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다실 9가 접종 후기 프롤로그
저번 주 토요일 오전에 병원에 전화가 왔다. 가다실 9가 3차 접종을 알리는 전화였다. 벌써 시간이 그렇게 지났나 싶었다. 그래서 그렇게 오늘인 월요일에 가다실 9가 3차 접종을 했다.
오늘은 회식 일정이 잡혀있었다. 회식장소를 갈 때 항상 선배님들을 태우고 식당을 갔다. 식당을 가기 전에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아야 했기 때문에 자궁경부암 주사를 맞는다고 알렸다. 그랬더니 약간의 담론이 형성이 되었다. 남자인데 왜 자궁경부암 예방주사를 맞냐고 질문했을 때 시원하게 답변하지 못했다. '음.. 그냥 요즘 맞아요'라고 답했다. 나도 솔직히 특별한 필요성은 모르겠다. 검색해보면 자극적인 설명들이 즐비하다. 성관계를 통한 바이러스를 예방한다는 이야기와 성병 방지에 대한 이야기로 말이다. 과연 내가 이러한 성병들을 예방하고자 가다실 9가를 맞는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계기가 되었다.
가다실 9가 접종 후기
어느날 갑자기 요도가 아프기 시작했다. 가끔 샤워를 과격하게 할 때면 바디워시 때문에 따가울 때가 있었다. 그런데 그 경우에는 하루 이틀이면 증상이 호전이 되었는데 이번에는 아니었다. 그래서 걱정을 길게 끌고 가고 싶지 않아서 비뇨기과를 찾아갔다. 비뇨기과를 찾아가기 전에 요도염에 대해서 찾아봤다. 대게 성병 관련된 이야기가 많았다. 은근히 두려웠다. 아무것도 안 했는데 무슨 성병이라니. 어렸을 때 에이즈에 걸린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기사와 블로그 글을 본 적이 있다. 그 아이는 에이즈를 가지고 태어난 것이다. 그 아이가 선택해서 병에 걸린 것이 아니라 단지 부여받은 것뿐이다. 얼마나 억울할까. 나도 이런 식으로 같은 방식으로 해당될까 봐 두려웠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성인지 교육이 덜 되었기에 불안한 것이었다.
비뇨기과에서 항생제를 약처방 받았지만 쉽게 낫지 않았다. 결국 시간이 해결해주었다. 시간이 약이었다. 그리고 심리적인 요인도 있었던 것 같다. 걱정되니까 더 아픈 것만 같았다. 나는 비뇨기과를 처음 방문한 그날 가다실 9가 1차 접종을 했다. 선근종을 앓아 자궁을 복강경 수술로 적출해낸 수술을 격은 엄마를 둔 나는 평소에도 생식기 질환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그런지 자궁경부암 백신에 대해서 관심이 많았다. 그 관심이 불안의 힘을 입어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까지 이어지게 된 것이다.
자궁경부암은 성관계의 이유로 같은 바이러스가 있더라도 남성은 증상이 발현이 되지 않지만 여성의 경우에는 그것이 암으로 발현된다라고 알고 있다. 결국에는 성관계인데 성관계를 하지 않더라도 왠지 모를 죄책감에 휘말리게 되었다. 나 스스로 가해자 프레임을 씌운 것이다. 가정법 루프에 빠져 만약에 만약에를 되뇌며 더욱 죄책감을 가중시켰다. 가해자가 되기 싫었다. 무지 중에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궁경부암을 주기 싫었다.
도덕적 우월감도 느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엄마에게 자랑 그리고 여자 친구에게 자랑할 거리가 되고 한 낱 개념남으로 등극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마치 이 세상 남자들과는 다른 특별함을 가지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그 특별함이 나는 가다실 9가가 가져다줄 것이라 믿었다. 연애 시장과 결혼시장에서도 이 특별함이 경쟁력을 키워 줄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항상 나는 주변인들과 또래집단에서 우월하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었다. 올바르지 않다고 하면 올바르지 않은 이유로 나는 가다실 9가를 접종했다.
남자가 가다실 9가를 왜 맞아야 하는 질문에는 확답을 할 수 없을 것 같다. 결국에는 성관계를 하지 않으면 되지 않는가? 자궁경부암 말고도 항문암, 사마귀 등 많은 질병을 예방 할 수 있다고하는데 과연 그 질병의 타겟이 내가 될까라는 의심도 든다. 그리고 자궁경부암 백신이라 흔히 알려져 있어서 나는 자궁이 없는데? 라고 생각 할 수도 있겠다. 코로나 백신 처럼 으레 백신은 나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 맞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남자 입장에서는 이 가다실9가가 과연 나의 건강을 위함인지 의문을 갖게 된다. 결국 나는 건강상 이유가 아닌 불안함과 도덕적 우월감으로 백신을 맞았다. 한편으로 70만원을 들여서 불안을 없애고 우월감을 느끼게 해준 거면 좋은거 아닐까? 라고 가볍게 생각해보기도 했다.
가다실9가 접종 주기
1차는 3.28 2차는 4.25 3차는 7.25에 맞았다. 의사 선생님과 상담 후 접종을 진행했다. 선생님이 접종 주기를 선택하라고 했다. 두 주기를 설명했는데 빠른 주기와 정상주기 같았다. 그냥 빨리 맞고 끝내버리고 싶어서 빠른 주기를 선택하고 그것만 기억이 난다. 빠른주기는 113으로 각 회차마다 1개월/1개월/3개월의 시간을 갖는 것이다. 나는 정주기와 빠른주기의 차이점을 모르겠어서 그냥 해치워버리고 싶음 마음에 빠른주기를 선택했다.
가다실 9가는 근육주사
가다실 9가는 근육주사라 코로나 백신 처럼 뻐근하고 근육통이 동반이 된다. 인터넷에 찾아보면 후유증이 있다고 하는데 1,2차 맞고 어디 특별하게 아픈 적은 없다. 그리고 접종하기 전에 문진표 작성하고 의사선생님 만나서 상담하니까 별문제 없을 것 같다. 샤워는 하지 말라는데 이유는 모르겠다. 너무 찝찝해서 나는 그 주의사항을 무시하고 씻었다.
가다실9가 접종 후기 에필로그
누군가 나에게 자궁경부암 백신 주사 맞아야 되냐고 물어본다면 시원하게 답변해줄 수 없을 것 같다. 그리고 본인의 건강을 위해서 맞아야 한다고 쉽게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러면 왜 맞았냐고 물어본다면 그 또한 시원하게 대답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냥 맞았어'라고 얼버무릴 것 같다. 분명한 이유로 맞은 것이 아니라서 자신이 없는 것이다. 그렇지만 웃기게도 은근 자랑은 하고 싶다. 마치 훈장을 받은 것처럼 나 자궁경부암 주사 맞았어! 라고 말이다. 참 아이러니하다. 나는 왜 자궁경부암 주사를 맞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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