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책방/오디오북

[오디오북] 나쓰메 소세키의 도련님

소한초이 2023. 11. 2.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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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읽게 된 계기

 

운전을 해서 집에 돌아가는데 노래는 듣기 싫었다. 그래서 급급하게 밀리의 서재를 켜고 오디오북을 찾았다. 무의식적으로 유튜브를 켜서 쇼츠를 보는 것 혹은 영화를 보겠다고 넷플릭스를 켜는 것처럼 마음에 드는 책을 고르기가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날따라 나츠메 소세키의 책이 눈에 띄었다. 군 복무 시절 당직 근무 섰을 때였다. 나에게 호의적인 선임의 추천으로 나츠메 소세키의 고양이로소이다를 읽게 되었다. 국어교육과 학생의 추천이었으므로 기분 좋게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근무 특성이 그래서 그런지 책이 읽히지 않고 계속 졸리기만 했다. 집중도 잘 안되었다. 그렇게 몇십 페이지를 의미 없이 넘기기만 하고 책을 덮어버렸다. 그리고 명성에 비해 나츠메 소세키는 참 난해하고 읽기 어렵다는 고정관념을 가지게 되었다. 

 

그렇지만 책 쇼핑중에 만난 도련님은 재밌을 것이라는 느낌을 주었다. 도련님이라는 제목도 관심이 갔다. 5시간이라는 분량도 부담 없고 그래서 운전하면서 들을만한 오디오북으로 도련님을 다운로드하였다.

 

2. 독후감

 

오디오북을 들으면서 피식 웃은 적은 처음이다. 성우의 능력이 책의 재미를 가미시켰다. 그리고 시골 사투리 번역이 충청도 사투리로 되어있고 성우의 능청스러운 충청도 사투리가 찰떡이었다. 운전하는 시간이 즐겁고 운전할 일 없나 찾고 싶을 정도로 오디오북이 재밌었다.

 

도쿄 출신 주인공은 2남 중 막내였다. 어머니는 일찍 여의시고 아마 아버지도 성인이 될 때쯤 돌아가신 걸로 기억한다. 주인공은 참 특이한 성격이고 똘아이기질이 있는 듯했다. 학창 시절에 친구가 손가락 잘라보라고 억척스러운 장난에 굴하지 않고 손가락에 칼을 대어 흉터가 남을 정도로 이상하고 배포가 있는 아이였다. 진로를 결정할 때도 뜬금없는 이유로 물리학교로 진학을 했다. 결국 졸업 후 교장선생님의 알선으로 시고쿠 지방 어느 소도시의 수학선생님 자리를 맡게 된다.

 

주인공이 시골 학교에서 지내면서 일어나는 일을 담는 내용이다. 선생 김봉두라는 우리나라 영화가 떠올랐다. 차승원 배우가 주연으로 나오는 영화말이다. 그냥 뺴박 도련님과 비슷한 플롯이다. 아마 어느 정도 영향을 받았을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실제로도 대도시에서 소도시로 발령이 나면서 시골 생활하는 선생님들도 많을 테니 말이다. (왠지 일본영화에 도련님이 있을 것 같기도?)

 

선생 김봉두

한껏 게으름으로 오디오북으로 읽지 마자 독후감이 충만했을 때 글을 쓰지 못해 아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어내어 기록하는 이유는 성우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리고 싶기 때문이었다. 도련님의 낭독을 맡은 이규석 성우님은 모든 등장인물들을 맡아 연기했다. 할머니도 마찬가지로 말이다. 그래서 더 재밌었던 것 같다. 능청스러운 할머니연기, 시골에 있을법한 아이들과 충청도 사투리는 정말 실감이 났다. 5시간 남짓한 분량이 아쉬울 정도로 이규석 성우의 연기가 인상 깊었다.

 

하지만 오디오북으로 책을 읽는 것에는 분명한 단점이 있다. 그것은 단지 단지를 큰 조약돌로 남아내는 것밖에 못한 다는 것이다. 나츠메 소세키의 도련님의 독서의 단지에 100%를 채우기 위해서는 필히 눈으로 읽는 독서가 필요하다. 들어서 책을 읽는 것은 상당히 빼먹는 부분들이 많다. 보수적으로 바라보면 오디오북으로 책을 읽는 것이 독서가 아니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3년간 책을 열심히 읽어온 입장으로 피력해 보자면 그것은 결코 올바르지 못한 접근이다. 제일 좋은 것은 독서가 재미있어야 하는 것이다. 사람은 재밌어야 행동하고 움직인다. 아무리 비합리적인 것이라고 해도 재미가 있으면 움직이길 마련이다. 책이라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여러 가지 방식 중 하나라고 받아들이면 된다. 독서의 범주를 넓게 생각해서 통상적인 틀에서 벗어나보자 라는 게 나의 의견이고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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