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임일자: 2025년 5월 25일
• 읽은 책: 한강 『소년이 온다』
• 참석자: 소한, 칼린다, 믿음, 데이나, 조이, 봄터, 타너스

들어가기 앞서서
2주도 채 지나지 않아 다시 독서모임을 열게 되었습니다. 평소보다 짧은 주기였지만, 한 달에 두 번 모임을 가지면 좋겠다는 저의 바람이 이루어진 것 같아 기뻤습니다.
모든 멤버가 모이기 전까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타너스님이 작년 4월, 포항에서 독서모임을 하실 당시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를 함께 읽으셨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이번에 읽은 『소년이 온다』와 결이 닮았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그 흐름 속에서 당시 그 작품을 어떻게 읽었는지, 각자의 감상을 자연스럽게 나누게 되었습니다.
한 분, 두 분씩 모이면서 자연스레 대화는 한강 작가와의 첫 만남으로 이어졌습니다. 각자 처음 접한 작품이 무엇이었는지, 혹은 『소년이 온다』가 첫 작품인지 등, 한강 작가를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지 서로의 경험을 나누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이 다음 모임에서 책을 선정할 차례는 타너스님입니다. 타너스님은 엘레나 페란테의 『나폴리 4부작』을 함께 읽고 싶다고 하셨지만, 호흡이 길다는 점에서 고민 중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에 이미 전권을 읽으신 데이나님에게 조언을 구하며, 장서(長書)를 독서모임에서 어떻게 다루면 좋을지 함께 고민하는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또한, 봄터님은 지난 모임에서 데이나님이 소개해주신 시 중 「그 날 이후」라는 시가 특히 인상 깊었다며, 그 여운을 짧게 나눠주셨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모임은 오랜만에 7명 전원이 함께한 자리였습니다. 타너스님이 3회 연속 참석하지 못하셔서 아쉬웠는데,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함께해 주셔서 더욱 반가웠습니다.
선정이유(봄터)
이번 독서모임의 키워드, 주제를 회상, 추억, 기억으로 잡았다. 그 이유를 설명하기에 앞서, 나는 작년 10월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로 거론되었던 한강의 작품을 이번 기회에 꼭 한번 읽어보고 싶었다. 그중에서도 『소년이 온다』라는 소설이 가장 끌렸다.
이 작품은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루고 있어 역사적으로도 가치가 크고, 독서모임에서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기에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세대 간의 대화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좋은 매개가 될 수 있을 거라고도 기대했다.
무엇보다도 나는 광주 출신이고, 1980년 5월 18일, 바로 그때 그곳에 있었다. 그렇기에 이 소설을 단지 문학작품으로 읽는 것이 아니라, 내 삶과 직접 연결되는 이야기로 마주하게 되었다. 이 작품을 독서모임이라는 자리에서 함께 읽고, 각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생각들을 나눠보고 싶었다.
처음부터 키워드를 정하고 책을 고른 건 아니었다. 오히려 ‘이 책을 함께 나누고 싶다’는 마음이 먼저였고, 그렇게 책이 정해진 다음 자연스럽게 ‘회상, 추억, 기억’이라는 키워드가 따라왔다.
전반적인 독후감
봄터
여러 인물들을 통해 다양한 시점을 그려낸 것을 보고 “아, 이래서 노벨문학상을 받는구나” 하고 느끼게 되었다. 한 문장 한 문장이 감정에 울림을 주는 것 같았다. 단순하다고 할 수 있는 일상조차도 이렇게 세세하게 묘사할 수 있구나 싶었고, 역사적인 사건을 문학적으로 풀고 승화시킨 점에서 존경스러웠다.
데이나
10년 전에 『소년이 온다』를 처음 읽었는데, 읽는 내내 마음이 너무 힘들어서 멈췄다 읽고를 반복했던 기억이 있다. 5·18을 개인적으로도 굉장히 무겁게 여기고 있다. 이번에 다시 읽으면서 전두환과 윤석열이 겹쳐서 떠올랐고, 12.3 계엄도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일이었는지 다시금 상기되었다.
한강 작가의 소설을 처음 읽은 게 이 작품이었는데, 다른 작품들은 좀 더 난이도가 있기 때문에 입문서로는 『소년이 온다』가 좋다고 생각한다. 이 소설은 스토리 중심이라기보다 각 인물들의 일상을 따라가며 그 삶을 그려내는데, 사실 이렇게 인물들의 감정을 섬세하게 문학적으로 헤아리는 게 참 어려운 일인데도 한강 작가는 그걸 잘 해낸다고 느꼈다.
믿음
1장부터 6장까지 한 장 한 장 읽을 때마다 힘들어서 책을 덮고, 다시 열고를 반복했다. 이렇게 마음이 아픈 책은 정말 오랜만에 읽은 것 같다. 마지막 부분에서는 마음이 시큰했다.
5·18에 대해 알고는 있었지만, 솔직히 말하면 그동안은 거의 무관심에 가까웠다. 그런데 이 소설을 읽고 나니 자세히 찾아보게 되었고, 왜 광주 사람들이 그토록 분노했는지도 조금은 공감할 수 있었다.
조이
믿음님 이야기와 비슷하다. 나도 읽는 내내 먹먹했다. 사실을 기반으로 한 소설이기 때문에 더더욱 겸손하고 겸허한 자세로 읽게 되었다.
5·18에 대해 많이 듣기는 했지만, 나 역시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이번 책을 통해 5·18이 얼마나 심각했는지 체감할 수 있었고, 대학살 같은 슬픈 비극의 역사가 꼭 외국에만 있는 게 아니라 우리 가까이에서도 있었다는 사실을 절절히 느끼게 되었다.
타너스
작년에 포항에서 독서모임을 하면서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으며 한강 작가의 작품을 처음 접했다. 당시에는 어렵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이번 『소년이 온다』는 다행히 좀 더 읽기 편했다.
책을 읽고 난 뒤 제주도로 자전거 여행을 떠났는데, 여행 중 이곳저곳을 다니며 제주도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는 걸 실감하게 되었다. 광주 또한 마찬가지로, 그 지역에서 벌어진 잔혹함을 다시금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칼린다
책을 다 읽고 난 뒤 두 가지가 궁금해졌다. 하나는 한강 작가가 왜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었는지, 그리고 또 하나는 왜 5·18을 다뤘을까 하는 점이다.
『소년이 온다』는 흡입력이 있었다. 인물들의 생각의 흐름을 포착하는 방식, 그리고 시적인 표현들을 통해 한강 작가의 문학적 기술이 느껴졌고, 그 덕분에 노벨문학상과 같은 세계적 인정을 받게 된 이유의 실마리를 알 수 있었다.
한강 작가의 인터뷰를 보았는데, 소외된 목소리, 즉 실종자나 죽은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 말을 들은 뒤로 ‘우리 모두도 사실은 소외된 사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래서 한강 작가의 소설이 더 감사하게 느껴졌다. 그런 사실들을 문학으로 표현해주는 작가가 있다는 것이 참 고맙고, 문학을 통해 서로가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을 새삼 깨달았다.
그리고 『소년이 온다』를 읽으면서 “잘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소설 속 인물들은 결국 우리 대신 희생한 사람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들었고, 어쩌면 그분들이 죽지 않았다면 우리가 죽었을 수도 있었을 거라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그 희생에 감사하며 살아야겠다.
발제문 1
책을 읽으며 떠오른 개인적인 기억이나 추억이 있는지? 그 기억이 현재의 나에게 어떤 의미(영향)를 주고 있는지?
봄터
조선대부속고 출신으로 그 시절 고등학교에서 최루탄을 많이 경험해봤다. 그래서 어렸을 때 기억이 상기가 되었다. 그리고 과거 최루탄이 가득한 장소가 최근에는 장미축제의 현장이 된 것을 보고 새삼 세상이 많이 바뀌었구나라는 것 또한 느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이 계속 떠올랐다. 왠지 그때 밖에서 나는 총소리와 다락방에 숨었던 기억으로 인해 이 노래를 들을 때면 연대감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나에게 미친 영향으로는 아직까지 트라우마가 존재한다. 그리고 광주 전남 지역 사람들은 왜 자꾸 뭉치게 될까? 그리고 좀 더 자극적으로는 꽉 막혀있는 모습을 보일까? 라는 질문에 트라우마로 해답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트라우마가 쉽게 아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다시는 반복되지 않아야 하고, 이런 일들이 어쩌면 좋게는 교훈으로 삼으면 좋겠다라고도 생각해본다.
데이나
5.18은 어렸을 때부터 인식하고 있었다. 마음으로 와닿았던 계기는 영화 <화려한 휴가> 덕분이었다.
개인적으로 야구를 좋아하고 기아타이거즈를 좋아한다. 모든 구단에서는 원정 경기를 나갈 때면 응원단을 파견한다. 하지만 기아타이거즈는 5.18에는 응원단을 파견하지 않는다. 그리고 모든 구단이 밀리터리 유니폼이 있는데 기아타이거즈는 없다. 하지만 2025년부터 응원단을 파견하고 밀리터리 유니폼을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과연 광주시민들의 민심에 반영이 될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그리고 계엄령이 최근에도 있었다. 그때 국회로 뛰쳐나간 사람들이 떠올랐다. 평소에 시위에 동참하는 편이다. 과거 박근혜 퇴진 운동을 함께 했던 친구와 최근 계엄을 계기로 연락을 하게 되었다. 그 친구는 시위에 참여했고 나는 참여하지 못했는데, 과연 내가 시위에 참여하지 못한 것이 그저 핑계뿐이지 않았을까? 반문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계엄을 반대하는 시위 행렬에 선 사람들에게 부채감을 느끼게 되었다.
믿음
특별한 기억은 없다. 내게 5.18은 역사책에서 담고 있는 여러 가지 역사적 사건 중 하나였다. 5월 18일이 되면 TV 속에 누군가가 묵념하고, 그런 모습들을 보곤 했는데 내 삶에 영향을 미친 건 없다.
조이
광주에서 재수를 했었다. 금남로 지하상가에 사복경찰들이 있었던 것이 기억이 난다. 그 시절 데모하는 조선대 친구와 최루탄 냄새가 떠올랐다. 그리고 대학을 진학하고 나서 전경들에게 학생증을 보여주지 않으면 학교에 못 들어가게 했던 것도 떠올랐다.
그리고 대학에서 만났던 친구는 경북 안동이 고향이었는데, 그 친구 어머니가 나보고 빨갱이랑 친해지지 말라고 했던 말이 기억이 난다.
물론 그때도 웃으면서 넘어갔고 그 친구와 지금까지도 막역하지만, 하나의 재밌는 에피소드로 기억하고 있다.
타너스
군대 시절이 생각이 났다. 그 추운 겨울에 항상 충정훈련을 했던 것이 기억이 난다. 책을 읽고 나 또한 이런 곳에 투입되었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최근 있었던 12.3 계엄이 떠올랐다. 나는 친구들과 시위 현장에 참여했다. 그리고 친구들이랑 밥 먹고 대화하면서 ‘세상에 공짜는 없다’라는 것을 새삼 다시 깨닫게 되었다.
5.18을 어렸을 때는 몰랐고, 평소에는 관심이 없었다. 이처럼 다른 나라의 역사는 보다 쉽게 관심을 가지는데, 대한민국의 현대사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겠구나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칼린다
그 시절 경찰들과 군인들에게 어떤 사상을 주입했길래 그런 잔인한 일들을 할 수 있었을까? 물음을 품게 되었다.
(이 질문에 봄터님은 국민교육헌장, 반공교육과 같은 교육과 집단 가스라이팅으로 설명했고 데이나님은 집단심리로 죄의식이 무감각해진 것을 지적했다. 또한 타너스님은 『일곱 개의 뺨』에서 나오는 군중심리와 소한이 ‘악의 평범성’에 대해 언급하며 설명했다.)
최근에 계엄령이 있었고 탱크 부대를 막은 사람들이 떠올랐다. 국립 5.18 민주묘지를 명절 때마다 찾아가곤 했는데, 별다른 감정 없이 찾아갔다. 하지만 이 소설을 읽고 피해 생존자들의 마음을 공감하고 간직하고 싶었고, 더불어서 군인들의 마음을 헤아려보고 싶었다.
발제문 2
소설은 동호부터 엄마까지 여러 인물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데, 어떤 인물과 장면(글귀 등)이 가장 인상깊었는지? 그 이유는?
봄터
실제 동호 엄마를 모티프로 했던 인물이 이 책이 나왔을 시점에 인터뷰했던 것이 기억이 난다. 그 분은 한강 작가에게 감사하다는 표현을 했다. 부모 입장에서 자식을 잃고 장례를 치르지 못한 것이, 그 한 사람의 삶 자체가 장례식이 되었다라는 말이 공감이 갔다.
데이나
6장 <꽃 핀 쪽으로>의 사투리가 인상 깊었고 몰입이 되었다. 그리고 6장을 읽으면서 울었던 기억이 있다. 철썩같이 아들의 말을 믿었던 엄마의 모습이 가슴이 아팠다. 그리고 3장 <일곱 개의 뺨>에서 어떻게 벌써 분수가 나올 수 있는지 계속 민원을 넣는 부분에서, 어떻게 세상이 평화로울까? 라는 생각이 공감이 되었다. 그리고 “산 사람은 살아야 된다”는 말이 떠올랐다.
세월호와 이태원에서 벌어졌던 참사를 떠올리며 너무 나의 일이 아닌 것에 대해서 무감각해지는 것 같다. 어떻게 하는 게 올바르게 기억하는 방법일까? 국가애도기간은 너무 형식적인 것만 같다. 내 스스로 이런 점들이 모순점으로 느껴지며 어떤 태도로 살아가야 할지 고민이 된다.
칼린다
2장 <검은 숨>이 인상 깊었다. 달을 바라보면서 그 눈동자가 내 모습 같기도 했다는 그 문장에서, 사람은 마음먹기에 따라 달리 본다는 걸 느꼈다. 내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 이걸 생각해보면 결국 모두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부분이고, 다짐하고 결심하면 되는 것이었다.
총을 메고 창 앞에 서서 경계 서는 시위대의 모습, 주먹밥을 만들어 사람들을 챙기고 집으로 돌려보내는 모습을 보며 ‘약자들을 돌본 이유가 뭘까?’ 생각해보게 되었다. 거창한 게 아니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면 된다고, 총을 들어야만 연대하는 게 아니라 사소한 한 가지라도 행동하면 되는 거라고 느꼈다. 잊지 않고 과거를 기리면서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 그 마음이 퍼지고 나비효과가 되어 반복되지 말아야 할 일들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데이나님이 오카 마리의 『가자란 무엇인가』를 추천했다.)
믿음
동호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 (잘 적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타너스
동호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 “너가 되었다가 내가 되었다가” 하는 시점 전환이 인상 깊었고, 동호를 보며 시위에 함께했던 친구가 떠올랐다. 동호는 쉽게 집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친구 엄마에게 면목이 없다는 이유로 상무대에 남기로 결심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조이
6장 <꽃 핀 쪽으로>가 가장 인상 깊었다. 엄마가 어릴 적 아들의 모습을 떠올리는 장면이 기억에 남았다. 부모 입장에서 아이에게 하는 말들, 그리고 사소한 행동에 자랑스럽고 뿌듯해지는 감정이 같은 부모로서 공감되었다.
그리고 3장 <일곱 개의 뺨>에 묘사된 군중심리에 대한 묘사를 읽고 ‘나도 조심해야겠다’ 싶었다. 나는 사실 자기 자신만을 위해 살아왔고, 관련 없는 일에는 무관심했다. 오히려 TV에서 학대 뉴스 같은 걸 보면 더 분노했었다. 그래서 이번 책을 읽으면서 내가 참 이기적이었구나 느꼈다. 나와 관련 있는 일에만 분노하는데, 사실 누구에게든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 너무 많다는 걸 생각하게 되었다. 평소에 실천하고 싶었던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말씀도, 과연 그런 마음으로 실천할 수 있을까 자문하게 되었고, 이 책을 통해 내가 얼마나 편협하게 살아왔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발제문 3
책을 읽기 전과 후, 5.18 또는 한강 작가에 대한 생각이나 느낌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특히 우리가 5.18 역사를 함께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봄터
단순한 사건이나 한 사람의 죽음이 아니라, 자살과 트라우마로 이어지며 지금까지도 지속된다는 점에서 우리는 5.18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강 작가가 5.18을 문학으로 만들어주어서 고맙게 느꼈다. 후세에게 알릴 수 있고, 다시는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작품에 남겼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나는 과연 후손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이 되었다. 5.18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잃어버리지 않고 반복되지 말아야 하는 상징이기 때문이다.
데이나
10년 전 한강 작가의 시집을 먼저 봤다. 시와 소설을 함께 쓰는 작가는 처음 봤다. 보통은 시인이거나 소설가 중 한쪽만 하는데, 한강 작가는 둘 다 하는 작가였다. 그다음으로 『소년이 온다』를 읽었고, 너무 좋아서 이후로는 한강 작가의 책을 계속 찾아 읽기 시작했다. 한강 작가가 인터뷰에서 “5.18 같은 일을 세상에 남기지 않고는 못 견딜 것 같았다”는 뉘앙스의 말을 했던 게 기억난다. 그래서 그녀의 글에 힘이 있다고 생각했다. 기억하고 있어야 잊히지 않는다. 끝난 게 아니라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기억하는 건 그들에게 예의를 표현하는 방법이자, 기억하는 사람들까지도 사라지지 않게 만드는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타너스
5.18을 이전보다 더 크게 기억하게 되었다. 지인 중에 이태원 참사 당사자 부모가 있는데, 그분들에게 어떻게 위로를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나조차도 그 슬픔이 느껴지는데, 그게 아마 10분의 1도 안 될 거고, 그걸 온전히 느끼는 부모는 대체 어떤 심정일까 싶다. 그래서 느끼는 건, 단 1이라도 공감하고 느끼는 게 중요하다는 것. 그리고 그 공감의 수치가 거꾸로 마이너스가 되지 말자는 생각이 들었다.
믿음
한강 작가가 병약한 이미지로 느껴졌는데, 왜 그런 이미지로 보게 되었는지를 알 것 같다. 5.18과 같은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도 또 시간이 지나면 잊게 될 것 같고, 다시 관심을 잃게 되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어떻게 계속 기억할 수 있을지, 그 방법을 고민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이
독서모임을 하면서 다양한 걸 경험하게 되었고, 신앙생활이 삶과 분리되어 있는 게 아니라는 것도 느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시화에 관심을 더 가지게 되었고, “이웃을 사랑하라”는 말에도 구체적인 동기가 생기는 계기가 되었다. 한강이라는 이름이 처음엔 사람 이름인지도 몰랐는데 알게 되었고, 그 용모가 범상치 않았다. 인터뷰 들어보면 목소리도 참 멋있었다. ‘이런 사람이 문학을 쓰는구나’ 싶었다.
칼린다
한강 작가를 알게 되어서 좋았다. 그리고 한강 작가가 “사랑과 아름다움에 대해서 시를 쓰고 싶다”고 한 말이 기억이 났다. 한강 작가의 작품을 『소년이 온다』로 처음 접하게 되었고, 한강 작가 역시 『소년이 온다』를 첫 작품으로 추천한다고 한다. 한강 작가의 작품을 통해서 사랑을 이해할 수 있어서 좋았고, 어떻게 사랑을 해야 할지 같이 고민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5장 <밤의 눈동자> 마지막 문구인 “죽지 마. 죽지 말아요.”가 우리나라 청소년 자살률이 높은 현실을 염두에 두고 쓴 것이라고도 한다. 이를 통해서도 더 잘 살아야지,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해야지라고 마음먹게 되었다.
오늘 모임 어땠나요?
봄터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을까? 죽은 자가 산 자를 살릴 수 있을까? 에 대한 물음에, 이런 문학을 통해서 가능하다고 답변할 수 있을 것 같다.
데이나
소설이 할 수 있는 역할 중에 이런 점이 중요하다. 단순 재미가 아니라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재미 그 이상을 느끼게 해주는 작가가 별로 없는데, 그 작가가 바로 한강이다.
믿음
좋았다!
조이
한강 작가 책을 처음 읽게 되었다. 그리고 항거하고 맞서는 자들을 보면서 “왜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뭐가 크게 변한다고! 하지만 이야기를 나눠보면 바뀐 게 있었다. 편견이 벗겨진 시간들이었다.
타너스
독서모임을 통해서 읽게 되어서 고맙다. 책 표지를 살펴보면 안개꽃처럼 보이는데, 그 의미는 무엇일까? 궁금해졌다.
칼린다
왜 이 책에 대해 사람들이 열광할까? 의문이 들었다. 미술관에 가서 작품을 보러 갈 때도 “사람들이 왜 이걸 좋아할까?”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런 의문에 이렇게 정리했다. 이야깃거리를 줄 수 있다면, 그 작가는 좋은 작가인 것이다. 그렇게 한강은 좋은 작가다.
끝으로
개인적으로 독후감을 쓰면서 의견을 잘 정리하고 발제문 답변도 준비했지만, 막상 이야기할 때는 하고 싶은 말이 많아서인지, 아니면 컨디션이 안 좋아서인지 말을 두서없게 한 것 같아 아쉽고 후회가 남습니다. 무엇보다도 그런 태도가 다른 분들의 의견을 듣는 데 충분한 에너지를 쏟지 못하게 한 것 같아 더 마음에 걸립니다. 어떻게 해야 더 나아질 수 있을지 고민해봐야겠습니다.
오늘 모임에서는 <나폴리 4부작>으로 시리즈물을 함께 읽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아마 서브모임 형식으로 진행될 것 같습니다. 독서모임 말미에 충분한 대화를 나누지 못해서 약간 서툴렀던 점이 있었고, 매번 하던 방식대로 운영해오다 보니 새로운 걸 시도하려 할 때 어색하고 삐그덕거리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결국은 리더인 저의 역량 부족에서 비롯된 일이겠지요.
그럼에도 제가 기대하고 있는 건, 장서나 시리즈물을 함께 읽는 경험과 노하우가 쌓여서, 앞으로는 저뿐만 아니라 모든 멤버들이 책을 고를 때 부담 없이, 눈치 보지 않고, 진심으로 읽고 싶은 책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사실 책을 고를 차례가 되면 본인이 정말 읽고 싶은 책과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함께 보게 되는 게 현실이니까요. 이 마음에서 조금 더 자유로워지고, 각자가 진심으로 원하는 책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으면 합니다.
광양독서모임 커넥트의 소한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소소한 익명독서모임 > '25 광양독서모임' 카테고리의 다른 글
[광양독서모임 커넥트 Book-Log] 25.07.03 폴 오스터 바움가트너 (10) | 2025.07.04 |
---|---|
[광양독서모임 커넥트 Book-Log] 25.06.24 엘레나 페란테의 나의 눈부신 친구(나폴리4부작 중 첫번째) (12) | 2025.06.24 |
[광양독서모임 커넥트 Book-Log] 25.06.16 알베르 카뮈 페스트 (6) | 2025.06.16 |
[광양독서모임 커넥트 Book-Log] 25.05.14 나태주 사랑만이 남는다 (2) | 2025.05.16 |
[광양독서모임 커넥트 Book-Log] 25.04.27 유시민 그의 운명에 대한 아주 개인적인 생각 (5) | 2025.04.28 |
[광양독서모임 커넥트 Book-Log] 25.04.06 김기창의 기후변화 시대의 사랑 (1) | 2025.04.07 |
[광양독서모임 커넥트 Book-Log] 25.03.23 외젠 이오네스코의 코뿔소 (4) | 2025.03.24 |
[광양독서모임 커넥트 Book-Log] 25.03.05 강용수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7) | 2025.03.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