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위화의 인생을 읽고

1. 읽기 전 제목에 대한 감상


한 단어로 되어있는 제목이라 딱딱해 보였다. 그리고 고리타분한 내용일 거라고 생각했다. 제목만 가지고 내용을 가늠할 수 없었다. 그래서 뭔가 첫 장을 넘기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초반부만 참고 읽으면 몰입해서 읽을 수 있는 재밌는 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 읽고 나서 제목과 내용이 일맥상통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나름대로 반전이 있었다.

2. 독후감

주인공이 노인을 만나 이야기를 듣는 형식으로 흔히 액자식 구성으로 소설이 흘러가고 있다. 주인공은 촌에 민요를 수집하러 왔다가 푸구이라는 노인을 만나고 그 노인의 일대기를 듣게 된다. 푸구이는 아내 자전, 딸 펑샤 그리고 아들 유칭이 있었다. 푸구이는 지주집안이었다. 하지만 그가 도박으로 온 재산을 탕진하여 지주집안에서 소작농으로 전락해 버렸다.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다. 국민당 중대장에게 잡혀 군인이 되기도 하였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공산주의 바람이 불었다. 푸구이의 재산을 도박으로 넘겨받은 룽얼은 푸구이처럼 지주가 되었는데 척결 대상 1순위가 되었다. 문화대혁명이 시작된 것이다. 경작지를 분배받았고 공동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천국 같던 나날들은 오래가지 못했다. 식당은 문을 닫게 되었고 알아서 밥을 먹어야 했다. 각자도생이었다. 아들 유칭은 헌혈하다 죽었다. 펑샤는 출산을 하다가 죽었다. 자전은 구루병을 앓다가 죽었다. 펑샤의 아들 쿠건 또한 영양실조로 죽었다. 세월이 지날수록 푸구이는 혼자가 되었다.

푸구이라는 인물을 통해서 중국의 한 백 년의 역사를 엿볼 수 있었다. 일제강점기 말부터 시작해서 홍위병들이 들쑤시는 문화대혁명 말기까지 말이다. 민요를 수집하러 왔다는 주인공과 푸구이가 등장하는 시점은 아마 80년대이지 않을까 싶다. 중국의 역사를 한 인물로 쉽게 바라볼 수 있었다. 설마 푸구이 같은 사람이 있겠어 싶다. 물론 소설이라 극단적이게 설정한 것일 것이다. 애초에 지주였으면 자본가라는 이유로 공산당에게 죽임을 당했을 것이다. 그리고 공산당에게 잡혀서 전쟁을 겪을 때에도 전사했을 것이다. 아니면 고난의 행군을 통해서 굶어 죽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았다고 하더라도 생활이 쉽지 않아 굶어 죽었을 것이다. 가장 어이없는 죽음이 쿠건의 죽음이었다. 죽어야 할 마땅한 이유가 없는데도 죽어버렸다. 그것도 너무 갑자기 말이다. 그런데 오히려 이렇게 갑작스러운 죽음이 그 시절 굶어 죽음이 만연했다는 것을 표현한 것이지 아닐까 싶기도 했다.

우리 집 거실 벽에는 책장으로 되어있다. 그러니까 결국 소파 뒤에 책이 꽂혀있다는 말이다. 중학생 때 왼쪽 중앙 한편에 홍위병이라는 책을 본 적이 있다. 아마 아빠가 읽은 책이었을 거다. 이름이 나름 멋있다고 생각해서 그 책을 학교에 가져가서 읽어보려고 했다. 하지만 뭔가 머리에 들어오지 않아 그냥 그대로 집에 가져왔다. 그때 그 책이 참 회색빛을 띄고 있어서 지금까지도 홍위병 하면 빨간색 보다 회색이 더 기억이 난다.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홍위병이 이번 독서를 통해서 다시금 깨어나게 되었다. 중학생의 나와 지금의 나는 차이가 있었으므로 지금은 홍위병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여러 문장으로 설명된 것으로 홍위병을 알고 있었다. 이렇게 논픽션의 소설로 홍위병들의 만행을 보게 되니까 더 현실감이 느껴지고 그 시절 홍위병들을 겪은 사람들의 감정 또한 공감이 갔다.

인생에서 가장 기억이 남는 부분은 문화대혁명이 시작해서 솥뚜껑 가져가버리는 것과 홍위병이었다. 문화대혁명과 홍위병은 현대판 분서갱유라고 일컫는다. 솥뚜껑을 가져가게 되는 이야기를 읽고 있을 때 이게 역사흐름과 똑같이 흘러가기 때문에 다시 알아서 밥 해 먹으라고 할 텐데 걱정이 되었다. 역사가 알려주듯 소설도 똑같이 흘러갔다. 홍위병이 집집마다 들어가서 주자파들을 색출하기 시작했다. 소설은 거기에서 끝났지만 역사에서는 입맛대로 색출하고 숙청했다.

톈안먼 사태: 한눈에 보는 사건 타임라인 - BBC News 코리아

사건의 시작은 1989년 4월 15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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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해괴망측한 사건보다 소설에 나오지 않는 천안문사태가 더 관심이 갔다. 느낌은 비슷하게 민중들이 피해를 보고 죽은 사건인데 천안문 사태는 어떻게 일어났고 중국정부가 자꾸 함구하고 있는 것인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그렇게 BBC에서 천안문사태를 타임라인 형식으로 정리한 글을 보게 되었다. 5.18 민주화운동과 이한열 열사가 생각이 났다. 역시 자유라는 것은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지금 내가 이렇게 자유롭게 글을 발행하는 것 또한 기성세대들의 쟁취를 통해서 이뤄낸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중국의 자유주의는 실패했지만 우리는 성공했다. 자극적인 총상과 병상을 보니 그런 생각은 더 깊어만 갔다.

혹시 착짱죽짱이라는 말을 아는지 모르겠다. 인터넷 용어로 중국인들을 비하하는 단어이다. 착짱죽짱은 착한 짱깨는 죽은 짱깨라는 말을 줄임말이다. 문화대혁명 때 홍위병을 통해서 지식인들이 죽어갔고 문화재들이 없어졌다. 그리고 천안문 사태 때 많은 지식인들과 대학생들을 억압하면서 자유에 대해 눈치 보게 만들었다. 그런 이유로 중국인들이 무례하고 시끄럽고 이기적인 모습이라고 우리는 보는 것이다. 그것을 안 좋게 착짱죽짱이라고 말하곤 한다. 안 좋은 말인 것을 알고 편견인 것도 알겠지만 푸구이를 보고 있으면 진짜 죽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호주 어학연수를 들으러 갔을 때 한국인 둘, 일본인 한 명, 중국인 한 명 이렇게 한중일이 한 그룹이 되어서 자주 어울렸다. 중국인 친구가 차이나타운에 훠궈집을 소개해주어 그곳에서 같이 밥을 먹었다. 나는 궁금증이 많아 이것저것 질문을 했다. 홍콩에 대해서 질문했다. 이미 다 알고 있지만 중국인들은 어떻게 답변하는지 궁금해서 질문했다. 그 친구는 광저우 출신인데 홍콩을 중국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이미 독립해서 중국하고는 다른 나라가 아니냐고 반문하고 싶었지만 그 친구의 안위를 위해서 아 그렇구나 하고 그냥 넘겼다. 실제로 그들의 속내를 듣기에는 어렵겠고 그들이 숨기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답변은 실제로 듣게 되어서 신선했다. 중국정부가 황금방패라고 하면서 인터넷을 통제하는 것처럼 중국인들의 사상 또한 그리고 그들의 생각 또한 감시하고 통제하나 싶었다.

어느 역사책을 보는 것보다 한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관심 가게 하는 것은 문학과 음악 같은 문화력이 가장이다. BTS를 통해 대한민국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외국인들이 많아진 것처럼 말이다. 중국을 한 번 알아보고 싶다 해서 대뜸 어렵게 역사책을 드는 것보다는 중국문학을 읽어보는 게 어떨까 추천해 본다. 그러니까 갑자기 몇 년 전에 정글만리가 생각이 난다. 다른 나라를 이해하는 방법은 문학이 가장 쉽고 빠른 길인 것 같다.

3. 인상 깊은 구절

사람은 즐겁게 살 수만 있으면 가난 따위는 두렵지 않은 법이란다


푸구이가 재산을 모두 탕진하고 그 후에 소작농의 삶을 살아갈 때 그의 어머니가 해준 말이다. 그 시절 사람들은 생존을 위해서 저런 생각은 필수였다고 생각한다. 가난을 타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적응해 내는 것뿐이다. 그의 어머니의 말과 지혜처럼 즐겁게 살 수만 있으면 가난 따위 두렵지가 않다. 하지만 우리는 즐겁게도 못 살고 가난하지도 않다. 그럼 결국 지지부진하다가 이도저도 아닌 채로 살아가지 않을까 생각을 해봤다. 그리고 저 문장의 대우도 참일까 생각을 해봤다. 가난이 두렵지 않으면 즐겁게 살 수 있다. 참 고민이 되는 두 명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