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깊이에의 강요를 읽고

[아래 글은 2020년 8월 28일에 작성하고 독서모임에서 나눈 독후감입니다.]
[이 독후감은 2020 제 1회 ㅁㅅㅋ 광양독서모임 문집에 실었습니다.]
[저작권 문제로 발췌된 부분을 삭제하거나 일부 수정했습니다.]

1. 깊이에의 강요, 제목에 관하여 읽기 전 본인의 감상


전 여자친구와의 나누었던 카톡 대화가 생각이 났다. <굿 윌 헌팅>이라는 영화로 대화를 시작했다. 점심시간에 대화를 나눴는데, 내가 너무 진지한 이야기를 꺼냈고 상대방의 의견을 요구했다. 직장인인 그녀는 점심시간은 일종의 휴식시간이고 그 시간에 나와 대화를 했다. 결국 그녀는 예민하고 집요한 성격에 내 질문에 답을 하려다가 머리가 복잡해져 나로 하여금 휴식시간을 박탈당하고 말았다. 결국에는 이 사건으로 인해 싸우게 됐기에 기억이 많이 남는다. 그래서 책 제목을 보니 딱 이 에피소드가 떠올랐다.


2. 독후감

<깊이에의 강요>


읽다 보면 평론가가 화가에게 깊이에의 강요를 하는 것 같지만 오히려 화가 스스로 자신에게 강요하는 것처럼 느꼈다. 왜냐하면 화가의 방어기제가 발현됐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줏대가 없는 그녀는 단지 한 명의 평론가의 주장이 그녀의 마음을 헤집을 수 있게 허락했다. 그녀가 더 낙심한 것은 평론가가 트리거가 됐을지 언정 본질은 그녀의 마음 속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녀의 죽음이 사회의 책임으로 확장되는 것에 쉽게 공감 가지 않았고, 마지막에 <거듭>이라는 기고문은 더욱 이해 할 수 없었다.

<승부>


체스를 그만 두기로 결심했다는 말과 실제로는 패배했다 라는 말은 무슨 의미일까? 노인이 왜 체스를 두었는지 생각해보았다. 그는 누구에게도 한 번도 진 적 없는 체스 고수이다. 아마 노인은 그 집단 속에 있을 때 우월감을 느끼면서 자존감을 채우지 않았나 싶다. 체스라는 도구를 이용해서 승부를 보고 그의 명석함을 표현하면서 그의 존재감을 알렸다. 하지만 젊은이가 등장하고 그는 자존감을 채우는 도구인 체스는 더 이상 그 역할을 하지 못했다. 대국을 치르면서 받는 스트레스와 지면 어떻게 하지? 라는 식의 고민의 기저는 명예 실추에 있을 것이다. 노인은 그의 자존감을 채우는 수단이 잘 못되었다는 것을 자각했기에 체스를 그만두겠다는 결심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장인 무사르의 유언>


“진실을 보려는 용기와 그것을 참아 낼 수 있는 힘을 가진 후세들을 위한 것”1)을 중점으로 두고 책을 읽었을 때 조개 암석의 자전적인 이야기로 진실이라는 개념을 담아내려 한 것이라 생각했다.그는 금세공사로 시작하여 부자가 되고 그의 고객들을 통해 지식을 습득했다. 그는 그들로 하여금 지적 호기심을 자극 받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의 호기심이 진행 될수록 “무서운 일”이라는 표현을 했다. 그리고 “최후의 진실에 공포를 느낀다면 이 글을 치워 버려라!” 2)라는 친절한 충고도 함께 했다. 그리고 “깨달음에 대한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라는 본인의 이야기도 했다.이 책을 읽으면서 어렵게 진실을 생각하기 보다 사회,정치가 생각이 났고 알면 알수록 미궁에 빠지게 되고 스트레스 받게 된 나의 모습들이 겹쳐 보였다. 그리고 그림 하나가 생각이 났다.

<문학의 건망증>


죄와 벌을 읽었다는 내용에서 평행선을 느낄 수 있었다. 창작 속 인물이고 쓰여진 시대도 다른데 책 중 인물과 교감 할 수 있어서 짜릿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개인적으로도 더욱 독후감을 열심히 남겨야겠다 싶었다. 나는 크리스천이다. 예배를 드리며 설교말씀을 듣는다. 월요일에 드는 공통적인 부끄러움은 어제 설교말씀 뭐였지? 이다. 그렇게 수동적인 행위는 나에게 유익이 없다는 것을 깨닫는 중이었다. 독서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쓰려는 말이 이미 거기에 적혀 있다”라는 구절이 나로 하여금 과거에 내가 읽었던 책들을 상기시켜보았다. 그 책이 어떤 내용인지 어떤 주제를 가지고 있었는지 당당히 누구에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러지 못하는 내 자신을 마주했을 때 부끄러웠다. 본인의 것으로 만들지 않고 단지 독서라는 과제를 수행했다라는 것으로 끝낸 내 자신이 부끄러웠고 그 시간들이 아까웠다. 1)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은이), 김인순 (옮긴이) 열린책들 2020 40p
2)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은이), 김인순 (옮긴이) 열린책들 2020 44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