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경제/부동산

분양 아파트 이야기 EP.13 셀프로 등기치기 5(외전2) (대지권 이전등기 신탁등기말소신청)

소한초이 2024. 7. 10.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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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등기소에서 전화

 

근무일로 4일째 되는 날 11시경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 ㅇㅇㅇ죠? (웃긴 게 내 이름 말고 내 회사명을 이야기했다.)

- 네?

- 신탁말소에 관한 신청서는 없네요?

- 있을 텐데요..?

- 신탁지분일부포기증서가 다른 신청서에 첨부가 되어있더라고요?

- 아 그러니까 제출해야 될 신청서가 2개가 아니라 3개라는 말씀이신 거죠?

- 네 그리고 날짜도 틀리고 지분도 틀리고 해서 수정하러 오셔야 돼요.

- 양식 챙겨서 등기소 갈게요.

- 네 점심 드시고 등기소 오세요.

 

이런 대화 맥락 속에 어려운걸 왜 법무사 없이 진행하냐는 말이 있었지만 전화 시작부터 했는지 마지막에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저 어려운걸 왜 혼자 하느냐라는 게 핀트가 꽂혀서 거기에만 신경이 쓰였다. 도대체 누구에게 어렵다는 것일까? 등기권리자인 나를 위해서 어렵다고 한 것인지 본인들이 업무처리하기 어렵다는 것인지 당최 이해할 수 없었다. 수화기 너머의 담당자의 다급하고 간결한 목소리가 괜히 따지려고 하는 사람의 말투처럼 들렸다. 한바탕 하기 직전에 만발의 준비를 해야겠다 싶었다. 준비했던 말들은 이러했다.

 

- 오늘 기분 나쁜 일 있으세요?

- 제가 죄송해야 될 일인가요?

- 그럼 저 같은 개인은 어떻게 해야 되나요?

- 점심 식사 못 하셨나요?

 

대지권 이전등기를 하러 등기소를 방문했을 때 만났던 등기소직원은 나에게 아무것도 알려줄 수가 없다고 했다. 그게 법이고 지침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지권 이전등기가 흔한 신청서가 아니니 양식도 없고 해서 타 등기소에 물어보겠다. 2주 뒤에 와라 했었다. 그 직원의 태도가 내게는 등기소 전체의 이미지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이번에도 알려줄 수가 없다고 하고 나를 내버려 둔다면 누가 이기나 한 번 해보자는 식으로 이를 갈아야겠다 마음을 먹었다.

 

양식이 3개라는 것은 확인하지 못했다. 셀프등기로 여러 블로그를 찾아봤고 인터넷등기소에 전화해서 물어봤는데도 내가 확인한 서류는 2개였다. 소유권일부이전등기신청(대지사용권이전)과 대지권표시변경등기신청. 하지만 여기에 더 필요했던 서류는 신탁등기말소신청이었다. 인터넷등기소에 이와 비슷한 등기신청서를 공란으로 두고 뽑아서 준비해 갔고 아무것도 안 알려줄 것 같아서 이전에 작성했던 서류들을 몽땅 다시 뽑아서 가져갔다. 그리고 혹시나 몰라 건물 등기부등본도 떼어갔다.

 

2. 등기소 방문

 

회사에 반차를 쓰고 등기소에 방문을 했다. 문을 열자 눈에 띄는 직원은 저번주에 만났던 아무것도 알려줄 수 없다던 사람이었다. 접수대에 앉은 직원은 나에게 어떤 업무 보시러 왔냐고 했고 나는 신청서 수정하러 왔다고 전했다. 어느 부서냐고 되물어보길래 우물쭈물 대고 있었다. 그러니까 전화번호 몇 번으로 왔냐고 물어봤다. 그 순간 그 뒤에서 내 이름을 부르며 어떤 직원이 다가왔다. 

 

그 직원은 서서 그리고 나는 등기소에 있는 책상 두개 중 하나를 앉으며 대화를 했다. 그는 내가 낸 등기신청서를 왕창 가져왔다. 그 서류에는 등기 접수번호가 스티커로 붙여져 있었고 틀린 부분은 포스트 잇으로 작성되어 있었다. 그리고 연필로 첨삭도 되어있었다. 먼저 내가 제출하지 못한 서류를 확인하고 싶었다. 그런 마음도 무색하게 그는 무뚝뚝했지만 모든 걸 다 알려주는 친절한 사람이었다.

 

저번주에 신청했던 서류들을 취소? 각하하고 오늘 바로 다시 넣을 거라고 했다. 그래서 접수대에 있던 직원이 나에게 어떤 명부를 가져와서는 두 개의 신청서를 취소한다는 의미로 서명을 했다. 그리고 그 무뚝뚝하고 친절한 직원이 하나하나 알려주었다. 

 

 

 

소유권이전 및 신탁등기말소신청이 아니라 신탁등기말소신청이라 사선 긋고 삭몇자하고 도장 찍어라

빈칸에 말소사항을 위임장에 적힌 그대로 채워 넣어라

신청서에 주소적을 때는 초본과 똑같은 주소로 적어라 예) 전라남도 ㅇㅇ시

신청서에 등기원인과 그 연월일이 신청한 날짜가 아니고 등기부등본 상 소유권이전된 날로 적어야 한다.

신청서에 이전할 지분을 위임장에 적혀있는 것처럼 누구의 지분인지 정확히 적어야 한다.

신청서에 등기원인과 그 연월일에 동호수와 전유분취득 그리고 다른 신청서에는 신탁재산의 처분을 적어야 한다. 

취등록세 7,200원을 내고와라

등기수수료를 다시 납부해야 된다. (15,000원, 3,000원, 3,000원)

신탁사에서 받은 위임장을 다시 받아야 된다. 

 

그의 조언을 듣고 시청 세정과에 가서 취등록세 지로를 받고 농협에 가서 7,200 납부를 했다. 다시 등기소로 돌아와서 자판기? 에서 등기수수료영수증을 인쇄했다. 그리고 다시 앉아서 접수대로 가려고 하자 그 직원이 나를 보고 나와서 다시 확인하자고 이야기했다. 퇴짜 안 맞게 잘 체크해 보자고 해주었다. 그때 긴장과 입이 풀려서 

 

- 일도 많으실 텐데 번거롭게 해서 죄송해요.라고 말했다.

- 아니에요. 요즘 인사철이라서 바빠서 그래요.라고 답해주었다.

 

그리고 말문이 틔인 우리는 대화다운 대화를 했다. 위에 나눈 이야기들은 그저 일방적이게 듣는 입장이었는데 그 이후로는 대화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그런 느낌이었다. 직원과 함께 수정해서 완벽한 신청서가 되었다. 물론 수정할게 많아서 곳곳 사선으로 긋고 도장 찍은 데가 많았다. 하지만 그런 모양은 마치 내게 훈장처럼 느껴졌다. 

 

중요한 건 신탁사에게 받은 위임장이었다. 위임장에 잘못적은 날짜는 내가 어떻게 수정할 수 없다. 신탁사의 도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임시방편으로 날짜를 고치고 도장 찍지 않고 제출하라고 조언 주었다. 그리고 나중에 도장 찍은 새 위임장을 다시 가져오라고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 직원은 나의 신청서가 3개인지 지적확인을 하고 맨 윗 신청서에는 포스트잇으로 서류보완이라고 적어 붙였다.

 

3. 신탁사 전화

 

등기소에 나와서 제일 먼저 해야 될 일은 위임장을 받을 수 없냐 신탁사에게 물어봐야 하는 것이었다. 차 안에서 전화할까 싶었지만 물도 마시고 인공눈물도 넣고 싶었다. 그래서 가까운 스타벅스를 찾았다. 앉아서 신탁사 대표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상담사가 전화를 받더니 아파트명을 묻곤 담당자에게 전화를 돌려주었다. 지역과 아파트를 설명한 다음의 이야기는 

 

- 시행사가 ㅇㅇ이잖아요?라는 질문에

- 신탁사 담당자는 시행사는 ㅁㅁ이고 신탁사가 ㅇㅇ에요. 였다.

 

 

시행대행사가 ㅁㅁ인 줄 알았는데 시행대행사라는 게 없나? 이제껏 잘못 알고 있었나 싶었다. 하지만 오늘은 이게 중요한 게 아니다.

 

신탁사 직원은 다시 위임장을 줄 수 없는 뉘앙스로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잘 이해되지 않지만 등기소에서 신탁사에 신청을 하면 뭘 어떻게 해준다고 했다. 다시 나는 등기소에서 신탁사에서 위임장을 다시 받고 보완서류 제출하라고 했다고 하니까 메일 주소 알려줄 테니 거기로 위임장 작성해서 보내주라고 했다. 오늘 메일 보낼 거냐는 그의 질문과 그러면 다음날 바로 알려준 주소로 보내주겠다고 이야기했다. 

 

과연 그 신탁사 직원은 나의 메일을 확인하고 곧 장 등기우편을 보내줄까? 아무 이해관계가 없는 나를 위해?

 

3. 느낀 점

 

등기소 직원이 조목조목 다 챙겨주는 덕분에 내 마음속 화와 응어리는 싹 씻겨 졌다. 무엇에 화나있었는가? 내게 다시 되묻고 싶었다. 아마 공무원들의 나 몰라라 하는 편견이 내 마음속에 자리 잡혀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매체에서 쉽게 살펴볼 수 있는 성의 없는 공무원과 악성 민원인의 모습들이 내게 너무 많이 노출되어 왔다. 이런 것들이 쌓여 관공서를 찾아 업무를 볼 때 나의 태도에 영향을 끼친 거라 생각한다.

 

무지에 인한 발작이라 해야 할까? 방귀 뀐 놈이 성낸다고 해야 할까? 계속 거슬렸던 단어는 법무사였다. 근데 사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법무사라는 게 이번에 대지권 이전등기를 했을 때 중요한 포인트였나 싶기도 하다.

 

그리고 최근 운동하면서도 느끼는 것이지만 누구나 서툴고 누구나 능숙하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등기이전도 마찬가지 누군가는 서툴고 누군가는 능숙했다. 능숙한 사람을 보면 대단하고 그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친해지고 싶고 의지하고 싶을 테다. 운동도 마찬가지였다. 어떤 운동을 시작할 때 능숙한 사람은 항상 있었다. 그 사람과 친해지고 싶은 것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능숙한 자도 서툴 때가 있고 서툰 사람도 능숙할 때가 있다는 것을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겸손이 중요하겠구나 싶었다. 

 

신청하고 접수하는 과정에서 법무사를 거치지 않으면 번거롭지만 자존감 때문에 셀프등기 했다 했다. 하지만 이번 대지권 이전등기 실패하고 수정하는 과정에서는 겸손함이 무엇인지 알게 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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