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책방/독후감

[독후감] 이소연의 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

소한초이 2024. 4. 2. 22:00
반응형

1. 첫인상

 
이 책을 어떻게 처음 알게 되었는지를 설명을 해야겠다. 택시를 타고 서울 어딘가를 향하고 있을 때 택시기사님이 틀어준 라디오에 관심이 갔다. 누구나 그런 적 있지 않을까? 아는 사람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 반가운 기억. 라디오에서 용혜인 의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주제도 환경문제였기 때문에 더욱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서 용의원이 책을 냈었나? 싶어서 검색을 해봤다. 하지만 용의원은 환경문제 관련한 서적을 출간한 적도 없고 정치외교학 전공이라 그런지 <당 만드는 여자들>이 나왔다.
 
옷 제목이 특이해서 정확하지는 않아도 얼핏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서 책 제목으로 검색하니 얼추 이런 책이 나왔고 라디오와 옷을 연관해서 검색을 했더니 특정되는 작가와 책이 나왔다. 그렇게 이소연 작가와 <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를 알게 되었다.
 
그러면 그 라디오는 어떤 프로그램이었냐? MBC라디오 <라디오 북클럽 김겨울입니다>였다. 지금은 진행자가 바뀌었지만 해당 회차를 찾아보면 다시듣기가 가능하다. 
 

1126 초대석 : 이소연 작가 (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 산책살책 : 이다혜 기자 (아침 그리고 저녁, 공산주의자가 온다)

 
https://www.imbc.com/broad/radio/fm/rabook/podcast/index.html

 

다시듣기 | 라디오 북클럽 김소영입니다

방송: 표준FM 일요일 오전 6시 5분 ~ 7시

www.imbc.com

 
 
 

2.독후감

 
<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의 저자 옷을 사지 않겠다던 이소연 작가를 환경보호가라는 범주 안에 넣어도 될지? 혹은 그녀가 이 칭호를 달가워할지 모르겠다. 그런 것 보다도 생동감 있는 그녀의 경험에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 패스트 패션 산업이 거대한 골리앗으로 느껴질 때 어떻게 그녀의 생각이 옷을 사지 않겠다는 결심으로 귀결되었는지 그 스토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 필요하다.
 
프롤로그에 이런 말이 있다. "내가 입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알고 제대로 사고 제대로 입는 것 (중간 생략) 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자 변화를 촉구하는 외침이다" 나는 단연 그녀를 인권운동가, 환경보호가로 좁게만 보고 싶지 않다. 이소연 작가는 확고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외로운 여정을 떠나는 항해자 곧 자본주의에 대적하는 자로 보고 싶다.
 
체험, 여행에서 겪는 일로 깨달음을 얻게 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며 효율적이다. 이소연 작가는 1.5달러짜리 옷으로 패스트패션 산업의 이면을 볼 수 있었다. 그런 그녀의 촉수가 부러웠다. 만약 나였더라면 내가 그런 개념을 일구게 되었더라면 단지 도덕적 우월감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나는 너보다 깨시민이라 외치며 말이다.
 
3년 전 <나를 사랑하기> 프로젝트를 열어 100만원의 예산을 잡은 적 있다. 당시 극단적으로 저금을 했던 시기로 심적으로 많이 피폐해져 있었다. 그래서 보상 차원으로 100만원이라는 거금을 쓰기로 했던 것이다. 오로지 나에게만 쓰기로 했던 결심은 평소에 가지고 싶었던 옷을 사는 것으로 절반 이상 소비했다. 하지만 100만원을 다 채우지 못하고 그 프로젝트는 종료되었다. 왜냐하면 소비하면 소비할수록 커져가는 공허함을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 공허함이라는 것이 무엇일까? 지금까지도 정확히 어떤 감정이었는지 모르겠다. 그때 샀던 첼시부츠는 지금껏 10번도 신지 않았다. 여러 가지 핑계를 댈 수 있지만 박스에 담긴 채 신발장에 고이 모셔두고 있다. 1년 넘게 꺼내지 않은 걸 보면 진정 내가 원했던 것일까? 반추해 볼 수 있었다. 그렇지만 그것도 경험해 봐야 알 수 있는 거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렇게 쓸데없이 소비해 봐야 그것이 부질없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하지만 똥을 꼭 먹어봐야만 똥인지 아는 것은 아니니까 그 말이 아주 참이라고도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래도 가장 올바른 것은 이소연 작가가 말한 것처럼 내면을 지켜보는 시선이다.
 
한국 근현대사를 논 할 때 나는 전태일을 잊지 않고 이야기를 한다. 전태일 평전을 너무 인상 깊게 봤기 때문이다. 평전에는 전태일과 여공의 에피소드가 나온다. 섬유공장의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일하는 여직원은 갑자기 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전태일에게 호소하는 그 장면이 지금까지도 아른거린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8조에 보면 보통 작업에 경우 150 Lux 이상의 조도를 확보해야 한다. 전태일이 살아 근무했던 60년대에는 과연 잘 지켜졌을까? 그렇게 옷을 사는 행위를 좀 더 깊게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는 책이었다. 목화를 재배하기 위해 격무에 삶이 찌든 인도인들과 값싼 노동력으로 섬유공장에서 일하는 캄보디아인들과 건물 붕괴가 임박했음에도 근무를 강요받아 결국 사고로 죽음을 당한 방글라데시아 사람들과 같이 각처에 이런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당장 내가 입고 있는 지금 이 옷이 그들의 노고들이 서려있던 것이었다.
 

본의 아니게 테무 광고하게 되네...

 
패스트 패션 말고도 패스트 산업의 물결은 큰 파도를 일으키며 몰려들고 있다. 최근 온라인 쇼핑몰 테무는 공격적으로 마케팅하며 저가공세를 펼치고 있다. 테무의 슬로건은 "Shop like a Billainaire" 물건이 싸기에 억만장자처럼 소비할 수 있다는 이 말이 이제는 흉악하게만 느껴진다. 알리익스프레스에서 물건을 자주 사는 사람은 물건의 상태가 온전하지 않을 때가 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한다. 뽑기처럼 품질이 좋으면 쓰는 거고 아니면 버리고. 이런 식으로 소비하는 습관은 그 자체로 나쁜 습관으로만 생각해야 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저가로 내 앞으로 떨어지게 된 건지 생각을 해봐야 한다.
 
최근 여행을 다녀오면서 소매에 구멍이 나게 된 후드집업이 있다. 10년 넘게 입은 옷인데 구멍이 났다는 사실만으로 버리고 싶지는 않았다. <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를 읽고 더욱 그런 감정이 들었고 수선을 하고 싶어 자연스럽게 바느질을 배우고 싶었다. 구멍 난 양말 정도는 기워서 신을 수 있는 그런 소양은 가져야 할 것 같았다. 이런 것들이 하나둘씩 쌓여 프롤로그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자본주의라는 외풍에 견뎌 나만의 길을 차고 나가는 것이지 않을까 싶다. 나 또한 이렇게 이소연 작가처럼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자 변화에 참여해 보겠다. 
 
 

3. 인상 깊은 구절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