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는 옮긴이의 말에 공감이 되었다. 그녀의 『랩걸』을 읽은 뒤 이 책을 이어서 읽고 있으며, 옮긴이가 언급한 레이철 카슨의 『침묵의 봄』이 지금 내 책상 위에 있기 때문이다.
‘나 혼자 애쓴다고 달라질 게 있겠냐’는 솔직한 고백과 함께, 작심삼일이라도 열 번 반복하면 한 달이 된다는 옮긴이의 결심이 특히 인상 깊었다. 지금 나 역시 타성에 젖어 이유 없는 과소비를 반복하고 있다. 텀블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일회용 컵에 커피를 받아 마시거나, 500ml 페트병 생수를 계속 사먹는 일처럼, 나는 끊임없이 소비하고 쓰레기를 배출하는 삶을 살고 있다.
이런 과잉된 삶이 결국 우리에게 어떤 방식으로 되돌아오는지를 살펴본다면, 누구나 무엇이든 실천해보고 싶어질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것이 실제로 잘 와닿지 않는다는 점이며, 바로 그 점이 실천을 가장 어렵게 만든다. 단지 윤리적인 이유만으로 채식주의자가 되는 것보다, 과잉 생산된 육류와 육가공품이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고, 결국 그것이 해롭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면 훨씬 쉽게 행동으로 옮길 수 있을 것이다.

호프 자런은 이런 점들을 식량, 에너지 그리고 지구의 기후라는 관점에서 짚어주고 있다. 기술 발전으로 인해 우리의 삶은 더 풍요로워졌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 풍요로움은 전 인류에게 골고루 적용되지 못했다. 옥수수는 녹말, 설탕, 기름 등으로 인간이 소비하지만, 전체 생산량의 약 10%에 불과하다. 나머지의 절반은 사료로, 또 절반은 거름으로 가공되어 사용된다.
에너지와 기후위기도 마찬가지다. 1960년대 스위스 사람들의 생활양식을 보면 결코 힘든 삶이 아니었다. 전기 사용과 디지털 장비의 부재는 그 시절에 아무런 불편함이 되지 않았다. 추우면 에너지를 사용하는 대신 코트를 한 겹 더 껴입는 것으로 지혜를 발휘했다. 이런 식으로 호프 자런은 “덜 소비하고 더 많이 나누자”라고 외친다. 기술 발전이 빠르게 거듭될수록 우리는 점점 더 편리함을 추구해왔다. 이것은 또 다른 형태의 풍요로움이었다. 그 풍요를 극대화하기 위해 에너지조차 잉여로 축적하려 했다. 질과 양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 덕분에 모든 인류가 전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런 매커니즘은 식량을 대하는 태도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러한 접근이 우리에게 어떻게 돌아왔고, 앞으로 어떤 결과를 낳을 것인지 우리는 잘 눈치 채지 못했다.
1% 정도의 이산화탄소만을 배출하는 방글라데시는, 역설적으로 그 어떤 나라보다 심각한 해수면 상승 위기를 겪고 있다. 어쩌면 우리는 기후위기에 직면해 있는 것이 아니라, 의식하고 있든 없든 과소비의 늪에 빠져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방글라데시의 홍수와 해수면 상승 문제처럼, 각자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도 이와 같은 문제가 언제든 대두될 수 있다. 결코 남의 일로 여길 수 없는 일들이다. 그렇기에 우리 모두 과소비의 습관에서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야 한다. 누군가는 호프 자런을 환경운동가나 채식주의자처럼 느꼈을지 모르지만, 그녀는 무엇보다도 이웃과 인류를 사랑하는 사람이었을 뿐이다. 나, 그리고 내 자식, 더 나아가 후세에게 더 나은 지구를 선사하기 위해서 말이다.
다시 옮긴이의 말로 돌아가서, 과연 나는 이번 기회에 사소하게라도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봤다. 첫 번째로는 페트병 생수 대신 종이팩 물을 마시기로 했다. 물론 가성비는 좋지 않다. 끓인 물을 저장해 마시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겠지만, 지금 내가 살고 있는 환경에서는 이것이 최선이었다. 그리고 앞으로는 카페에서 항상 텀블러를 들고 다니겠다. 또 에코백을 늘 소지해 비닐봉지를 쓰지 않도록 하겠다.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작은 것들부터 결심해보았다. 이런 다짐이 하나둘 쌓여 습관처럼 내 삶에 스며든다면, 우리가 우려하는 미래를 조금이나마 늦출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실천을 이어가며 자신감을 얻고, 결국에는 내가 바라는 미니멀리스트의 삶에 가까워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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