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첫 만남
도서관이나 서점의 장점은 그 기능에 걸맞게 책들이 전시되어 있다는 점이다. 읽고 있는 책을 다 읽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어떤 책이 살펴보던 도중 제목이 눈길이 끌었다. 두꺼운 책 표지를 열면 최유정 작가의 사진과 약력이 보인다. 84년생 광주태생 그리고 1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에 눈길이 갔다. 책을 읽어 볼만한 책인지 따저보기 위해 프롤로그의 첫 페이지를 폈다. 관심을 끌기에는 충분한 간결한 한 4글자였다.
이혼하자
2. 독후감
호텔리어 강혜원, 마이스업계 기획사 직원인 임강이, 에너지 대기업 직원 홍지영 이렇게 세 명이 주축으로 이야기가 전개가 되는 소설이다. 주인공을 세 명이나 세운 신박한 설정이다. 에스터리스크(*)로 시점을 변화를 준다. 그러니까 강혜원이 주인공이었다가 *을 지나면 홍지영이 주인공이 된다. 이런 기법을 옴니버스식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세 명이 하나로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사건이 하나이기 때문이다. 태형의 행사가 그 사건이다. 기획하는 아티스틱 장소는 호텔이고 그 행사의 주최는 태형이다. 그 행사로 하여금 강혜원과 홍지영과 임강이가 만나게 된다.
세 명 다 적대적인 인물을 가지고 있다는 게 공통점이다. 강혜원은 입사동기인 선차장, 임강이는 대형 기획사 인터스 송라희 상무, 홍지영은 오균성이다. 임강이의 적대적 인물이 송라희라는 것에는 약간의 비약이 있겠지만 나머지 둘은 빼박이다. 등장인물들의 이름 석자를 빼곡빼곡 다 설정하면서도 선차장은 이름을 밝히지 않을까? 오균성도 직급이 훨씬 높을 것 같은데 아무런 직책 없이 오균성이라고 부른다. 어쩌면 그 인물들이 그들에게 가지고 있는 감정일지도 모르겠다.
주인공이 세명이라 그런지 등장인물들의 많이 나온다. 그것도 풀네임으로 말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인물들이 헷갈렸다. 그리고 이 책이 나에게 ‘이혼하자’로 환심을 사게 했지만 강혜원과 호준의 이혼사는 그렇게 비중 있게 다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강혜원의 직장생활의 고군분투와 우리나라에서 여자로서의 사회생활을 씁쓸하게 비춰주고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이 세명 중 가장 공감했던 사람은 홍지영이었다. 같은 회사원이어서 그랬다. 나는 회사에서 직급의 구분을 신라시대 계급사회로 비교한다. 6두품과 성골, 진골 이렇게 말이다. 나는 6두품으로 홍지영과 같이 성골 또는 진골이 아니라서 완전히 공감할 수 없겠지만 넓은 범위의 회사생활을 공감할 수 있었다. 보고를 위한 보고 적어도 나는 그런 시답지 않은 일에서는 자유롭다. 하지만 6두품의 서러움도 당연히 존재한다. 하지만 안분지족이라고 하지 않는가? 현재의 위치에 만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목표가 행복이라면 말이다.
소설은 끝은 행사가 잘 이루어지는 것으로 마무리가 된다. 그와 더불어서 러브라인도 존재했다. 홍지영과의 알렉스의 사랑의 불씨. 행사가 사고로 마무리되는 것과 이 둘의 불씨가 오히려 직장생활을 좀 더 현실성을 가져다주었다. 담백하게 행사가 성황리에 마무리되고 인물들의 서사가 무미건조하게 지나갔으면 직장인들의 생동감을 표현하지 못했을 거다. 사람 사는 세상이라는 것이 예측되지 않는 것 투성이라 이런 점이 음식의 맛을 좌우하는 향미료 역할을 했다.
제목이 백 오피스인 이유가 뭘까 생각해 보았다. 독서모임을 준비할 때 해왔던 루틴이라 자연스럽게 생각해 보게 되었다. 백 오피스의 역할이 프런트 오피스의 후방업무라고 했다. 세 인물들이 행사를 앞두고 만나는 그 우연성과 인물들의 케미를 백 오피스로 은유한 걸까 생각을 해봤다. 하지만 아무래도 백 오피스가 제목이 되어야 하는 합리적인 이유가 없을 수 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매번 하는 제목에 대한 생각이 적합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귀찮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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