? 그래서 영수증과 함께 가져오지 못 한 여자친구에게 다시 한번 부탁해서 영수증을 챙겨 와 달라고 부탁했다. 점원이 여자친구에게 재차 For Man!! For Man!! 했다고 하는데 나는 정말 못된 남자친구다. 다시 한 번 아량이 넓은 여자친구에게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
 
비아그라 어떤 제품을 몇개 그리고 몇 mg 짜리로 사달라는 말 없이 거시기 그리고 비아그라 라고 답한 파트장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은 참으로 힘들었다. 물론 추가적으로 카톡으로 물어봤으면 된 거 아닌가 싶지만 이 발단은 비아그라를 사고 나서부터다. 사기 전에는 비아그라의 존재가 이렇게 남다를 줄은 몰랐다. 비아그라의 용량이 하나 이상이고 비쌀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결국 구매하고 나서 이야기하는 것보다 그냥 갖다 주는 게 낫을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그 이후에 반나절은 파트장이 비아그라를 부탁하고 탐탁지 않아 하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에 스트레스였다. 비아그라가 나의 여행일정의 반나절을 차지해 버렸다.
 

 
귀국해서 출근하고 퇴근하기 한 시간 전쯤에 은밀하게 비아그라를 전했다. 전하는 과정도 민망해서 의중을 다 전달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걱정이 실현이 되었다. 왜 이리 많이 사 왔냐는 말 다음에 왜 이리 비싸냐는 말을 해왔다. 그럼 정확하게 말을 하던가!! 부하직원에게 몹쓸 비아그라를 부탁하고 말이다. 필요하면 비뇨기과 가서 처방전 받아서 사는 게 더 싸고 정확할 텐데 말이다. 물론 본인이 사용하는 게 아니라고 하지만. 계좌번호와 금액을 찍어달라는 말에 $97에 오늘 살 때 기준 환율로 계산해서 카톡을 보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그 금액만 보냈다. 그래도 용돈이라도 좀 줄줄 알았더니 아쉽긴 하다. 나도 그 나이가 되어봐야 그 심정을 알까? 그런 마음으로 그냥 맘 편히 먹기로 했다. 오죽하면 나에게 그런 부탁을 했을까 싶기도 하고 말이다. 아! 물론 파트장이 복용하려고 하는 건 아니라고 했다. 그냥 그렇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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