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인문학/오디오북

[오디오북] 미셀 자우너의 H마트에서 울다

소한초이 2023. 2. 8.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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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책을 알게 된 계기


대학동기가 쓴 독후감을 보게 되었다. 빨간색 바탕에 희한한 제목을 가진 책. 그 친구가 읽었다고 하지 않았다면 읽으려고 하지도 않았을 법한 책이다. 어떤 책인지도 가늠이 되지 않는 책이었다. 마트에서 울다니 참 작명 센스가 별로였다고 생각했다. 도서관에서 빌려봤다는 그 친구는 어떻게 이 책을 짚을 수 있었을까? 어떻게 눈에 띌 수 있었을까? 궁금해졌다.

 

2. 독후감

H마트에서 울다를 보면 이제 수영생각이 날 것 같다. 수영을 오고 가는 차 안에서 오디오북을 들었기 때문이다. 이제 슬슬 오디오북이 익숙해지고 있다. 은근히 차 안에서 있는 시간이 기대가 된다. 차가 막히는 도로에서도 전혀 짜증이 나지 않고 좀 더 막혔으면 하는 바람도 생겨났다. 차 안에서만 오디오북으로 보기에 더욱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책을 읽어주는 성우의 목소리도 도움이 되었다. 밀리의 서재에서 오디오북 서비스를 하는데 H마트에서 울다를 담당한 분은 황선우 성우님이시다. 누군지는 잘 모르겠지만 앞으로 눈여겨볼 것 같다. 이분이 어떤 다른 책을 읽으셨나 궁금해서 찾아도 볼 듯하다.

오디오북으로 책을 읽었기 때문에 대략적인 줄거리만 기억이 난다. 주인공의 어머니가 투병 끝에 돌아간 이야기이지 않나? 사실 이 정도는 아니다. 이야기해 보라고 하면 자세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뉘앙스만 기억이 난다. 내용에 대해서 더 이야기해 보겠지만 그래도 건진 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망치여사라는 유튜버이다. 잣죽만드는 영상이 지금으로부터 한 달 전에 업로드되어 있는데 이상하게 책에서 잣죽 만드는 영상을 보는 이야기가 나온다. 아마 같은 내용으로 영상을 두 번 만드는 것이겠거늘 생각한다. 그리고 피식대학이라고 하는 유튜버를 좋아하는데 그중에서 이용주라는 개그맨이 배용길이라는 아저씨를 연기한다. 배용길은 또 망치여사를 패러디해서 음식 만드는 영상을 업로드했는다. 그냥 그저 미국 이주민을 따라한 건 줄 알았다. 영어발음도 약간의 콩글리쉬를 담고 있어서 말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망치여사를 따라한 거였다. 망치여사가 오징어볶음인가 주꾸미볶음 영상이 유명하다고 하는데 아예 그 자체를 따라 했으니 확실히 보고 따라 한 것이 맞는 것 같다. 진짜 대단한 개그맨이다. 한번 유튜브를 들어가서 보기를 권한다. 진짜 잘 따라 한다.


다시 책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미국 이주민들의 삶을 그려낸 책이었다. 책 주인공 그러니까 작가는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사람이다. 그녀의 시각으로 한국인인 엄마를 바라본 내용이 담겨있다. 한국인의 정서와 정체성을 남겨주려고 하는 그녀의 어머니의 정성이 담겨있었다. 10시간이 넘는 오디오북을 듣는 동안 그녀의 어머니의 지극한 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오디오북 듣는 중에 깜짝 놀란 기억이 있다. 그녀와 그녀의 남자친구 그리고 그녀의 부모님 이렇게 네 명이서 한국식 찜질방에 간 이야기가 언급이 된다. 거기서 그녀와 그녀의 엄마의 대화 속에 노골적인 이야기가 오고 가서 놀랬다. 더군다나 그 이야기를 성우가 대화채로 이야기해서 더 그랬다. 그녀의 엄마는 "보X털 밀었니?"라고 했다. 성우가 되게 자연스럽게 상스러운 말을 해서 더 놀랬다. 각인 효과가 대단했다. 며칠 동안은 무덤덤하게 그 이야기하는 성우의 그 목소리가 아른거렸다.

미셸 자우너라는 음악가가 있는지 처음 알았다. 책의 마지막 장에서는 그녀의 밴드가 승승장구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녀의 남자친구 또한 그녀의 밴드에 합류하게 되고 결국에는 내한까지 하게 된다. 어떤 음악인지는 아직 들어보지는 못 했다. 그리고 그녀가 어떠한 음악을 하는지도 그렇게 딱히 궁금하지도 않았다. 이 책의 목적이 그녀의 음악을 홍보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라고 믿고 있다. 만약 그렇지 않다고 한다면? 이라고도 생각하기 싫다. 이 책의 목적은 그녀의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라 마무리 짓고 싶다. 많은 재미동포들이 그녀와 같은 감정을 공유할 것이다. 그리고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이 어떤 것인지도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안에서는 절대 알지 못하는 외부의 울림을 느끼게 된 것이다.

그리도 여기까지 왔는데 그녀의 음악을 안 들어볼 수 없어 독후감을 써 내려가는 중에 유튜브로 그녀의 음악을 검색해 보았다. 구글에서는 미셸 조너라고 나온다. 그러니까 바로 지미팰런쇼에 그녀가 나온 영상이 나온다. 꽤나 유명한 음악가인가 보다. 그리고 그녀가 방한해서 출판사 담담 당자와 함께 북토크를 하는 1시간 반짜리 클립도 볼 수 있었다. 영어로 그녀의 이름(Michelle Zauner)을 검색하고 조회수 상단에 배치된 영상을 보았다. 아마 이 곡이 그녀의 대표곡인가 보다. 일본식 아침이라는 밴드. 친구의 독후감에 이끌려 오디오북을 듣게 되었고 여기까지 흘러오게 되었다. 이런 식의 비논리적인 의식의 흐름의 감상 기법은 너무 좋다. 무엇을 어떻게 언제 감상하게 될까 기대가 되면서 곡을 들으며 독후감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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