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경제/주식

퇴직연금 DC형 투자현황보고서 (나 vs 우리회사 vs 증권사 현황비교 )

소한초이 2023. 8. 27.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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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확정기여형 퇴직연금

블로그 게시글을 확인해 보니까 퇴직연금을 DC로 전환하는 이야기를 쓰지 않았다. 왜 안 썼을까? 그래도 회사생활에서 중요한 결정이었는데 말이다. DC전환을 하게 되면 다시 DB형으로 돌아갈 수 없다. 보통 보수적으로 퇴직금을 만지지 않는 반면 나는 퇴직금을 따로 운용하지 않으면 손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때 당시 함께 독서모임을 하고 있던 모임장이 먼저 DC형으로 전환했다고 하길래 나도 그의 물결에 올라타기로 했다.

 

분기에 한 번씩 퇴직금 전환의 기회가 찾아온다. 보통 퇴직직전에 전환을 많이 하시던데 그러는 경우에 직전 3개월의 급여를 산정해서 퇴직금이 나오기 때문에 잔업을 많이 한 달에 DC전환을 하려고 하신다. 하지만 나는 그분들과 급여차이가 많이 나는 것뿐 더러 잔업을 많이 했던 분기는 이미 지나와버렸다. 앞으로 잔업을 얼마나 많이 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빨리하는 게 유리하다고 생각해서 마음먹은 지 2분기 만에 전환신청을 했다.

회사에 이 사실을 공연하게 알리지 않았다. 괜히 담론거리가 될 것 같았고 골치 아플게 뻔했다. 왜 했냐는 둥, 손실의 위험이 있다는 둥 고연차 선배님들의 거짓된 진심 어린 걱정을 듣기 싫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조용히 진행을 했다. 하지만 나와 10살 차이 나는 한 선배가 DC전환에 관심 있다고 하자 나도 나의 이야기를 오픈했다. 그래서 내가 아는 한 젊은 사람 중에 섹션에서 내가 첫 번째로 DC전환자가 되었고 그 선배가 그다음이 되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DB는 손해라는 생각이다. 물가상승률과 임금상승률을 따져봤을 때 가만히 있으면 퇴직금운용 수익률은 실질적으로 마이너스일게 분명해 보였다. 항상 하는 소리가 있다. 현재 자장면이 3천 원이라고 쳤을 때 물가는 올라 30년 뒤에 3천 원짜리가 4천 원이 된다고 가정해 보자. 만약 30년 뒤에 같은 3천 원으로 자장면을 먹으려고 하면 간단하게 생각해 보더라도 3천 원에 33%의 수익을 내야 한다. 이 가정이 받아들여진다면 33% 이하의 수익률은 사실상 손해라는 것이다. 왜냐면 결국 자장면을 사 먹지 못하는 상황이 되어버렸으니까 말이다. 세상은 이것보다 더 복잡하겠지만 한 때 나는 이 가정에 심취해 있었고 그것이 DC전환의 계기가 되어줬다.

 

종목을 고르는 데에도 고민을 해야 했다. 위에 가정에서 33% 이상의 수익을 내려면 어떤 상품을 투자해야 할까? 현재 미국주식을 투자하고 있는 서학개미로써 곧 장 미장을 생각했다. 퇴직계좌에서 애플이나 테슬라를 직접 투자하지는 못하지만 ETF는 충분히 살 수 있다. ETF도 여러 개고 같은 것이라고 할지라도 운용사가 여러 개라 고민이 많았지만 그냥 단순하게 가기로 했다. 덩치가 큰 놈들로 담았다. 70:30 비율 안에서 35:35:30 비율로 분산투자 했다. 

2. 현황보고서 ( 실제 나의 보고서)

 

매달 증권사에서 현황보고서라고 이메일로 보내줬다. 그냥 별생각 없이 무시해 왔다. 어느 날 문득 심심해서 열람을 해보니까 나의 수익률 말고도 재미있는 통계가 있어서 가지고 이야기를 해보고자 이렇게 공개하고 이야기 나눠볼까 한다. 

 

2-1. 우리 회사 투자성향 1순위는 원리금보장상품?

21년 12월 중순쯤에 신청해서 22년 1분기부터 DC를 운용하게 되었다. 그러니까 그때부터 ETF를 투자하기 시작했다. 투자하고 몇 달 동안은 마이너스였다. -10% 수익률도 찍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연금계좌여서 그런지 마음이 덜 쓰였다. 일반계좌에서 투자했으면 벌벌벌 떨고 있었지도 모르겠다. 21년 3분기나 4분기에 일찍 전환해 버릴걸 이라는 심심치 않은 후회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전환한 것이 가장 빨리 한 것이고 잘한 것이라 되뇌며 생각했다. 지금 와서 다시 생각해도 실행으로 옮긴 건 정말 잘한 일이다.

 

정확한 퇴직금을 공개하기 어려운 이유는 없지만 의미가 없어서 블러처리를 했다. 중요한 수치들은 다 공개했다. 생각보다 보고서가 재밌는 게 나의 현황, 우리 회사, 증권사별로 비교하는 자료를 제공해준다. 특히 우리회사 통계가 재밌었다. 포트폴리오 구성현황을 보면 우리회사 직원들은 보통 원리금보장상품을 38.4%로 가장 많이 투자를 한다. 그리고 분명 나 같은 사람이 있을 테니까 그다음이 18.2%로 ETF가 두 번째였다. 이 표에서 궁금한 건 6.1%나 되는 현금성자산이었다. 나의 경우에 현금성 자산은 0.4%다. (위에 표에는 없다.) 그냥 주식사고 남은 현금이다. 다른 분들도 그냥 주식사고 남은 돈이 6.1%나 있는 것인지 아니면 퇴직연금으로 사고팔기를 하다가 통계를 낼 당시에 잠시 현금으로 숨죽이고 있는 것이 집계가 돼서 이런 자료가 나온 것인지 의구심이 들게 되었다.

 

2-2. 수익률 비교

밑으로 내리면 내릴수록 재밌는 분석이 나오기 시작한다. 남들과 비교하는 것이 불행한 삶의 시작이지만 비교에 우위에 서있는 것을 염원하는 건 인간의 본능 아니겠는가? 그 본능의 이끌림을 잘 자극시켜 준 표였다. 다행히 잘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보고서여서 다행이다. 약 1년 반동안 무시해 왔던 보고서를 이제 봐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1년 정도 마이너스 수익률이었을 때는 이 비교 보고서의 결과도 처참했을 것이다. 최저수익률에 가까웠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표에 설명이 약간 부족한 게 가입자수의 단위가 무엇인지도 모르겠다. 당연히 명이겠지? 그리고 평균수익률에 어떤 집단의 평균인지? 모르겠다. 통계에서 중요한 건 평균보다는 중윗값인데 평균이 5.91%라는 건 중윗값은 더 높다는 이야기다. 왜냐면 최고수익률이 94.35% 정도 하니까 말이다. 근데 밑에 표에 나의 평잔수익률 % 순위로 보면 나의 평잔수익률이 20%인데 %순위로 따져보면 A등급으로 상위 25% 안에 든다는 이야기이다.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아리송하다. 내가 잘하고 있는지 궁금한 것보다. 우리 회사 수익률이 왜 저렀는지 궁금하다. 

2-3. 상위, 하위 10%

가장 재밌는 부분이 여기 아닐까 싶다. 상위와 하위 10% 가입자들이 어떤 종목에 투자했는지 보여주고 있다. 특히 우리 회사의 보고서가 눈에 들어왔다. 우리회사 계열사 중에 배터리회사도 있어 영향을 많이 받아서 그런지 2차전지 ETF들이 많이 보인다. 증권사 보고서와 구별된 특이점이라고 볼 수 있다. 

 

상위 10%
하위 10%

 

마찬가지로 우리회사 하위 10%를 보는데 생소한 ETF들을 볼 수 있었다. 투자비중도 10.3%로 꽤나 높은데 말이다. 그냥 동네 지점에 직원이 추천해 준 종목일까? 증권사 하위 10%의 목록에도 들어있는 걸로 봐서는 증권사에서 밀어주는 상품인가? TIGER는 미래에셋일 텐데 말이다. 그냥 나의 뇌피셜이다.

 

증권사에서 보내주는 보고서가 이렇게 재밌을지 몰랐다. 꽤나 유익한 보고서였다. 회사랑 비교할 수 있어서 좋았다. 매달 보면 피곤할 것 같고 매년 한 번씩 보면 좋을 것 같다. 자주 보면 또 그 재미도 반감되니까 말이다. 퇴직연금을 주제로 글을 쓰고 정리하고자 생각했는데 그 생각을 오늘이야 비로소 이룰 수 있어서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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