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인문학/독후감

[독후감] 김원일의 마당 깊은 집

소한초이 2022. 9. 28.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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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책 선정 이유


항상 책 고르는 것은 힘들다. 보통 베스트셀러 중 소설을 택하곤 한다. 아니면 주변인들의 추천리스트를 참고한다. 이번에는 여자친구의 추천리스트를 참고했다. 그중 김원일의 마당 깊은 집이 채택되었다.

0. 뭘로 읽었나


리디애서 전자책 6300원 구매했습니다. 그리고 이북리더기로 읽었습니다.


1. 읽기 전 제목에 대한 감상


아빠한테 전화 걸어서 이 책 아냐고 물어봤다. 제목은 익숙하다고 답했고 혹시 박완서 작품이냐 물었다. 그리고 마당 넓은 집?이라고 되물었다. 마당이 깊다는 표현이 생경하셨나 보다. 그러고는 땅이 파였나 보다고 말씀하셨다. 생각지도 못 했는데 일리가 있었다. 왜냐면 흘낏 보게 된 책 설명에서 6.25 전쟁이라는 단어를 보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좀 더 대화하다가 마당이 깊다는 표현이 집이 넓다는 표현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도 말씀해 주셨다. 문에서부터 안채까지 거리가 있으면 마당이 깊은 거라고 말이다. 오늘도 여러 가지 핑곗거리 중 하나로 소설을 가지고 아빠랑 통화했다.

2. 독후감


분단문학을 읽은 게 언제인지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중학교로 넘어갈 때쯤 <노근리 그 해 여름>을 읽어 봤다.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누군가 물어본다면 이 소설을 말할 것 같다. <마당 깊은 집>을 통해 분단문학을 다시 읽어보게 되었다. 덕분에 육이오 문학 또는 분단문학이라는 분류가 있다는 것을 기억해냈다.

육이오 이후 70년이 훨씬 지난 현재의 감상 그리고 2030에게 전달될 수 있는 메시지는 뭘까 고민해볼까 한다. 과연 나에게 육이오의 의미는 무엇일까? 솔직히 접목을 시켜보면 병역의 의무를 부여한 전쟁이지 아닐까 싶다. 매스컴에서 나오는 북한은 어쩌면 <파수꾼>에 나오는 이리떼와 같지 않나 싶기도 하다. 그리고 어느 누구에게도 전쟁의 간증을 들어보지 못했다. 이것은 조부모님과 함께 살지 않은 이상 사실상 어려울 듯하다.

언젠가 연방제 통일에 대해서 담론이 된 적이 있었다. 점점 통일에 대한 염원이 희석되는 듯하다. 민족의 분단이 단순히 경제적 실익으로만 바라보게 되는 실정이 된 것이다. 나부터가 통일에 대한 소망이 없다. 초등학생 때만 해도 우리의 소원일 통일이라며 노래도 불렀지만 말이다. 만약 통일이 진정 우리 민족의 최고의 가치라면 누군가가 차가워진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주길 바랄 뿐이다.

주인공 길남은 지금의 2030 세대보다 훨씬 어렵게 살았다. 길남은 중학교를 가기 전에 길거리에서 신문을 팔고 돈을 벌었다. 그에 비하면 나는 땡전 한 푼 벌지 않고 부모님 품 안에서 편히 학창 시절을 보냈다. 그때보다 지금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살기 좋은 나라가 되었는데 살기 좋다는 말을 할 수 없을까? 요즘 MZ들이 조기 퇴사한다 라는 말이 많이 나오고 있다. 그분들이 보기에 편한 길을 스스로 나와 어려울 길을 가는 것처럼 보인다. 뭐가 문제일까? 문제의 정답을 찾기는 힘들겠지만 나는 매슬로우의 욕구 5단계와 에리히 프롬의 주장에서 해답을 찾았다.

매슬로우의 욕구 5단계에 가장 아래는 생존의 욕구이다. 아마 길남은 생존의 욕구의 시대이지 아닐까 싶다. 그때는 각자도생의 시대였다. 국가의 역할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을 때였기도 했다. 아사한 아이들도 많았다. 책에서도 고아원에서 아이들이 죽은 이야기를 담기도 했다. 나는 밥 먹을 걱정이 뭔지 잘 모르지만 길남은 분명히 이 걱정을 했다. 이 걱정이 삶의 태도를 많이 바꾸게 한 것이다. 자아실현이나 존중보다는 생존이 우선이었다.

굶어 죽을 걱정을 하지 않는 지금과 길남의 시대를 행복의 가치로 비교해보자. 과연 현재가 행복하다 자부할 수 있는가? 베이비부머 세대에게 그때는 대기업 경쟁률이 3:1 정도였자나요! 스펙도 변변치 않았고라고 말하는 MZ세대는 행복과 가까워졌다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나는 에리히 프롬의 주장을 빌려 사랑이 없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풀어서 이야기하면 점점 돈만 믿는 세상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문화지체현상도 한 몫한다 생각한다. 산업혁명의 선발주자였던 유럽 및 서방국들은 200년 동안 이 과정을 겪었지만 우리는 그 시간의 절반으로 그 과정을 겪었다. 그러다 보니 어떠한 가치보다 자본주의에 취해 있는 것이다. 수면 위에 오르는 것은 타인에 대한 무관심, 이기심 등등이다. 아마 더 심한 건 우리보다 중국 아닐까 싶다.

분단문학을 보고서 현재 우리가 취해야 할 자세는 기성세대들에 대한 존경이다. 못 배우고 투박하다는 평가 말고 좀 더 존경심이 들어야 할 것이다. 결국에는 우리나라가 이렇게 된 것은 길남뿐만 아니라 윗채, 아랫채에 사는 모두가 열심히였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렇게 먹을 것 걱정하지 않고 살게 된 것에 대한 감사 또한 필요하다. 매스컴에서 종용하는 세대 간 갈등에 참여하지 않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그들을 대해야겠다. 하지만 아직 통일에 대한 마음은 갸우뚱이다.

3. 인상 깊은 구절


특별한 구절은 없다.
다만, 계절 흐름대로 육이오 직후의 대구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고 참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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