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1. 읽기 전 제목에 대한 감상


헤밍웨이의 책이라는 것을 익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읽어보지는 않았다. 줄거리조차 기억나지 않으니 말이다. 헤밍웨이 하면 하드 보일드 한 문체가 특징이라고 한다. 그 하드하고 보일드한 문체가 도대체 뭐일까? 전쟁과 평화를 읽다가 고작 장을 넘겨보고 닫아버린 나는 약간의 기대가 되었다.


2. 독후감


노인과 바다가 문학에서 극찬을 받는다고 하는데 잘 모르겠다. 노인이 바다로 나가 고군분투하여 물고기를 잡는 내용이 어떻게 해서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는지 그리고 노벨문학상을 받았는지 이 해가 가지 않았다. 내가 만약 노인의 처지라면? 그대로 라도 감정이입이 잘 되지 않았다. 물고기를 잡는 그의 모습이 내게 그렇게 선명하게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덕분에 물고기 잡는 다큐멘터리가 재밌어 계속 찾아보게 되었다. 문어부터 상어, 킹크랩까 지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부터 해외까지 조업하는 영상을 찾아봤다. 노인과 바다를 읽어서 그런지 그들의 노고를 잘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물고기를 잡는 것이 얼마나 고된 일인지 다시금 느 낄 수 있었다. 아무래도 영상자료와 함께하니 더 실감이 났다. 오히려 다큐멘터리를 보고 나서 노 인과 바다의 감상이 더 풍부해졌다. 노인이 집착적으로 보이는 성과주의가 그의 삶에 어떤 의미 인지 알게 된 것이다. 그리고 밥상 위에 올려진 물고기 반찬이 그들 덕분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제공받는 입장인 우리는 굶지 않는 것에 감사함을 느껴야 할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의아했던 점이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연신 노인이 "만약 그 애가 옆에 있었더라면"이라고 읊조릴 때이다. 이 말을 몇 번이나 되뇌었다. 애초에 물고기 잡으러 바다로 나갈 때 왜 그 아이와 함께 나가지 않은 것인지 모르겠다. 아침부터 이것저것 챙기고 준비한 것이 함께 나가 는 것인 줄 말 알았는데 읽다 보니 배안에는 노인 혼자였다. 노인 혼자 바다로 향한 것이 고집이었을까? 배려였을까?

두 번째는 '최초의 상어"라는 표현이다. 독자 입장에서는 물고기를 잡아 성공한 노인이 무역풍을 타고 다시 마을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어떤 시련이 펼쳐질지 미지수로 숨겨둔 편이 좋았을 것이다. 최초의 상어라고 표현하면 뒤에 상어가 더 나올 것이라는 것을 쉽게 유추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 표현으로 인하여서 스포일러를 당한 셈인 것이다. 첫 번째 상어를 물리치고 난 뒤에 또 상어가 나올 거라는 예상은 나의 상상력과 긴장감을 죽여버리는 최악의 표현이라 칭하지 않을 수 없다.

물고기와의 사투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빼앗아간 상어. 그 상황 속에 있는 노인의 심경을 디테일 하게 묘사를 했다. 이 때문에 다큐멘터리 속 어부의 심정을 알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공학을 전공해서 그런지 감수성이 좀 떨어지나 싶기도 했다. 우선 이 책이 가진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단번에 알 수 없었다. 노인의 그 상황이 우리의 인생을 대변해 주고 대치된다는데 그 말 자체가 너무 비약이 심한 거 아닌가라고 생각을 했다. 물론 다수의 독자들이 다 같은 평가를 내리니까 내가 그 진가를 못 알아보는 걸 수도 있겠다 싶다.

원서로 읽어보려는 노력을 했다. 그 이유는 하드보일드한 문체를 좀 더 알아보기 위한 노력이었 다. 확실히 쉽게 쓰인 책이었다. 영어를 잘하지 못한 내가 느낀 거면 말 다했다. 그 노력의 끝맺음을 마무리하지 못했다. 아무래도 아직 원서를 읽는 것이 독서보다 공부의 성격이 더 크 다고 느껴진다.

민음사로 읽고 열린책들로 들었다. 번역의 차이는 있었다. 민음사는 딱딱한 번역이지만 계량법을 원서와 다르게 우리나라에 맞춰서 번역했다. 예를 들어 파운드나 피트를 킬로그램과 킬로미터로 표현했다. 열린책들 번역본은 처음 오디오북으로 접했다. 다양한 성우가 참여해서 실감 나게 책을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노인의 독백체와 3인칭 전지적 작가시점의 서술을 성우의 목소리로 구분 을 했다. 그래서 들을 때 내용을 파악하기에 수월했다. 그리고 책으로 읽었을 때에도 대화체는 말 풍선처럼 특별한 기호를 사용해서 구분을 했다. 덕분에 읽기에 편했고 진도를 나가기에도 수월했다.

변역의 중요성을 느끼게 된 것은 셰익스피어를 읽었을 때 였다. 독서모임에서 햄릿을 읽었는데 대본 중에 To be or not to be 라는 구절을 다양하게 번역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여러 가지 번역이 있고 그것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