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익명독서모임/'22 광양독서모임

[광양독서모임 Book-Log] 22.11.10 박완서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소한초이 2022. 11. 11.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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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슬리(@21monthly)님의 그림


안녕하세요. 광양 독서모임을 진행하고 있는 소한입니다. 오늘은 무지님, 칼린다님 그리고 타너스님과 함께 했습니다. 장소는 저번과 같이 카페 정원에서 했습니다. 전원 참석하기 위해서 일정을 맞추는 것이 참으로 힘들었습니다. 일정을 배려해주신 믿음님 감사합니다. 다음에는 꼭 함께 했으면 좋겠네요.

독서모임에 들어가기 앞서 먼저 독서모임 일정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오프라인으로 서로의 일정에 대해서 나눠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런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믿음님이 빠진 상황이라 아쉽지만 오늘 모인 4명이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전원 참석으로 대면 모임이 어렵다면 비대면 모임을 다시 해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가장 독서모임 하기 좋은 날은 주중 수요일이었습니다. 독서모임 주기는 2주 혹은 3주로 잡았습니다. 날짜를 고정하게 되면 일정 맞추는데 에너지 소모는 적을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믿음님에게는 통보가 되는 것 같아 죄송할 따름입니다. 비대면 모임은 대면 모임이 되지 않았을 때 당일 아니면 그 다음날 아니면 주말에 시간을 가지기로 했습니다. 역시 비대면으로 진행하게 되면 시간과 공간적 자유로움은 있습니다. 이런 과정 속에서 5명 모두가 모여 풍성한 독서모임이 되길 바랍니다.


칼린다님과 타너스님은 무지님이 처음이십니다. 그래서 먼저 본인이 왜 독서모임을 하고 책을 읽고자 하는 서로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새로 오신 분이 오시면 항상 하는 이야기라 진부했지만 매번 달라지는 마음가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제목과 표지를 나누는 시간에 박완서 작가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누었습니다. 섬세하고 감성적인 박완서 작가의 글을 감탄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이 3권으로 세트 구성이라는 것에 깜짝 놀랐습니다. 저 또한 그랬습니다. 싱아를 다 읽고 나니 다음 책에서 계속된다는 문구에 말입니다. 그리고 한 권 더 있다니. 그런데 내용이 궁금해서 다음 책을 안 읽을 수 없습니다. 그만큼 재밌는 책이었습니다. 싱아 다음으로는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이고 그 다음은 <그 남자네 집>이었습니다.

칼린다님의 독후감과 인상 깊은 구절을 소개하면서 하나의 주제를 던졌습니다. 그것은 주인공이 엄마의 돈을 훔쳤을 때였습니다. 결국 나쁜 짓이 탄로 났을 때 엄마는 그것을 눈감아주고 문초를 주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혼나지 않음이 주인공의 수치와 여린 마음을 지켜 줄 수 있었습니다.

책 속의 인물들이 나의 선택과 대비 될 때 많은 것을 깨닫고 배우게 됩니다. 보통 이런 선택을 하고 나 또한 그러한데 책 속 인물이 그렇지 않고 비범한 선택을 할 때 많은 감상을 주게 됩니다. 도둑질과 엄마의 눈 감음을 대해서 심도 있게 이야기 나눴습니다. 어쩌면 자식 교육에 대한 시간이 되어버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엄마의 상태가 정신없는 상태라 아이에게 관심을 못 가져주어서 그 도둑질을 캐치 못 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본다면 우연의 일치로 아이의 여린 마음을 지켜준 셈이 된 거다 라는 의견과 다 알고 있으면서 넘어가 준 것이다 라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번에 읽었던 마당 깊은 집에서의 엄마였으면 어떻게 반응했을까 라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저번 모임을 연장하기도 했습니다.

자식의 비행을 알면서 모른척 지혜롭게 넘어가는 것이 서로 좋은 거다. 결국 Win-Win이다.라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그리고 그 도둑질을 못 하도록 환경을 바꿔주는 것도 부모의 몫이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그냥 단순히 혼내는 것보다 지혜롭게 훈육하는 것이 정서상 좋을 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속이 터지겠지만 오래 참고 인내하며 사랑으로 자식을 바라볼 때 올바르게 자라지 않을까 싶습니다. 과연 나는 잘할 수 있을까 걱정 아닌 걱정 또한 들곤 합니다.

저의 독후감으로 독서모임이 갑자기 무거워졌습니다. 저번 모임에는 두가지 질문으로 분위기를 장악했습니다. 하나는 육이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 였고 또 다른 하나는 요즘 청년세대들과 주인공 길남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 였습니다. 이번에는 큰 틀로 공정에 대해서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잘 안된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자아실현 욕구가 덜 충족되었다 느꼈습니다. 아마 나름대로 자랑하고 싶었나 봅니다. 이런 대단한 생각을 해냈으니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감탄해주세요!라고 말입니다. 다시 와서 생각해보니 부끄럽기 그지없습니다.

이렇게 분단문학을 읽고 나눔으로써 70년이 지난 지금 많이 희석되고 퇴색된 그때의 그 시절의 메시지를 회복하게 되었습니다. 개개인의 삶을 바라보면서 좀 더 그 시대를 통찰력 있게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역사 속의 한 장면처럼 단편적으로 사건을 바라보지 않게 되었습니다. 사실 다채로운 면들이 많았습니다. 최근 파친고, 밞은 밤, 마당 깊은 집을 일었습니다. 이 책들의 공통점은 같은 시대라는 점입니다. 다른 작가의 그 시대를 향한 표현을 읽으면서 다방면으로 역사를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역사라고 하니까 너무 거창한가요. 역사는 그저 우리 할아버지의 삶 또는 우리 가족의 삶입니다.

박완서 작가의 글솜씨에 대해서 많은 칭찬과 감탄을 나누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것 보다 공정이라는 키워드에 매료되어서 감성적인 내용은 잘 이야기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독서모임 후기를 적다 보니 이런 생각이 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구병모 작가를 좋아합니다. 국문과 출신이면서 많은 레퍼런스를 가지고 공부하고 책을 쓰시기 때문입니다. 처음 구병모 작가님의 책을 봤을 때 이공계 사람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 착각 속에 빠지게 할 만큼 많이 공부를 한다는 뜻이었습니다. 제가 이렇게 구병모 작가님을 찬양 아닌 찬양을 들여놓을 때가 있었습니다. 이 처럼 오늘 박완서 작가님의 글을 통해 표현되는 감정을 감탄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인상 깊은 구절을 나누면서 그 감상을 함께 나누었는데요. 저는 그것을 온전히 함께하지 못해 아쉽기만 합니다. 저번 모임에도 그렇고 분석적으로 책을 바라보는 것 같아 머쓱하기만 합니다. 그렇지만 함께 독서모임을 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흡수할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저의 이런 면모 또한 다른 분들에게 도움이 될 거라고도 생각합니다. 어느 정도 자정효과가 있는 것이죠. 다음 모임에도 좋은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겠습니다. 광양독서모임의 소한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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