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송길영의 그냥 하지 말라를 읽고

1. 읽기 전

1-1. 읽기 전 감상


무도에 나온 정신과의사 송형석 원장과 헷갈렸다. 어디선가 많이 본 듯 한 사람이었다. 이 사람을 어디서 봤을까? 세바시에서 봤을까? 그냥 하지 말라라는 제목이 괜히 반항심을 유발하게 되었다. 청개구리 심보로 그냥 해라 라고 했다면 안 했을 텐데 그냥 하지 말라고 하니까 더 뭔갈 하고 싶은 느낌이 든다.

송형석 원장님과 송영길 박사님

1-2. 유현준 교수, 유튜브 채널 : 셜록현준


최근 좋아하는 유현준 교수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셜록현준에 송길영 박사가 나왔다. 무려 2부작으로 제작된 영상은 그가 펼친 책에 대한 내용을 축약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좀 거슬렸던 것이 송영길 박사의 말투였다. 직업병인지 모르겠지만 대화 속에 영어를 너무 많이 쓴다. 개인적으로 거부감이 들었다. 그래도 송길영 박사의 메시지에 집중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2. 독후감


송길영 박사를 빅 데이터 전문가라고 칭하지만 미래학자라고 해보 손색이 없을 것 같다. "우리는 미래를 보았었다"라는 프롤로그는 그 이유를 잘 설명해 준다. 그럴 의도는 없었지만 여러 번의 시행착오로 인해서 우리가 미래를 보았었구나라는 깨달음을 얻었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서 주된 감정은 "나 이러다가 큰일 나겠는데?"였다. 이 회사에 들어오자마자 곧 세계적인 역병이 터져버렸다. 그 역병과 함께 사회성 떨어진 면모가 돋보이게 되었다. 50대 과장님들의 과도한 관심과 저질스러운 농담은 적잖이 나의 마음을 쑤셨다. 회사 방침으로 행선지를 항상 밝혀야 될 때쯤에는 그 상태가 더 심해졌다. 이윽고 나는 그들과 눈 마주치지 않고 고개 숙인 채 대화하게 되었다. 그들에게 기술력을 전수받아야 하는 신입인 나는 그렇게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고 말았다. 닫고 살아 어떤 일상을 살았던 내일은 찾아왔기 때문이다.

 


어느 날 과장님 차를 타고 퇴근할 때가 있었다. 숨 막히는 침묵을 깨기 위해 어떤 말이라도 해야 했고 나는 어떻게 하면 회사 생활을 재밌게 할 수 있냐 하고 질문을 했다. 그 질문의 답변은 아는 게 많으면 재밌게 다닐 수 있다였다. 아는 게 많으면 나의 능력으로 업무를 해결할 수 있고 그것이 반복되다 보면 자신감이 생기고 재밌어진다고 이야기하셨다. 또 다른 과장님은 업무를 알려주실 때 기술력을 높이려면 두 가지 방법이 있다고 했다. 선배님들 따라다니면서 질문하는 것과 어렵게 독학하는 것. 그래서 나는 재미있게 회사 생활을 하려면 독학을 해야겠다 싶었다. 라포형성이 전무하고 관계형성이 엉망인 상태에서 그들에게 대화 걸기조차도 어려웠고 힘들었기 때문이다.

몇십 년의 노하우를 등지고 독학하겠다는 의지는 쉽게 꺾이고 만다. 쉬운 길 나 두고 어려운 길을 가겠다고 했으니 힘든 건 당연한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나도 무임승차자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기술력 하나 없는 인건비만 축내는 그런 사람으로 말이다. 송영길 박사는 재택근무가 오히려 더 성과중심적인 회사생활이 되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재택근무 같은 형태는 점점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장치산업에서 과연 그날이 찾아올까 의심이 들긴 한다. 회사에서 드론을 도입하고 나중에는 로봇으로 점검을 해보자는 소리도 있으니 아주 가능성 없는 이야기는 아닐 것 같다.

지금은 자기 업무에 기술력이 없어도 습관적으로 기능적으로 일하면 그만이었다. 왜냐면 50대 과장님들이 아직 회사에 많이 계시며 그들이 핵심 인력이기 때문이다. 몇 년 뒤면 그분들은 줄줄이 퇴직을 한다. 그렇게 되면 기술력 공백이 찾아오게 된다. 앞으로 문제해결능력을 내게도 요구할 텐데 그러면 아무것도 할 수 없거나 하는 식으로 나의 무능력함을 들키게 되기 더 쉬워지지 않을까.


몇 달 전 푸르밀이라는 회사가 사업종료한다는 뉴스기사를 본 적이 있다. 갑작스러운 소식이라 많은 사람들이 놀랬다. 그중에는 직원들이 가장 놀랬을 것이다. 갑자기 다니던 회사가 망한다고 하니까 말이다. "사업주가 사업을 그만둔다는데 직원들이 왜 그 사업을 계속해달라고 하는 거냐", "찡찡대지 마라 차라리 능력을 키우고 이직 준비를 해라", "회사 다니면서 능력을 키우지 못한 것이 잘 못이다". 현재 무직인 동생도 이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과거 학생이었던 나도 이렇게 생각한 것 같다. 회사를 좀 다녀보면서 이 상황이 그런 상황이 아닌 거라는 거라는 걸 알고 있다. 그렇더라도 그 말이 쉽게 되지 않는다라는 것 또한 알고 있다.

나는 내가 다니는 이 회사가 100년 기업이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 회사가 건재할 때 그 속에서 능력을 키워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과거의 과장님들과 같이 조직의 성공이 나의 성공이라고 생각하고 조직 속에 묻어가려고 하고 있다. 부모세대보다 가난한 세대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에 조바심이 들어서 재테크에 관심이 생겼던 것처럼 언제 이 회사가 망하거나 축소되면 나는 어떻게 될까 겁나기 시작했다. 이 두려움이 여러 가지 이유로 사그라들겠지만 외면하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

예전에 대도시에 유익이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는 생각이 좀 달라졌다. 여러 직종의 사람들이 만나고 엮일 수 있는 대도시의 삶은 치열하지만 그만큼 생존력이 높아지게 되지 않을까. 몇 년 전 여의도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신적이 있다. 옆 테이블에는 할머니와 아저씨가 앉아 있었다. 그들의 대화는 삼성페이를 쓰는 법을 논하고 있었다. 지금 우리 엄마도 잘 쓰지 못하는 삼성페이는 서울의 할머니는 배우고 있다. 놀라웠다 그렇기에 더욱 대비가 되었다. 이 문제를 직종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적인 문제로 통섭적으로 바라봐야겠다 싶었다. 직종과 지역적인 문제를 병합하고 있는 이 지역은 더 암울하기만 하다. 그렇기에 독서와 독서모임이 그 탈출구가 되길 바랄 뿐이다.

3. 인상 깊은 구절

 

그만큼의 시간을 축적하지 못하면 나의 전문성을 설명하기 어렵게 사회가 바뀌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예체능계에서는 포트폴리오가 익숙한 듯 하다. 취직때와 마찬가지로 입시때도 포트폴리오로 제출하는 것 보면 그렇게 보인다. 그런 것들이 점점 확대되는 것 같다. 그것이 SNS를 통해서 확대되어 확산되었다. 하물며 인테리어 업자를 고를 때도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에서 후기를 살펴본다. 가까운 미래에는 이력서에 생활기록부와 함께 인스타그램 계정을 첨부하라고 하는 날이 머지않을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이 가장 나를 표현하기 쉬운 방법이기도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