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읽게 된 계기
작년 독서모임에서 망원동 브라더스로 김호연 작가를 알게 되었다. 작년에 밀리의 서재 및 교보문고 등등에서 베스트셀러로 대대적인 홍보를 했던 불편한 편의점은 익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명성에 반대로 뭔가 반감이 들었다. 불편한 편의점이라 제목도 표지 일러스트도 그냥 일반적인 책일 것 같았기 때문이다. 겉멋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을 읽을 바에는 다른 의미 있는 책을 읽겠노라 생각을 했었다. 일기도 전에 그런 생각을 한 것 자체가 오만하지만 아직까지 그런 생각이 내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었다.
어린이날 전날 휴가를 써서 삼척, 울진, 포항 동해안 여행을 다녀왔다. 차를 가지고 서울을 경유해서 강원도로 가야 했기 때문에 긴 운전시간이 예상이 되었다. 그래서 운전할 동안 어떤 오디오북을 들을까 고민하던 중에 마땅한 읽을 책이 생각이 나지 않아서 불편한 편의점을 이번 기회에 읽어보자 생각을 했다.
2. 독후감
밀리의 서재 오디오북으로 들었다. 그냥 전자음 TTS가 아니라 전문 성우가 읽어주는 오디오북이었다. 그리고 딱딱하게 글만 읽는 것이 아니라 풍부한 감정까지 담긴 수준 있는 오디오북이었다. 다른 전자책 서비스 어플은 어떨지 모르겠다. 윌라는 어떻게 서비스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공을 들여서 성우가 읽어주는 오디오북은 단연 최고다.
서울까지의 4시간의 운전을 통해서 책의 절반을 읽게 되었다. 노숙자가 편의점 야간 알바를 하는 이야기 그리고 그와 얽혀 각종 등장인물들의 삶을 이야기해주는 책이었다. 구조는 작년에 읽었던 망원동 브라더스와 비슷했다. 한 인물을 중심으로 해서 다양한 인물들의 삶을 3인칭 시점으로 바라보게 했다. 하지만 그렇게 멀찍이 떨어져 보는 것이 아니라 나름 가까이 지켜보게 만들어주는 따뜻함도 함께 했다.
이 책이 왜 베스트 셀러인지 생각을 해보았다. 첫 번째로는 코로나시국을 배경으로 했다. 훗날 이 책을 볼 때 코로나가 창궐했던 시기를 회상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코로나 때 어떤 어려움이 있었나 상기시켜볼 수도 있다. 어려움도 지나고 보면 하나의 추억이라는 말이 있듯 전 국민이 함께 추억을 살펴보게 되는 좋은 창구를 제공해 주는 이로움이 있을 것 같다. 23년에 읽고 있는 나 또한 그러했다. 완전히 코로나의 흔적을 없애지는 못 하지만 실내마스크도 해제된 현재와 책 속 배경과 그 모습은 많이 다르다.
그리고 시대적으로 공감되는 소재를 사용했다. 정년퇴직 후 편의점 운영, 유튜버, 국내맥주 그리고 의료사고 및 유령의사. 시대를 대표할 수 있는 이야기이다. 망원동 브라더스를 읽으면서 88만원세대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10년 전에 출간된 망원동 브라더스는 2000년대 후반에서 2010년 초반을 아우르는 시기를 떠오르게 한다. 7포 세대 9포 세대라는 단어도 그때 유행했던 걸로 기억한다. 이렇게 망원동 브라더스와 함께 하나의 시대가 떠오르게 되는 것처럼 적절한 소재를 사용해서 불편한 편의점 또한 코로나를 기억하게 했다.
망원동 브라더스와 불편한 편의점은 읽기에 부담없는 책임은 분명하다. 내용도 어렵지 않고 구성도 문장도 어렵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무게감 없이 둥둥 떠다니지는 않았다. 서정적인 내용으로 그가 말하고자 하는 등장인물 각각의 애환을 스며들게 했다. 리트머스 종이처럼 언제 모르게 젖어있었다. 오디오북에서 성우분들이 실감 있게 책을 읽어줘서 그런지 더 그렇게 감상할 수 있었다.
2008년 창비에서 김려령 작가의 완득이가 출간되었다. 창비출판사에서 나온 문학교과서를 사용해서 교육받은 나는 고등학교 교과 시간에 완득이가 지문으로 나왔다. 이처럼 김호연작가도 교과서에 나올만한 작품을 쓴 작가이지 않을까 생각을 해본다. 훗날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 중고등학생이 된 아이들의 수업시간에 망원동 브라더스나 불편한 편의점이 나온다면 함께 이야기 나누고 싶다. 물론 그때 아이들에게 항상 관심 있는 부모가 되어야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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