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인문학/독후감

[독후감] 우춘희의 깻잎 투쟁기를 읽고 (+당근마켓 후기)

최소한 2023. 1. 9. 20:20

회사 인트라넷에서 책을 소개해주는 게시글이 있다. 매번 올라오는 것 보니 정기적으로 포스팅하는 것 같다. 그 게시글에서 <관통당한 몸>과 <깻잎투쟁기>를 추천해 주었다. 이 책에 대한 부연설명은 보지 않으려는 노력으로 책 찾아보고 창을 닫았다. 3권의 책을 소개했는데 그중 2개가 밀리의 서재에 서비스하고 있어서 앞서 말한 두 책을 담았다.

아직 독서모임애서 책이 선정 되지 않았다. 독서모임 끝나고 바로 다음에 읽어 올 책을 알려주면 바로 읽을 텐데 말이다. 나는 그 새를 못 참고 <깻잎 투쟁기>를 읽기로 했다. 제목부터 쉬운 책이라 느끼게 되었기 때문이었다.책을 다운로드 받고 이북에서도 다운로드 받아놨다. 목차와 서문을 읽어보니 내용은 가볍지 않지만 가볍게 읽은 만한 것 같다.


나는 항상 외국인 노동자라고 이야기 했다. 그런데 이 책에서 이주노동자라는 표현을 쓴다. 나는 이 단어가 생경했다. 장애인과 일반인이라고 표현하지 않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라고 표현한다. 이처럼 외국인노동자보다 이주노동자라는 표현이 더 따뜻한 느낌을 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외국인노동자라는 말애는 부정적인 느낌을 받았다. 왜 그런 걸까 생각해본 끝에 매스컴 탓을 해보고 싶다. 뮤스나 신문에서 나오는 외국인노동자들은 좋게 표현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주노동자라는 단어는 그런 부정적인 느낌을 씻어줄 새로운 표현이었다. 책의 이야기를 누군가가 물어본다면 이주노동자의 이야기야 라고만 이야기해도 될 듯하다. 왜냐면 외국인노동자에서 이주노동자로 표현을 바꾸는 것, 인식의 변화를 가지는 것만으로 독서의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캄보디아 여성 혹은 남성까지도 아울러서 살펴본다. 작가가 여성이라 더 그런 것 같다. 한국에서 그들의 삶을 가감없이 알 수 있었다. 비닐하우스와 컨테이너에 살면서 월세30만원을 내야 하는 처지. 그것도 인당 30만원. 이주노동자가 한국에서 많이 일한다고 생각은 했는데 나의 삶의 반경에 보이지 않으니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런데 그들의 처우가 말도 안 되게 형편없었다. 밥값 숙소비를 제하고 월급을 주는 사업주가 있는 한편에 그 월급마저도 연체하는 사업주도 비일비재했다.

고용노동부에서 조사한 21년 11월 기준으로 외국인근로자는 36만 명이다. 그중에 E-9 비자는 19만 명이다. E-9 비자란 비전문취업 비자로써 3년을 일하고 추가로 1년 10개월을 더 일 할 수 있는 비자이다. 책에서 언급한 사람들도 거의 다 E-9 비자였다. 본국에서 한국어능력시험을 보고 한국으로 일하러 오는 사람들이다. E-9 비자로 한국에 들어온 사람들은 그들의 상태 때문에 그들은 사업주가 급여를 연체해도 폭행 및 성폭행을 해도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지역사회에 신고하더라도 그것이 유효하지 않은 데다가 본국으로 다시 쫓겨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행태 때문에 오히려 불법이 된 이주노동자들이 합법적으로 비자받은 사람들 보다 사람 취급을 받는다. 불법인 상태인 자들은 한 사업주 아래에 있을 필요가 없다. 어차피 불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급여가 연체되면 바로 도망간다. 그리고 옆집 또는 인근 공장이 급여를 더 준다고 하면 거기로 가버린다. 그러니 농번기나 일손이 부족한 사업주는 사정사정해서 이주노동자들의 복리후생을 챙겨준다. 급여협상도 해준다. 참 아이러니 하다. 농장 사업주들이 사업 아이템으로 사업을 하던 결국에는 깻잎으로 귀결된다. 깻잎은 사시사철 하우스에서 재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E-9으로 데리고 와서 비수기 때 근로자를 놀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주노동자 또한 쉬는 걸 싫어한다고 한다. 벌이가 없기 때문이다.

아무튼 책을 읽고나서 한국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우리나라도 일제강점기 때 하와이 사탕수수농장에서 일을 했었고 독일 광산에서도 일했었다. 그리고 워킹홀리데이라고 해서 호주에서도 많이 일한다. 그렇게 보면 이주노동자가 멀게 느껴지지 않았다. 단일민족국가인 우리나라에 이주노동자가 익숙하지는 않지만 그들도 사람이라는 것을 다시금 일깨워주었다. 나에게 새로운 깨달음과 깨우침을 준 좋은 책이다.


최근 아이폰12를 세티즌에서 구매했다. 그래서 기존에 쓰던 아이폰 SE2 2세대를 처분하기 위해서 당근마켓에 올렸다. 평화로운 어느 주말 문명이라는 게임에 열중하고 있는 와중에 ”당근~♫“ 알림이 울렸다. ali라는 닉네임으로 연락이 왔는데 말투가 예사롭지 않았다. 가격흥정을 하는 등 더 대화를 해보니까 우리나라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 그 사람이 있는 곳은 차 타고 왕복 약 1시간이 걸리는 곳이다. 하지만 최근에 읽은 <깻잎 투쟁기>때문인지 몰라도 흥미가 생겼다. 그리고 그 1시간 동안 오디오북을 들으면서 가면 된다고 생각하니까 시간이 그리 아깝다고 생각이 들지 않았다. 외국인이라고 하니까 약간 겁이 났다. 나한테 해코지하면 어떡하지? 어쩌면 나한테도 돈 떼먹고 폭행을 일삼는 사업주들과 같이 편견을 가진 게 아닐까 아찔하고 반성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그래도 장소는 내가 정했다. 카페 앞에서 보자고 했다. 사람들도 있고 밝은데에서 보면 좋겠다 싶었다. 하지만 차 안에서 기다렸는데 구매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사진을 찍어 본인들의 위치를 알렸다. 보아하니 카페 주변 내리막길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들이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내리막기 중턱에 남자 두 명이 서 있었다. 사진과 함께 전화번호도 보내서 구매자라는 것을 알아볼 수 있었다. 생김새는 중앙아시아에서 오신 분들 같았다. 청년과 중년 두 명이었다. 아이폰이 필요한 건 중년이었나 보다. 청년이 이것저것 대신해서 알아본 것이었다. 그들에게 들은 유일한 한국말은 괜찮아요? 뿐이었다.



주섬주섬 돈을 꺼냈다. 오만원짜리와 만 원짜리가 섞인 뭉치를 건넸다. 정확히 얼마인지는 가늠이 되지 않았다. 그 자리에서 돈이 정확한지 헤아려보고 싶었다. 그런데 나 자신이 너무 편견이 가득해 보였다. 그래서 제대로 줬겠지 하고 돈뭉치를 받았다. 돈은 차 안에서 확인해 보았다. 정확한 액수였다. 이주노동자들을 마주한 것은 처음인데 이런 선입견을 어떻게 가지게 된 걸까? 이번에 만난 이주노동자들이 나의 할아버지나 조상님의 모습과 같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본인의 나라의 경제발전과 가족들을 위해서 외화벌이를 하는 사람. 우리나라 역사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론과 실습을 겸비한 이번 독후감은 완벽했다. 책으로만 경험을 그치지 않고 생활 속에서도 경험했으니 말이다.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독후감이 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