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박상영의 믿음에 대하여

1. 첫 만남

여느때처럼 도서관에서 책 쇼핑을 하고 있었다. 파스텔 톤의 그림과 문학동네 출판사가 눈에 띄는 표지가 마음에 들었다. 제목은 바코드에 가려져 있는 줄 알았다. 그래서 믿음에 대하여 어쩌구저쩌구 일 것 같았다. 근데 그냥 제목이 믿음에 대하여 였다. 제목이 왜 이럴까? 신앙서적이 아무렇지 않게 소설 코너에 침투하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그냥 표지와 출판사를 믿고 읽어 보자 마음을 먹었다. 
 


2. 독후감


초반 그러니까 김남준의 시점에서 출판사 혹은 잡지사에서 일하는 분투기를 다루고 있다. 악덕기업의 행태를 지켜보니 오히려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에 감사함을 느끼게 되었다. 인신공격도 없고 욕설도 없는 그렇다고 아주 군대스럽지도 않은 이 직장이 좋은 직장 일 수 있겠다 싶었다. 회사에서 같이 일하는 과장님들에게 받는 스트레스는 김남준과 황은채에 비하면 발톱의 때만치 한 셈이었다. 하마터면 우물 안에 개구리가 될 뻔 했다. 힘든 것은 내가 가장 힘들고 상대적인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내가 얼마나 힘든건지 어느정도 재단할 필요는 있는 것이다. 소설이 그 역할을 해준 듯 해 감사하다. 객관화를 거쳐 줌 아웃으로 나의 회사생활을 멀리서 바라볼때 분명한건 남준과 은채의 직장보다 훨씬 인간적이라는 것이다.

4명의 사람의 이야기를 엮은 소설이다. 김남준, 고찬호, 유한영, 임철우 이렇게 4명이 각자 그들의 시점으로 이야기 하지만 다 교집합으로 합해진다. 하지만 아까전에 감사함도 잠시 뒷통수 맞는 느낌을 받았다. 아무런 경계와 의심없이 읽었으니 어느정도 당연한 일이다. 퀴어문학이고 주인공들이 죄다 게이였다. 그래도 수위는 쎄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그런데 사실 다행일것도 없었다. 그냥 게이였을 뿐이고 사람 사는 이야기는 다 똑같다.

코로나가 정통으로 맞을 시기를 배경으로 잡았다. 그 땐 확진자가 다녀간 곳이라고 하면 난리가 났다. 회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엉뚱한 자가격리는 4차 접촉자가 되었을 때였다. 회사는 일단 격리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그리고 3일만에 풀려났다. 다 지나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그저 추억일 뿐인 코로나였다. 코로나19는 우리에게 여유를 앗아갔다.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은 찾아 볼 수 없었다. 다들 마녀사냥하기 바빴다. 그 시기에 주인공들은 살얼음판을 걷는 느낌이었을 것이다. 게다가 임철우는 이태원에서 식당을 하고 있었으니 주인공들은 네거티브에 쉽게 노출이 되었다. (코로나 초반에 이태원 클럽 발 확진자 발생이 있었다.)

2020년 젊은작가상 수상작에 김봉곤 작가가 생각이 난다. 불미스러운 일로 수상이 박탈되었고 책이 회수가 조치가 이루어졌다. 퀴어문학을 읽게 된 시작이 되었으니 기억이 났다. 그것도 남자 동성애니까. 퀴어문학의 의의는 무엇일까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문득 성소수자분들에게 측은지심이 들었다. 백신 음모론자이자 크리스천인 임철우의 어머니의 마음과 비슷하다고 해야 할까? 소설이사 어머니의 신앙이 과장되었지만 나도 그 어머니와 결이 같으면 같을 수 있겠다 싶었다. 누구에게나 심판할 자격은 없다. 하지만 그들이 스트레스의 깊은 수렁에 빠져들어가는게 안쓰러워 보였다.

퀴어문학이라고 알았으면 읽었을까? 도서관에 그 많은 책들 중에서? 내 대답은 아니요였을것이다. 오히려 이런 인식이 고정관념이 단단히 박혀있구나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퀴어문학 뿐만아니라 표지 디자인, 출판사, 작가 등등 소설의 본질이 아니라 겉 모습만 보고 그 내용에 접근하지 않았던 과거의 그런 날들이 회상이 되었다. 굴지의 좋은 소설을 지나쳐 오고 있다고 생각하니 바보가 된 느낌이었다. 최소한 제목만 알고 읽는 블라인드 책 읽기가 유익 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독서모임에서 적용해볼수 있고 말이다. 소재는 퀴어지만 책으로 하여금 많은 것을 성찰하고 얻어낼수 있었다. 물론 책도 재밌어서 4시간 안으로 완독해냈다. 더욱 편견없이 책 읽기를 바라면서 소감을 마무리 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